포경은 한국의 전통이 아닙니다

[해양수산부의 해명에 대한 핫핑크돌핀스 반박자료] 포경은 한국의 전통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하여 브라질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67차 총회(IWC67)에 참석하여 중요한 고래보호 조치들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표를 던진 해양수산부가 핫핑크돌핀스의 주장에 대해 해명하는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해명자료 읽기 http://www.mof.go.kr/article/view.do?articleKey=23451&boardKey=11&menuKey=377&currentPageNo=1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해양수산부의 이 해명자료는 본질을 호도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포경찬성국인지 아니면 고래보호국인지 한국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으며, IWC67에서의 투표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겉으로 뭐라고 주장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로 말하는 법입니다. 투표로 드러난 것이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입니다. IWC67에 쟁점이 되었던 네 가지 투표에서 한국 정부는 분명히 고래보호 안건 두 가지(남대서양 고래보호구역 지정안,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 채택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안에 대해서는 기권표를 던졌으며, 원주민들의 생존포경(자급자족포경)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한국은 고래보호국이냐 아니면 포경찬성국이냐의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겉으로는 고래보호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 투표에서는 고래보호에 반대하고, 고래잡는 것에 대해서 명확하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애매하게 기권하는 것은 자가당착입니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의 고래 관련 입장은 IWC67에서 투표한 것을 보면 나타납니다. 즉 기회주의적이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한국은 왜 포경에 대해 이렇게 기회주의적인 입장을 보이는가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이번에 한국이 IWC67 사무국에 서면으로 제출한 개회 성명서를 보면 포경은 한국의 전통이다” “포경은 한국의 문화이며, 유산이다” “고래잡이 산업을 질서 있게 발전시키는 것이 IWC의 근본 설립 목적임을 한국은 여타 회원국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다” “그래서 고래자원의 보전과 관리를 증진시키고, IWC의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진정한 바램이다라는 표현들이 등장합니다. 또한 “각국의 포경 전통을 존중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는 성명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말해서 무슨 소리일까요? 한국의 포경 전통을 이해해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고래고기를 먹는 것은 한국만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정해주기를 다른 나라들한테 소극적으로 요청한 것입니다. 현재는 한국이 IWC 규정을 잘 지키고 있지만, 하여튼 한국은 포경의 유구한 전통과 유산과 문화가 있다고 미리 깔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Nonetheless, the Korean government would like to remind all the IWC delegations that the primary objective of the Convention is to ensure a proper conservation of whale species and stocks and an orderly development of the whaling industry. And in the consistent view of our government, it is essential that member governments mutually recognize the importance of cultural diversity and heritage of other countries.


이런 주장은 맥락이 있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포경을 허락받으려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포경은 자국의 전통’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그렇기에 포경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성명서 첫머리에서 주장한 해양수산부는 전통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통해 과학포경의 방식으로 불어난 개체수를 솎아주든 또는 전면적인 상업포경의 부활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전통을 부활시키고 싶은 마음, 즉 포경이 재개되었으면 하는 허약한 의지 또는 소극적인 욕망을 드러낸 것입니다.

포경이 한국의 전통이라는 것을 성명서 첫머리에 강조함으로써 포경에 대한 어떤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삼는 일종의 밑바탕 작업을 한 셈입니다. 그런데 포경 재개의 강한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포경은 한국의 전통이니 존중해달라는, 즉 당장 포경으로 나가지는 않겠으나 포경이 재개되는 분위기가 되면 한국은 전통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포경을 향한 한국 정부의 소극적이고 허약한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국제포경위원회에서 포경이 전통이다고 주장하는 나라들은 모두 원주민 생존포경, 상업포경, 과학포경 등을 허용 받거나 강행하는 나라들입니다. 한국은 이번에도 포경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이런 대열에 동참한 것입니다. 전통, 문화, 유산 같은 단어들을 사용했을 때 실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가 하는 맥락은 IWC의 역사를 이해할 때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포경이 한국의 전통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성명서에서 한국 포경의 역사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반구대암각화를 지칭한 것입니다. 한국의 포경찬성론자들은 줄기차게 반구대암각화 이야기를 꺼내면서 이것을 ‘포경은 한국의 유구한 전통이자 유산’이라는 근거로 활용합니다. 해양수산부도 성명서 첫머리에서 그런 오류를 다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에 한국의 해양문화와 해안가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일 뿐이지, 그것이 한국의 포경문화와 전통을 보여주거나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반구대암각화가 그러진 선사시대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매우 긴 시기를 거쳐오는 동안 한반도에서는 포경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사시대 해안가에서 있었던 해양활동이 그 이후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추가 기록이 없었다면 그것이 과연 우리의 유구한 전통이며 문화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기간 동안 포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반도에서 근대적 포경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 제정러시아에 의해서였으며, 그 전까지는 포경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세기 당시 한국을 찾아온 서양인들이 동해를 비롯한 한반도 해역에 고래들이 넘쳐난다면서 놀라움과 찬사를 보냈던 것입니다. 잡지 않았기 때문에 한반도 해역은 고래의 바다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정러시아가 러일전쟁을 통해 일본에 패하면서 한반도 해역에서 포경은 일본이 장악합니다. 그리고 일본은 조선을 무력으로 식민지로 만든 이후 아예 한반도 해역에서 고래 씨를 말리는 포경을 합니다. 해방 이후 일본의 포경을 이어받은 것이 울산, 부산, 포항 등지의 어민들이었만 이미 과도한 포획으로 대형 고래들은 대부분 사라지기 시작했고, 한국은 나머지 고래들을 잡으면서 결국엔 대형 고래류 가운데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원래는 거들떠도 안 보던 밍크고래까지 마구잡이로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사실은 고래잡이는 한국의 전통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고래잡이는 본질적으로 학살의 기억이자 부끄러운 과거에 불과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를 받아들여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포경국에서 고래보호국으로 거듭났습니다. 고래잡이라는 부끄러운 과거를 잊고 묻어버리면 안되겠지만, 이것을 전통이라고 불러서도 안 됩니다. 전통은 계승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경은 우리가 단절해야 할 학살의 부끄러운 과거일 뿐이지, 유산이나 전통이 되지는 않습니다. 인신매매가 과거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다고 해서 그것을 전통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없습니다. 무엇을 한국의 전통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우리가 기리고 계승할 의미가 있는 것에 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경은 우리가 기리며 계승해야 할 것이라는 인식을 해양수산부가 갖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성명서를 통해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해양수산부의 IWC67 성명서를 보면 고래자원의 관리, 고래잡이 산업의 질서 있는 발전, 국제포경위원회의 의미 있는 개혁 같은 단어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표현들은 모두 한국이 적당한 수준으로 고래들을 솎아내면서 고래 개체수를 일정 수준에서 유지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국제포경위원회의 의미 있는 개혁이라는 단어는 본질적으로 지금처럼 상업포경의 무기한 유예라는 강고한 입장 고수가 아니라 고래 자원의 회복 여부에 따라 포경 재개도 가능하다는 식의 유연한 태도를 갖자는 제안에 다름 아닙니다. IWC의 역사와 맥락에서 그렇게 해석이 됩니다. 그렇기에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 대표단의 발표 내용을 보며 경악을 했던 것이고, 그 숨겨진 의도와 본질을 폭로하고자 성명서 내용을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한 단어를 사용하여 규탄한 것입니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불법포경이 있었기에 한국이 유일한 불법포경국이 아니라고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유일한 포경국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핫핑크돌핀스가 입수한 IWC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자료에서는 2017대형 고래류에 대해전 세계 포획 현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자료에서는 한국만 밀렵을 저지른 국가로 분명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미국은 국내법으로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포경에 대해 일부 허용을 하고 있고, 일본은 국내법으로 포경이 모두 허용되며 나아가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포경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법으로 대형 고래든, 소형 고래든 모든 고래류에 대한 포경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포획이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대형 고래류에 대해서 2017년 한국이 유일한 불법포경국이라고 IWCIUCN의 자료를 근거로 주장하였고, 이는 한국에서 만연한 고래류 불법포획을 반성하고 제대로 된 고래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런데 해양수산부의 반박자료는 한국만 불법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명하는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해명이 대형 고래류에 한정된 것인지 아니면 돌고래 등 소형 고래류도 포함된 것인지 불명확합니다. 90종이 넘는 온갖 고래류에 대해서 전 세계에서 불법포경을 저지르는 나라는 많습니다. 하지만 2017년 한 해에 걸쳐 대형 고래류에 대한 불법 포획이 확인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AFP 통신이 IWCIUCN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보호대책을 마련하고 주문한 것인데, 해양수산부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불법 포경을 하니까 한국의 불법 포경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는 것인가요? 어이가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 정부는 IWC67에서 포경이 한국의 전통이라는 매우 잘못된 맥락을 사전에 성명서 발표를 통해 깔아놓았으며, 실제로 포경 관련 투표에서는 고래 보호에 반대하였고, 포경에 찬성하는 투표를 함으로써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해양수산부가 포경에 대한 기회주의적인 입장을 버리지 않은 채 내용과 맥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용을 호도할 수 있는 반박자료를 낸 것에 대해 핫핑크돌핀스는 유감을 표명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한국 정부는 고래보호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포경찬성국으로 갈 것인가 갈림길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갈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길 거부하고, 고래고기 유통을 수수방관하고, 기껏 내놓은 고래고기 유통 대책이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고, 검사가 나서서 불법 고래고기를 업자들에게 돌려주는데도 처벌은커녕 진상조사도 못하게 가로막고 있고, 매년 2천마리 정도의 고래류가 우연이든 의도된 것이든 그물에 걸려 죽는데도 대책 마련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 지금 2018년 한국이 처한 현실입니다.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은 이제 그만 갖고 싶습니다.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고래고기 유통을 금지시키고, 수족관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통해 한국 정부가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고래보호국 대열에 동참하기를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18918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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