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생태적 전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대한 생태적 전환이다
불법 포획 고래류 유통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검토와 비판적 제안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순서
1. 동물복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다
2. 밍크고래의 수난
3. 혼획인가 의도적인 포획인가
4.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성격
5. 포경은 한국의 전통이 아니다
6. 위대한 생태적 전환


20181011일 발표

1. 동물복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류 등 국제적 멸종위기 해양생물 보호 활동과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2011년 만들어져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입니다. 한국에서는 특히 2010년대 이후 고래류 관련 내용과 뉴스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특히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되어 수족관에서 쇼를 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한국은 일곱 마리의 쇼돌고래를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려보냈고, 이중 세 마리는 야생에서 새끼까지 낳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70%가 넘는 시민들이 제돌이방류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되었습니다. 돌고래 야생방류를 추진한 서울시와 해양수산부에 칭찬도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물권(animal rights)’동물복지(animal welfare)’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동물이 행복하면, 또는 동물이 행복해야 자신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한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동물원의 우리가 잠깐 열린 틈을 타고 바깥으로 나왔다가 사살된 퓨마 이야기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이 많은 것은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가 그동안 동물을 어떻게 처우해왔는가에 대해, 그리고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가에 대해 시민들은 꼼꼼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올해 3야생생물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하여 일본 다이지마을에서 잔인하게 포획된 공연용 돌고래들의 국내 반입을 금지시켰을 때 많은 시민들이 환호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의 야만적인 고래 사냥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렇게 포획된 돌고래를 한국이 수입하여 쇼장에 가두고 돌고래쇼를 시키는 것에 대해서 시민들은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돌고래를 수입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비인도적인 돌고래 포획에 동조하고 이를 용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일본 다이지 포획 쇼돌고래를 많이 수입한 나라였습니다. 세계 2위 돌고래 수입국이라는 오명을 이제 한국은 법률 개정을 통해 씻기로 한 것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여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한국 정부는 돌고래 보호에 대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데 대형 고래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 밍크고래의 수난
밍크고래는 최대 크기가 약 9미터 정도로 보통 대형 고래라고 칭하는 수염고래들 가운데서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다른 수염고래들이 모두 과도한 포획으로 사라진 한국 바다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형 고래입니다. 초기 포경의 역사에서 밍크고래는 다른 수염고래들보다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포획을 면했는데, 이것이 역설적으로 밍크고래가 유일하게 개체수를 보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목숨을 부지해온 밍크고래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여 있습니다. 고래연구센터는 한국 해역에 남은 밍크고래의 개체수를 1,600마리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에 1천 마리, 동해안에 6백 마리 정도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 해 평균 76마리의 밍크고래가 혼획으로 인정되어 유통증명서가 발급되어 시중에 팔리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밍크고래 혼획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혼획으로 인정되어 합법적으로 공급되는 밍크고래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밍크고래 불법포획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합뉴스는 2016525일자 단독 기사 당신이 밍크고래 고기 먹었다면, 70%가 불법 포획된 것을 통해 아래와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밍크고래를 취급하는 국내 고래고기 음식점은 120여 곳으로 추정된다. 고래축제가 열리는 울산 장생포에만 20여 곳이 몰려 있다. 고래고기 음식점마다 매년 적게는 2마리에서 많게는 6마리까지 밍크고래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2마리를 소비한다고 추정해도 한 해 소비량은 240마리 정도다.
기사 원문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5/24/0200000000AKR20160524157200057.HTML

핫핑크돌핀스는 매년 울산고래축제를 모니터링 하면서 장생포 인근 고래고기 판매점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벌입니다. 올해에도 역시 장생포 소재 어느 고래고기 식당에서 한 해 5~6마리 정도의 밍크고래가 우리 식당 한 곳에서 소비된다는 종업원의 증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매년 160마리의 밍크고래가 불법으로 포획되어 유통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경향신문 2018818일자 기사 그 많던 고래고기 식당은 어디로 갔나를 보면 다음과 같은 장생포 주민의 증언이 등장합니다.


밍크고래는 그물에 걸려 죽은 것(혼획)1년에 많아봐야 80마리 내외이고, 울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유통이 되려면 80마리로는 어림도 없다.”

계속해서 장생포의 한 고래고기 전문점 주인은 다음과 같이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나도 단속에 걸려 (고래고기를) 압수당한 적이 있다. 유통증명서도 소매로 조금 떼왔다고 하면 사본(실제로는 허위증명서)을 갖고 있어도 어느 정도 눈 감아 주는 게 있다 보니 이 동네에서 장사하는 가게들로서는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기려면 포획 고래인 걸 알면서도 (납품)받는 것
기사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181448001

혼획되어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밍크고래 공급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법 포획이 만연해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일부 인터넷 판매점에서는 원양해역에서 잡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밍크고래 고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와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심각해집니다. 2018527일 울산KBS 뉴스9해외 밍크고래 유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업자의 증언을 보도합니다.


00고래고기 판매업체 관계자(음성변조)[녹취] “우리나라에서 어차피 잡히는 게 없잖아요. 고래는요. 그래서 원양산 취급을 하고 있어요.
XX고래고기 판매업체 관계자(음성변조)[녹취] “우리나라 배가 멀리 나가요. 동해안보다 더 멀리 나가서 돌면서 (그물에) 그렇게 들어온 걸 원양산이라고 그래요

한국에서 대형 고래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음은 이렇게 매년 많은 밍크고래가 불법으로 포획되어 버젓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현실에서 드러납니다. 이를 이해하고 용납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요? 올해 3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브래들리 타타르 교수가 20183월 국제 학술지 마린폴리시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울산에서 열리는 고래축제 참가자 579명에게 물었는데 응답자의 88%가 포경을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20187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 5주년을 맞아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고래고기 식용의 찬반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약 72%가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밍크고래 불법포획과 고래고기 유통에 대해 국민의 절대 다수는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래류 보호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지금까지 핫핑크돌핀스는 급감하는 밍크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고래고기 유통 금지와 관리 대책을 묻는 핫핑크돌핀스의 공문에 해양수산부는 20156월 답변서를 보내왔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는 고래 관리 조치를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체를 처리하기 곤란하고, 수요도 있기 때문에 고래 고기 유통을 금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죽은 사체 처리 방법은 소각, 해양생태계 환원, 연구기관 증정 등의 방법이 있고, 고래고기 역시 시중 유통 3분의2 정도가 불법임을 감안하면 강력한 행정조치로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함이 명확합니다. 최근 고래고기로 팔려나가는 밍크고래는 성체 한 마리 가격이 5천만 원을 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으며, 낙찰가격은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 1마리에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언론에서는 밍크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즐겨 부르고 있습니다. 바다의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일부 어민들은 밍크고래의 서식환경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여 고래들이 다닐 만한 바다 길목에 엄청나게 많은 그물을 던져놓고 우연히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7마리의 밍크고래를 혼획한 동남호의 선장 박춘배(61)씨는 2013101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 기사 고래는 운이 나빠 그물에 걸려 죽는 걸까에서 밍크고래가 잡힌 곳은 북위 341050, 경도 1274000초라고 증언했습니다. 전라남도 여수 소리도 남방 10마일 해상입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솔직히 속내를 밝힙니다.

고래를 많이 잡으셨네요.
“2011년에 4마리, 2010년에는 2마리 잡았어요. 7마리째예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고래를 다른 고기처럼 잡는다고 합니다. 4마리 잡았을 때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어요. 올해는 잠잠해서 이제 잡힐 때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남들은 한 마리도 잡기 어렵다는데, 비결이라도 있나요?
그건 이야기하면 안 돼요. 고래를 계획적으로 잡으면 징역살이합니다. 특별한 건, 고래가 다니는 길을 아는 거죠.”
고래는 어떻게 잡혔나요?
배 타는 사람들은 고기가 있는 곳에 고래도 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아요. 고기를 잡으려고 투망을 하면, 그물이 가라앉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고래가 가라앉고 있는 통발을 먹으려다 줄에 몸이 걸리는 거죠. 7~8시간마다 그물을 걷어 올리니까 그날도 그사이쯤 죽었을 거예요.”
기사 원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7673.html

현행 제도로는 고래가 실제 혼획됐는지 아니면 어민들이 어구에 걸린 고래를 놓아주지 않고 고의로 죽게 두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고래 몸이 작살에 찔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경이 금속탐지기로 금속 성분 검출 여부를 조사하고 육안으로 몸에 난 상처를 관찰하는 정도입니다. 그래서 현행 고래고시로는 혼획을 가장한 포획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어민 입장에서는 고래를 살려줘봤자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는데, 고래를 팔면 비싼 고래고기 값을 벌기 때문에 실제 혼획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인 포획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한국 바다에서 밍크고래는 씨가 마를 것이 분명합니다.


3. 혼획인가 의도적인 포획인가
고래는 다니는 길목이 있습니다.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돌고래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어느 길이 안전하고, 어느 길로 가면 위험한지 등의 중요한 정보를 무리의 우두머리인 암컷 돌고래를 통해 전수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민들이 고래가 다니는 길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물에 우연히 걸린 혼획이 모두 의도적인 포획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넓은 바다에서 작살이 아니라 그물을 통한 밍크고래 포획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물에 걸린 고래들은 우연히 걸린 것이 맞다고 호소합니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바다에서 그물을 통한 밍크고래 포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행 고래고시 제도가 유지되는 방식, 즉 해경을 통해 고래의 몸에 외상이 있는지 없는지 육안으로 관찰하게 하고, 또한 금속탐지기로 고래 몸에 금속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혼획으로 인정하여 유통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방식은 별로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혼획은 혼획이라는 것입니다. 움직이고 있는 밍크고래에 배로 다가가서 그물을 던져서 포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래들이 다니는 길을 알고 그 길목에 미리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고래들의 서식처와 고래 회유 지역 일대에 쳐놓은 그물은 야생동물이 지나는 길목에 쳐놓은 올무와 같습니다. 고래들이 우연히 그물에 걸린다고 하지만, 올무에 걸린 동물을 우연으로 인정하여 판매를 허락하는 일은 없습니다.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를 유통시키는 것은 우연히 올무에 걸린 멧돼지와 고라니를 시중에 판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혼획 고래의 유통은 밀렵을 인정해주는 것이 됩니다. 더군다나 고래는 항상 같은 길을 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혼획이 있었던 해역이나 고래들이 다니는 길목에 집중적으로 통발이나 자망, 정치망 그물을 쳐놓는 행위를 현행 고래고시로는 구별해내거나 잡아내지 못합니다. 작살로 찌른 외상 흔적만 없고 몸속에 금속만 박혀 있지 않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현행 고래고시는 이처럼 올무를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고래고시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의 줄임말로서 제1(목적)에서 우리나라 주변수역의 고래류 자원에 대한 합리적인 보존과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음에도 제10조에서 혼획 고래의 유통을 인정하고 있음으로 해서 고래를 보존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10(혼획·좌초·표류된 고래류의 처리) 신고를 접수한 해양경찰서장은 불법포획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죽은 고래에 한하여 (중략) 처리확인서를 고래류 1마리당 1건으로 신고자에게 발급 하여야 한다.

고래고시가 진정으로 고래자원의 보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민이 살아 있는 고래를 구조하거나 풀어주었을 때 보상금을 지급한다거나 어구 손상을 보전해주는 규정이 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냥 어민이 살아 있는 고래의 구조와 회생을 위한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만 나와 있지, 어민이 자연스럽게 고래를 풀어주려고 노력하도록 유인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현행 고래고시 조항에 따르면 그물에 걸린 고래가 살아있을 경우 어민이 풀어주는 것과 죽은 뒤 신고하고 수협에 위판하는 것 가운데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까요? 풀어주면 아무런 보상이 없지만 죽은 뒤 신고하면 수천만 원을 벌게 됩니다. 현행 고래고시는 자연스럽게 어민으로 하여금 그물에 죽은 고래가 발견되었다고 신고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민들은 그물에 걸린 고래가 살아있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이런 어민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돈이 우선이니까요.

4.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의 성격
울산지검 모검사가 불법 고래고기 21톤을 포경업자에게 환부한 사건은 큰 충격이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충격적인 사실을 인지한 직후인 20179월 이 검사를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은 가려져 있고,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담당 검사는 조사를 거부한 채 해외연수를 떠났고, 전관예우 의혹을 받고 있는 핵심 피의자 한모 변호사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대부분 울산지검에 의해 기각되어 법원에 청구조차 되지 못하는 등 진실을 밝히려는 경찰 조사가 검찰에 의해 방해되었기 때문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환부 결정을 내린 검사가 울산지검에서 고래고기 불법 유통 사건 등을 담당하는 환경·해양 분야의 검사였기 때문입니다. 이 검사가 고래 관련 사건을 담당해보았다면 시중에서 암약하는 고래고기 포획, 유통 전문조직이 포획 담당, 해체 담당, 해상 운반 담당, 육상 운반책, 보관책, 유통책 등으로 조직적으로 나뉘어 우두머리의 명령 하에 치밀하게 움직이는 범죄조직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리고 밍크고래 한 마리 당 수천만 원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수요가 공급을 항상 상회하기 때문에 불법 포획의 유혹이 크다는 점을 모를 리 없습니다. 게다가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의 처벌규정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고래 불법유통으로 수 차례 유죄판결을 받아도 선장이나 조직의 우두머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가담자들에게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선고가 내려진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전과자들이 계속해서 고래 포획과 고래고기 유통에 가담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담당 검사가 모를 리 없습니다. 이처럼 처벌이 약해 일부 포경업자는 관련 전과가 23범도 있다는 것을 시민단체도 알고 있습니다.

최근 알려진 가장 큰 불법 포경조직 검거는 2018418일에 드러났습니다. 경북지방경찰청이 선단을 구성해 동서해상에서 밍크고래 8마리(시가 7억 원)를 불법으로 잡아온 혐의로 밍크고래 전문 포경조직 46명을 적발해 선주 A(40)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고래해체기술자 B(60)씨 등 36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불법포경조직단원의 90% 이상이 동종전과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고래를 불법 포획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판매자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기 때문에 초범이면 거의 100% 불구속이고, 여러 차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나 길어야 1~16개월가량 징역을 살고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포경업자들에게 솜방망이처벌이 더 두려울까요, 아니면 바다의 로또가 주는 유혹이 더 클까요?

현재 한국에서 밍크고래에 대한 포획이 주는 유혹이 처벌의 두려움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불법포획이 항상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 해양분야 담당 검사가 이런 배경을 알고 있었다면 쉽사리 환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모두 종합해보면 결론은 고래고기는 범죄 물품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래고기를 그냥 일반적인 압수물처럼 취급하면 안 되는 정황이 차고도 넘칩니다.

고래고기는 그 본질적인 성격상 대마초와 같은 마약으로 봐야 합니다. 하나의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느 마약유통조직이 대마초 27톤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경찰의 급습에 걸려 전량 압수됩니다. 마약업자들은 27톤 가운데 21톤의 대마초는 불법 유통 마약이 아니라 한국 야산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대마를 수거해서 자루에 담아두고 삼베를 만들려는 용도였을 뿐 흡연을 하거나 마약으로 사용하려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이 업자들은 이미 마약 관련 전과가 여러 차례 있었고, 대마초 보관창고에는 흡연에 사용되는 도구도 함께 발견되는 등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 전량이 불법에 사용될 정황 증거가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21톤의 대마초를 마약업자에게 환부합니다. 아마 울산지검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라는 반론을 즉각 제기할 것입니다. 고래고기와 마약은 성격이 다르거나 적용되는 법령이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 비유를 든 이유는 21톤의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해 울산지검의 해명을 납득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래고기는 화장품이나 담배나 사치품 같은 일반 압수물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범죄와 연관되는 정황이 충분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70% 이상이 불법이며, 합법 고래고기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고, 시중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처벌이 미미하고, 매년 불법포경이 적발되고 있다는 사실) 일단 고래고기는 마약처럼 불법으로 여겨야 합니다. 그래서 고래고기를 소지한 자가 합법이라는 것을 충분하고 설득력 있게 소명하기 전에는 검사는 이를 불법 압수물로 보고 관련 처리규정을 따라 소각하거나 폐기해야 합니다. 마치 마약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검사는 고래고기를 일반적인 압수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에 따라 불법성을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현행 고래고시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검사가 불법이라고 확실히 증명할 수 없고, 형사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는 원칙에 따라 포경업자들에게 환부했다는 것입니다.

고래고기를 마약처럼 보아야 한다는 것은 당위 차원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고래 관련법이 제정된 정신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즉 한국이 국제포경위원회(IWC)에 가입하여 상업포경 중단 결정을 받아들이고 국내법으로 모든 고래류에 대해 포획과 유통을 금지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IWC는 지난 시기 지나친 포경으로 인해 대형 고래류의 개체수가 전 지구적으로 급감하였고, 상업포경을 금지시키는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대형 고래류가 지구상에서 멸종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국제사회가 합의하여 1986년부터 상업포경에 대해 무기한 유예 결정을 내립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공감하고,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약속을 지키기로 합니다. 그리고 대형 고래류뿐만 아니라 소형 고래류까지 포함해 모든 고래류에 대해 포획과 유통을 원칙적으로 금지시킵니다. 다만 예외 조항을 두어 고래고기의 유통을 허락하게 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됩니다. 즉 수산업법과 수산자원관리법에서 모든 고래류의 포획과 유통을 금지하는 조항이 만들어진 법의 정신에 비춰보면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예외적인 비정상의 경우에 해당됩니다. 정상의 경우라면 고래는 포획되거나 유통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야 합니다. 예외적으로 우연히 일부 고래가 유통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경우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연히 생긴 비정상이며, 법이 제정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래는 보호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대외적으로 고래보호국이라고 선포합니다. 해양수산부는 2018917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해명자료를 통해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고래류 자원은 지속적으로 이용할 만큼 풍부하지 않다는 IWC 과학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현재 한국 정부는 상업포경 재개보다는 고래류 자원에 대한 보존의 노력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문 읽기 http://www.mof.go.kr/article/view.do?articleKey=23451&boardKey=11&menuKey=377&currentPageNo=1

고래고기 유통은 지속적으로 이용할 만큼 풍부하지 않은 한반도 해역 고래류 자원을 더욱 감소시키는 것이므로 허용돼서는 안 됩니다. 고래고기 유통은 수산업법 등에서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의 제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게 되므로 어디까지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하루빨리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5. 포경은 한국의 전통이 아니다
고래고기 유통이라는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고래고기를 먹어온 지난 시기의 습관이 울산, 부산, 포항 등 한국의 일부 지역에서 아직 잔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점 때문에 고래보호국이라고 대외적으로 선언하면서도 고래고기의 유통을 예외적으로 허락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처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난처한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2005년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 연례 총회가 울산에서 개최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거돈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래 자원의 지속적 이용은 찬성하나 상업포경에 대한 찬반 입장은 밝히기 힘들다

고 말합니다. 이는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 잡고는 싶지만, 잡아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일보 2005622일자 기사 [국제포경회의] 한국 잡고는 싶지만어정쩡)

이와 같은 모순적이고 어정쩡한 입장은 2018년 국제포경위원회 총회에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영어로 공개된 입장문의 일부를 그대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생계활동과 영양보충을 위해 오랜 기간 이뤄져왔던 연안 포경의 전통은 국제포경위원회의 1986년 결정에 따라 한국에서도 유예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포경업자들이 모든 고래잡이 활동을 전면 폐지하도록 법을 집행하였으나 한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혼획으로 인해 공급되는 고래고기를 소비하면서 국제포경위원회가 고래잡이를 다시 허용해줄 것을 오랫동안 소망하고 있습니다.
(중략)
한국 정부는 국제포경위원회 모든 대표단에게 고래 협약의 근본적인 목적은 고래류와 개체군을 적절하게 보전하고, 고래잡이 산업을 질서 있게 발전시키는 것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우리 정부의 견해와도 일치하는 것이지만, 회원국 정부가 다른 나라의 문화적 다양성과 유산을 상호 인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전 세계 나라들이 모여 고래잡이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한국을 대표하여 공식 서한을 보내 포경이 한국의 전통이며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 서한은 본질적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포경 전통을 이해해달라고 요청한 것인데, 고래고기를 먹는 것은 한국만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모든 포경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IWC 규약을 잘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한국 포경의 유구한 전통 및 문화유산을 강조함으로써 언제든 국제사회의 향배에 따라 포경 재개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포경을 이어가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이를 자국의 역사적 전통이라고 주장합니다. 한 나라의 전통을 다른 나라가 간섭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노골적으로 상업포경을 지속하고 있으며 2017년 한 해에만 각각 432마리와 17마리의 대형 고래류를 포획했습니다. 이렇게 잡은 고래들은 모두 고래고기로 가공하여 일본에 수출하거나 자국 내에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합니다. 작년 한 해 전 세계에서 596마리를 죽여서 가장 많은 대형 고래를 포획한 일본은 여전히 과학조사를 포경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전 세계 고래 씨를 말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돌고래와 이빨고래 등 중소형 고래 포획을 포함하면 일본은 매년 3천 마리가 넘는 고래류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부끄럽게도 포경이 전통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이런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울산 지역의 많은 이들이 반구대암각화, 사슴뼈로 만든 화살촉이 신석기시대 출토된 고래뼈에 박혀 있던 사례 등을 예로 들어 포경이 한반도에서 선사시대부터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반구대암각화는 선사시대에 한국의 해양문화와 해안가 마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일 뿐이지 한국의 포경 전통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반구대암각화가 그러진 선사시대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매우 긴 시기를 거쳐 오는 동안 한반도에서는 포경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고대에서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바다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고 해양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 세계무대에서 고립된 나라였습니다. (주강현 지음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참조) 그렇기에 선사시대 유적에도 불구하고 포경을 우리의 유구한 전통이나 문화로 볼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은 일제에 의해 작살포를 사용하는 근대 포경이 도입되기 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포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고유종 대형고래로 서양에 보고되었던 귀신고래만 해도 1911년부터 1936년 사이 울산 해역에서만 1,306마리가 일제의 포경으로 희생되었습니다. 일본은 고래의 바다 동해와 흑산도해역 등 한반도 전역에서 고래 씨를 말리는 포경을 자행했습니다. 일제가 한반도 근해에서 학살한 대형 고래만 8천 마리에 달합니다.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 2017107일자 기사 참조)

해방 이후 일본의 포경을 이어받은 것이 울산 등지의 어민들이었지만 이미 과도한 포획으로 대형 고래들은 대부분 사라지기 시작했고, 한 때 한국에 번성했던 귀신고래는 이제 바다에서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급해진 당국은 1962년 울산 앞바다를 귀신고래 회유해면으로 명명하고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하며 이곳에 고래들이 돌아오기를 소망하지만 한 번 사라진 대형 고래들은 다시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귀신고래가 한국 해역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1977년입니다. 일제가 패망한 이후 고래잡이 도구와 시설을 넘겨받은 한국의 포수들은 대형 고래류 가운데는 가장 작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원래는 거들떠도 안 보던 밍크고래까지 마구잡이로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실은 고래잡이는 한국의 전통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고래잡이는 본질적으로 학살의 기억이자 부끄러운 과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이를 받아들여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고 포경국에서 고래보호국으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는 부끄러운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잊어버리면 안 되겠지만, 포경은 우리가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지, 유산이나 전통이 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전통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우리가 기리고 계승할 의미가 있는 것에 한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경은 우리가 기리며 계승해야 할 것이 아니며 그래서 전통이라서 불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많은 종들이 멸종위기에 처하며 생물다양성이 위협을 받는 시기에 해양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는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이제부터라도 고래보호라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으며, 포경이라는 과정의 잘못된 전통과는 완전히 단절해야 합니다.

6. 위대한 생태적 전환
이제 우리에게 포경이라는 오래된 적폐를 청산할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현재 고래고시는 고래고기 유통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고래보호국이고 싶지만 고래고기는 유통을 허락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 전 세계에서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 고래고기를 먹어온 습성이 있는 나라는 당당하게 포경국임을 선포합니다. 과거 포경국이었으나 고래고기를 먹는 습성이 없는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들은 적폐를 청산하고 고래보호국으로 전환하여 국제포경위원회에서 적극적인 고래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만 중간에 껴서 애매한 입장에 처했습니다. 이 모순은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폭될 것이 확실합니다. 고래고기를 먹으면서 고래를 보호하는 나라는 세계에 없습니다. 국제포경위원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자료를 근거로 프랑스의 AFP 통신이 제작한 뉴스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이 유일한 대형고래 밀렵국입니다. 대형 고래를 잡는 다른 나라들은 최소한 자국의 법률에 의해 포경이 합법인데, 한국은 자국 법률로 포경을 불법으로 해놓았지만 밍크고래라는 대형 고래 밀렵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오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심각히 부끄러워야 할 일입니다.

고래고기를 먹으면서 고래 관광을 하는 것도 모순적입니다. 울산이 고래도시가 되려면 고래고기 유통을 없애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습니다. 일본 다이지마을에 직접 방문해보니 고래고기 식당이 널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래관광을 오는 일본인들이 많았습니다. 다이지마을에서 일본 관광객들은 고래고기를 먹고, 돌고래쇼를 보고, 수조에 갇힌 중형 고래들을 봅니다. 그곳에서는 흑범고래, 들쇠고래, 큰머리돌고래, 낫돌고래, 큰돌고래, 점박이돌고래 등을 지속적으로 살육하고 포획합니다. 일본 다이지 앞바다가 쿠로시오해류를 따라 고래류가 이동하는 주요 길목이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을 잡게 되고, 이 다양한 고래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고래고기로 유통시키는 것입니다. 일본 다이지마을은 울산 장생포와 닮은 구석이 많았습니다. 이후 장생포가 다이지를 그대로 모방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이지 구지라박물관이 장생포고래박물관의 원형입니다. 하지만 다이지마을은 고래 포획의 잔인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고 있습니다. 2015년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가 다이지 돌고래의 반입을 전면 금지시킨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고래도시를 표방하는 울산은 지금까지 고래고기, 돌고래쇼, 불법포획이 횡행하는 고래학대도시였음을 솔직히 고백해야 합니다. 울산이 진정한 고래생태도시가 되려면 지금이라도 다이지와의 정신적 유대관계를 끊고 진정한 고래보호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 출발은 고래고기 유통을 금지와 돌고래쇼 중단 및 돌고래 방류를 정책 목표로 두는 것입니다. 고래고기 유통은 당장 중단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예를 들어 5년간 고래고기 식당 숫자와 혼획 고래 숫자를 절반 이하로 줄일 것을 목표로 삼고 유통증명서 발급 쿼터제 도입, 고래고기 식당 업종 전환 유도를 위한 장려금 지급, 수협 위판 고래의 경매가 50% 이상을 해양보호기금으로 징수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징수한 돈으로는 그물에 걸린 고래를 살려주는 어민에게 적당한 금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손상된 어구에 대한 손실보전을 해주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10년 후에는 혼획된 죽은 고래도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불법으로 포획된 고래의 시중 유통을 허락하고 경매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제도는 즉시 중단시킬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고래고기를 소비하는 사람이 범죄에 동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절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이번 울산지검 주최 고래고기 유통 세미나를 통해 많은 정책적 대안들이 제시되었습니다. 이 제안들을 모두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도 고래고기 유통의 투명성이 약간 증대되는 등의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고래고시라는 법령은 근본적으로 모순덩어리여서 아무리 개정한다고 해서 진정으로 고래를 보호하지 못하고 보호한다는 시늉에 그칠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이 고래보호국을 표방하면서도 고래고기를 먹는 관습과 과감히 단절하려는 용기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쉽고 간단한 대안은 밍크고래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고래고기 소비는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며, 고래고기 유통은 서서히 사라질 것입니다. 이제 한국은 과거처럼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해서 고래를 잡을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공장식 축산업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누구나 부담 없이 육류 섭취가 가능해졌습니다. 더 이상 중금속으로 오염된 고래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동물권과 동물복지의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고래고기와 영원히 단절하는 이 위대한 생태적 전환을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새로운 전통을 마련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급격한 변화는 저항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전환 과정을 순탄하게 만들 수 있는 유예조항들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은 단순히 한 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대형 고래들이 한국 해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사전 조치에 해당합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8년 한국계 귀신고래를 사진으로 찍으면 500만원,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한 개체를 신고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아직 상금을 탄 이가 없습니다. ‘살육터를 떠나버린 귀신고래는 영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해역에서 자취를 감춘 참고래, 북방긴수염고래, 대왕고래 등도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밍크고래를 더 이상 잡(아먹)지 않고 잘 보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선포하고, 바다를 잘 가꿔나간다면 언젠가 사라진 대형 고래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대형 고래들이 마음껏 헤엄치며 살았던 고래의 바다를 복원하고 싶습니다.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가 경탄했던 그 아름다운 바다를 되살리려면 고래의 개체수가 급감한 지금은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절대적인 고래보호 정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끝)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