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태지 기증에 따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입장문

태지가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 쇼에 동원되고 있다. 가운데가 큰돌고래 태지. 촬영 핫핑크돌핀스

큰돌고래 태지 기증에 따른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입장문

-태지는 제돌이 다음으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돌고래
-퍼시픽랜드에 남는 것이 태지를 위한 ‘최선’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은 사실과 다름
-현상황에서 태지를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길 곳이 없을 뿐
-해양포유류 전문가 나오미 로즈 박사, 한국에도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 ‘가능성 있음’을 확인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시민단체들 지난 2년간 태지를 위한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촉구
-공공기관이 해외에서 수입한 쇼돌고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태지가 가진 상징적 중요성
-태지에 대한 처우는 한국 시설에 갇혀 있는 38마리 고래류에 대한 ‘가늠자’가 될 것임
-하루속히 국가차원의 해양동물 보호센터 건립해야

‘서울시의 마지막 돌고래’ 태지의 공식적인 관리권이 퍼시픽랜드로 이양되었다. 태지는 일본의 돌고래 학살지 다이지 마을에서 포획되어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장으로 수입된 큰돌고래로서, 태지에 대한 처우는 공공기관이 해외 수입 쇼돌고래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선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상징적 중요성을 갖는다. 서울시는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되어 반입된 남방큰돌고래들은 모두 자연방류하였지만, 해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에 대해서는 다른 시설에 위탁 사육을 맡기며 기증했기 때문이다. 

핫핑크돌핀스는 태지가 기증된 2017년 6월 이후 서울시와 퍼시픽랜드 사이에 맺은 위탁 사육 계약의 공개를 위해 노력해왔다.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7월 서울시가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기증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견하고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으나, 서울시는 “민간기업과의 계약내용”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핫핑크돌핀스는 이후 여러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대공원 관계자와의 면담과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등을 진행하고 태지의 기증 계약 내용을 공개할 것과 서울시의 책임 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해왔다.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11월 퍼시픽랜드가 수조 전체 구조변경 공사를 하면서 태지를 비롯한 돌고래들을 먼지가 날리고 커다란 소음이 들려오는 공사장 수조에 그대로 방치해둔 실태를 적발하고 관계 기관이 단속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계속해서 핫핑크돌핀스는 2018년 1월 태지가 퍼시픽랜드에서 다른 돌고래들과 함께 돌고래 쇼에 동원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하고 쇼에서 배제시킬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돌고래바다쉼터추진시민위원회 소속 단체들과 함께 퍼시픽랜드를 인수한 당시 호반건설 측에 돌고래 쇼의 중단과 사업전환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핫핑크돌핀스가 태지에 대한 본질적인 대안 마련과 함께 개체의 복지에도 신경을 썼던 이유는 태지가 가진 상징적 중요성 때문이다. 태지는 2013년에 성공적으로 고향 제주 바다로 야생방류된 제돌이 이후 다시 한 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돌고래였으며, 태지에 대한 처우는 한국 시설의 다른 사육 돌고래들에게도 미치는 반향이 클 것이다.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를 받아들인 서울시는 지난 몇 달간 태지의 대책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단체 및 각계 전문가 및 해외 인사들을 초청하여 다섯 차례 토론회와 현장 답사를 진행하였다. 몇몇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몇 차례의 토론 과정에서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적이 없다. 그리고 태지가 이대로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여생을 보내다 폐사하도록 내버려두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당장 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방안이 없고, 해양수산부가 돌고래 바다쉼터 안을 당장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사회적 대타협에 의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퍼시픽랜드에 둘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토론 과정을 통해 서울시는 태지를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퍼시픽랜드에 영구 기증하여 태지가 삶을 좁은 수조에서 마감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몇 가지 보완장치가 마련되었다는 것이 합의된 결론이다.

그 합의된 결론에 따르면 좁은 수조에서 지내고 있는 태지를 위해 추후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또는 야생방류 등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면 서울시와 퍼시픽랜드가 이를 수용하기로 하였다. 또한 서울시는 이런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 시민단체, 정부 및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기 전까지 퍼시픽랜드 수조에서 지내야 하는 태지를 위해 동물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태지를 수중공연과 사진찍기에서 배제하기로 하였으며, 수의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태지가 번식에 참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시민단체와 서울시가 토론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사육시설의 고래류를 제대로 관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중앙정부 부서인 해양수산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였다. 핫핑크돌핀스가 나서서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를 몇 군데 선정해 수 차례 답사하고 자료조사를 하여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 제안서를 해양수산부와 각계 전문가들에게 제출하였는데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현장 조사도 벌이지 않은 채 이를 묵살하였다. 돌고래 폐사가 이어지던 2017년 시민단체들이 전수조사를 통해 동물학대의 정황을 고발하였음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무슨 조치를 취했는가?

이에 반해 이탈리아 정부는 돌고래 수족관 허가 기준과 시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돌고래 학대 사실이 드러난 리미니(Rimini) 돌고래 쇼장을 폐쇄하도록 2015년 1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시민단체와 함께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도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돌고래 복지 선진국이었던 한국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양동물 구조 치료 업무를 사설 수족관에게 맡긴 채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가 국립 해양동물 보호센터 설립을 통해 보다 책임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해양포유류 전문가이자 국제포경위원회 과학위원인 나오미 로즈 박사는 핫핑크돌핀스의 제안에 따라 서울대공원 관계자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4월 9일 제주도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 일대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에 대한 현장답사를 진행하였다. 이날 이뤄진 현장 조사에서 나오미 로즈 박사는 오조리 일대 내수면 지역이 수심이 얕은 단점이 있지만, 준설 등을 통해 수심을 깊게 할 경우 돌고래 바다쉼터로서의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하였다. 게다가 한국은 일반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돌고래 바다쉼터를 마련하기에 좋은 조건은 아니라고 말한 것도 사실이지만 서해안과 남해안의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선 지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태풍의 영향에서 자유롭고 바다쉼터를 만들기 적절한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히 인정하였다. 나오미 로즈 박사는 한국의 모든 해안선을 답사한 입장이 아니므로 한국 해안에 바다쉼터 조성이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단언하여 말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돌고래 바다쉼터 조성을 위한 적절한 후보지 찾기는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서울시가 퍼시픽랜드에 태지를 기증하고 손을 떼려고 했던 기존의 모습을 버리고, 협약서에서 약속한 것처럼 해양수산부와 함께 사회적 협의체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그리고 호반호텔엔리조트는 자회사 퍼시픽랜드가 과거 20여 년간 제주 바다에서 국제보호종 돌고래를 불법포획해 쇼장에 넘기며 이익만 추구해오다가 법원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사실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호반호텔엔리조트가 돌고래를 수조에 가두고 오락거리로 삼는 등 동물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채 돈벌이와 말초적 오락만을 좇아온 관행을 중단하고,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돌고래 쇼장을 영구 폐쇄할 것을 요구한다.

일곱 마리의 남방큰돌고래 제주 바다 방류와 태지에 대한 대책 마련 과정을 통해 돌고래를 노예처럼 착취해온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로 회귀할 수 없다. 이제 태지가 비좁은 돌고래 쇼장의 수조에서 하루속히 탈출해 바다와 같은 넓은 환경에서 돌고래 본성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도 한국 시설에 갇혀 있는 38마리 고래류를 모두 해방시키기 위해 관련된 모든 이들과 굳게 손잡고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과 야생방류 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19년 4월 15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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