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방큰돌고래…시민 SNS에 과학이 ‘팔로’하다

제돌이, 춘삼이 등 돌고래 방류를 기념하면서 경향신문에서 특집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와 함께 핫핑크돌핀스도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었고, 사진들도 제공했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연중 연안 가까이에 서식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시민과학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보격차와 간극이 좁아지기 때문에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가 자연스레 허물어지며 다양한 생태 연구 분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경향신문 원문 읽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190715001

#제주 #남방큰돌고래…시민 SNS에 과학이 ‘팔로’하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2019.07.19

SNS 게시글 중 ‘목격 정보’ 분석
대정읍 45.7% 구좌읍 11.7%순
실제 전문가들 조사 결과와 일치
‘시민과학’ 발전시킬 가능성 보여
“해상 관광은 서식지 교란 주의”

지난 5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모습. 2013년 방류된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숫자 ‘1’이 선명하게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2013년 방류된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 새겨진 숫자 ‘1’이 선명하게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AM 11시10분 옹포에서 협재로 돌고래 이동, 지금 판포나 금능 가면 볼 수 있을 듯.”

“#제주도 #해안도로, 도착 즉시 나타남, 너무 빨리 나타나 당황.”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남방큰돌고래’로 검색한 게시물의 내용들이다. 이처럼 제주 관광객들이 맛집, 인생사진 명소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에서 제주를 상징하는 ‘남방큰돌고래’ 목격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소셜미디어상의 목격 정보 자료가 실제 전문가들의 현장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 연구를 ‘시민과학’으로 확대·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와 이다솜 연구원, 손호선 센터장 등은 지난해 10월 한국수산과학회지에 게재한 ‘소셜미디어 정보를 활용한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분포 현황 파악’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래연구센터 연구진은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 가운데 남방큰돌고래 관련 게시물이 많이 올라온 네이버 제주도 여행 관련 카페 2곳과 인스타그램을 분석했다. 네이버의 제주도 여행 관련 카페 중에서는 회원 수가 많은 ‘느영나영’과 ‘제사모’를 분석 대상으로 삼아 카페 개설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등록된 ‘돌고래’ 관련 게시물을 검색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기능을 이용해 ‘남방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떼’ ‘제주돌고래’ 등을 검색했다. 네이버 카페의 제주 남방큰돌고래 관련 게시물 중 구체적인 발견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글은 모두 135건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남방큰돌고래 발견 제보 가운데 292건에서 발견일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행정구역별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가장 많이 목격된 곳은 서귀포시 대정읍이었다. 대정읍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목격했다는 게시물은 전체의 45.7%인 195건이었다. 이어 구좌읍이 50건(11.7%)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한경면(49건·11.5%), 성산읍(38건·8.9%), 서귀포시(34건·8.0%)가 뒤를 이었다. 고래연구센터가 실시한 남방큰돌고래 분포에 대한 정기조사에서도 발견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정읍과 구좌읍이었다.

대정읍은 2012년 이후 남방큰돌고래가 빈번하게 목격되는 곳이다. 특히 기존에 돌고래들이 주로 머물렀던 다른 지역들에 해상풍력발전 시설이 들어서고, 항구의 물동량이 증가하는 등 해양생태계를 교란·파괴하는 개발 행위들이 이뤄지자 대정읍에서 관찰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고래연구센터는 대정읍 연안이 다른 제주도 연안에 비해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박사는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가 실제 연구자들이 현장에서 조사한 정량화된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은 앞으로 남방큰돌고래의 분포 현황 파악뿐 아니라 다양한 생태 연구 분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2013년 방류된 춘삼이(숫자 ‘2’가 새겨진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로 추정되는 개체가 함께 헤엄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월별로는 5월이 57건으로 발견 빈도가 가장 높았고, 9월 55건, 6월 54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9월 이후부터 발견 빈도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1월에는 11건으로 연중 가장 낮은 발견 빈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봄·가을에 월별 발견 빈도가 높고, 겨울철에 낮은 점에 대해 “남방큰돌고래는 연중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므로, 발견 빈도는 돌고래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바람에 의한 파고 변화, 강수량, 햇빛 수면 반사 등 발견율에 영향을 미치는 관찰 환경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카페와 인스타그램 모두 2014년 이전까지는 남방큰돌고래 발견 게시물이 매년 1~5건으로 적었으나 2014년 13건, 2015년 38건, 2016년 93건, 2017년 269건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이 시기는 2013년 제돌이·춘삼이·삼팔이 방류, 2015년 태산이·복순이 방류 등으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던 때와 일치한다.

지난달 30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연안에서 포착된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고래연구센터 연구진은 돌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상에서의 관찰 외에 해상에서 돌고래를 직접 만나는 관광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육상에서 돌고래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며 관찰하는 방식의 관광은 돌고래와 접촉이 없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며 “그러나 해상에서의 돌고래 관광은 선박 자체의 물리적 위험요인이나 운행 중 발생하는 소음 등 인위적인 서식지 교란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에서 2006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고래관광의 대상이 된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14.9% 감소했다. 김 박사는 “남방큰돌고래 보존을 위해 해상 돌고래 관광업에 대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서식지 교란을 방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분포 현황을 주기적으로 파악해 관광객들이 육상에서도 쉽게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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