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체험’ 어디에도 교감은 없었다

마린파크 ‘돌핀 스위밍’은 체험 참가자들이 돌고래의 등 지느러미를 잡고 수조를 헤엄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애니멀피플 기사 전체 읽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94060.html

[애니멀피플] 지난 4월30일 낮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마린파크’에 들어서자 강한 소독약 냄새가 풍겨왔다. 로비에서 이어지는 1층 실내 수조 안에는 큰돌고래 낙원이와 달콩이 두 마리가 눈에 띄었다.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돌고래들은 여느 수영장 풀보다 좁아 보이는 수조에서 가만히 잠겨 있다가 이따금 떠오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돌고래와의 감동적인 교감’을 느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 돌핀 스위밍에 참가해보았다. 참가자는 기자를 포함한 성인 2명과 8살 안팎의 어린이 2명. 20~30분 정도 이어지는 해당 프로그램은 헤엄치는 돌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잡고 가로 22m, 세로 18m 크기의 풀을 서너번 돌고, 직접 먹이를 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돌고래의 피부를 만지고 위에 타 본다고 해서 그들과 교감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만, 회전 횟수가 늘어날수록 60kg이 넘는 성인을 매단 돌고래의 움직임이 점차 무뎌지는 것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애피와 함께 현장을 찾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돌고래들이 모두 완벽한 정형 행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실내 수조에서 체험을 맡은 돌고래들의 경우 삶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호흡을 위해 잠깐씩 수면으로 올라올 뿐 대체로 가만히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언제 폐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돌고래를 고난도 쇼에 동원하는 곳도 있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퍼시픽랜드’는 돌고래뿐 아니라 원숭이와 바다사자까지 한 무대에 올리고 있었다. 30일 오후 4시30분 퍼시픽랜드 마린스테이지 공연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 관객들로 전면 좌석이 절반 정도 채워졌다.

이날 마지막 회차였던 이 공연에서는 돌고래가 쇼를 거부하는 듯한 행동도 계속 목격됐다. 수조 밖 무대에 오른 ‘대니’는 다시 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 조련사의 손에 밀려들어 갔다. 공연 후반부로 가자, 아예 수조에서 사라진 돌고래도 있었다.

“감정을 표현하는 돌고래 친구들이랍니다. 가끔 이렇게 하기 싫을 땐 안 하거든요.” 조련사는 동물도 감정이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도 동작을 위해서 “더 많은 박수 소리가 필요”하다는 모순된 주문을 외치고 있었다.

조약골 대표는 “쇼 동물들도 파업을 한다. 세계 어느 돌고래 쇼든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실제로 공연 중간에 쇼를 거부해서 10분 동안 중단됐던 사례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돌고래에게는 쇼가 바로 식사시간이다. 그 외 시간에 따로 먹이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야생에서 처음 포획됐을 때 죽은 생선을 받아먹을 때까지 몇달씩 굶겨가면서 묘기를 부리도록 유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찾아간 수족관들은 모두 동물의 생태와 교육, 교감을 내세웠다. 과연 이러한 동물쇼가 야생동물의 생태를 잘 전달해 주고 있을까? 국제환경단체인 ‘고래와 돌고래 보존협회’(WDCS)는 〈2011 유럽연합 돌고래 수족관 보고서〉에서 유럽연합 내 18개의 돌고래쇼장의 공연 내용을 분석했다.

교육용이라고 포장을 두른 돌고래쇼는 전혀 교육적이지 않았다. 조사 대상의 70%는 돌고래의 신체 부위를 설명했지만, 멸종위험도를 알려준 쇼는 하나도 없었다. △돌고래의 종 △임신과 출산 △사회생활 양태 등도 설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애피가 찾아간 세 곳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항 서울대 교수(수의학)는 “동물쇼는 사람이 동물을 길들여 애완동물처럼 삼아도 된다는 잘못된 소유욕을 부추길 수 있다”고도 말한다.

2019년 현재 국내 고래류 사육시설은 모두 7곳으로 이 가운데 3곳이 제주에 있다.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고래를 만지거나 사진 찍고, 먹이를 주는 국내 수족관은 3곳(거제씨월드, 마린파크, 퍼시픽랜드) 중 2곳 또한 제주에 자리 잡고 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