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구하러 갑니다, 멸종위기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커버스토리] 돌고래 쇼 안 보고, 고래 고기 안 먹고 우리가 나서야 제주 돌고래 구할 수 있어요 https://sojoong.joins.com/archives/26964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태산이, 금등이, 대포…. 이 이름들을 들어본 적 있나요. 바로 불법포획돼 돌고래 쇼 등에 이용되다 바다로 돌아간 제주 남방큰돌고래 7마리의 이름입니다. 남방큰돌고래 중에서도 제주 근처에 살아 제주 남방큰돌고래라고 부르죠. 제주 돌고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는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남방큰돌고래 중 가장 작은 무리를 이루고 사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알아볼까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핫핑크돌핀스, 동행취재=이지민(서울 내발산초 5)·정가희(제주 아라초 6)·조온유(서울 대곡초 6) 학생기자, 참고도서=『제주 바다의 터줏대감 남방큰돌고래』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

2018년 2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나타난 남방큰돌고래들. [핫핑크돌핀스]

제주도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바닷가에서 쉽게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돌고래를 부르는 말도 따로 있어요. 제주 서남부에서는 주로 수애기, 동북부에서는 ᄀᆞᆷ() 불렀죠. 특히 돌고래와 자주 접한 해녀들은 오래전부터 ‘돌고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면 머지않아 큰 바람이 분다’, ‘돌고래 뒤에는 상어가 따라온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도 호기심 많은 돌고래들은 해녀들이 바닷속에서 작업하면 다가와 줄을 잡아당기거나 합니다. 해안에서 10m 이내로 접근할 때도 있고요.

호기심도 많고 친화력도 좋은 남방큰돌고래는 그래서 동물원·아쿠아리움 등에서 많이 사육됩니다. 혼획(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다른 종이 잡히는 것) 및 불법포획돼 전시·공연에 이용되는 거죠. 2009년 제주도 연안에서 불법포획돼 서울로 팔려가 쇼 돌고래가 된 제돌이가 대표적이죠. 제돌이는 국내 동물원에서 야생으로 방류된 첫 사례예요. 제돌이를 비롯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다시 제주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한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황현진 공동대표를 소년중앙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바다로 돌아온 춘삼이가 새끼 돌고래와 함께 있는 모습. [핫핑크돌핀스]

-언제부터 돌고래 보호 활동을 하셨나요. 돌고래를 보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황현진(이하 황):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해서 환경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2011년 국제 보호종인 돌고래가 불법포획돼 20년 동안 쇼에 이용됐다는 뉴스를 보고 제주도로 갔죠. 쇼장 한쪽에서 목욕탕보다 좁은 수조에 갇힌 돌고래를 보고 바다로 돌려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돌고래 쇼장 앞에서 “돌고래 쇼를 보지 않아야 불법포획된 돌고래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외치며 1인 시위를 했어요. 부끄러움도 많고 낯가림도 심한 편이지만 바다를 앞에 두고 갇힌 채 고통받는 돌고래를 보며 용기를 낸 거죠. 그렇게 몇 달 시위하다 근처 강정마을에서 조약골 평화활동가를 만나 핫핑크돌핀스를 만들었어요.

조약골(이하 조): 당시 강정마을에선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었어요. 온갖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사는 구럼비 바위를 비롯한 강정 앞바다가 기지 건설로 인해 시멘트로 뒤덮일 판국이었거든요. 당시 강정 앞바다를 보금자리 삼아 뛰노는 돌고래들을 보고 해양 생태계가 살아있구나, 고래가 사는 바다를 지켜주겠다 다짐했죠.

지난 6월 대정읍 압바다에서 관찰한 제돌이와 친구들. [핫핑크돌핀스]

-핑크색 돌고래를 떠올리게 한 ‘핫핑크돌핀스’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황: 핫핑크돌핀스, 어떤가요.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죠. 더 잘 기억하고 떠올리게 한다면 활동 메시지를 전하기도 쉽고요. 붉은색 계열이 주는 강렬한 힘이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 생명력을 담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색이기도 해요. 저희가 해양환경단체라고 하는 건 보통 환경단체가 육상 중심이라서인데요. 바다 친구도 위기인데, 다른 활동보다 응원도 부족하고 왠지 멀게 느껴지죠. 그런 사실을 알리려는 취지입니다.

-돌고래 보호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조: 엄청 많은데,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수족관 돌고래를 원래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 둘째는 해외 돌고래를 수입 못 하게 하는 것, 셋째는 야생 돌고래의 서식지를 지키는 거죠.

황: 지금 소년중앙 학생기자 여러분과 인터뷰하는 것도 활동 중 하나예요. 기사를 통해 수족관 돌고래 문제를 널리 알리는 거죠. 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돌고래 사육시설이 더 생기지 않도록 기자회견도 하고, 고래 사냥을 하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도 하죠.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바다 개발, 쓰레기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해양수산부 등에도 촉구해요. 왜 돌고래를 보호해야 하는지, 수족관에서 사육하면 안 되는지 시민 대상 캠페인도 하고요.

-돌고래가 수족관에 사는 것이 나쁜 이유와 돌고래가 잘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은 뭔가요.

황: 여러분이 방에 있는데, 누가 계속 와서 본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돌고래들은 움직일 공간도 마땅치 않은 곳에 감금당한 채 눈부신 조명을 피해 숨을 수도 없죠. 실내 수족관은 절대로 야생 조건을 맞출 수 없어요. 야생에선 살아있는 물고기를 마음껏 잡아먹는데, 수족관에선 죽은 생선을 묘기 부릴 때나 줘요. 그러다 영양실조 걸리는 경우도 많아 약을 넣어 먹이죠. 고래들은 헤엄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좁은 데 갇혀있다 보니 창살을 물어뜯거나 해서 치아도 상하고요. 또 소통을 전혀 할 수 없죠. 고래들은 초음파로 말하는데, 초음파가 벽에 반사돼 돌아와 청력도 손상돼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모든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요. 북극 근처에 사는 흰 고래 벨루가는 바다의 카나리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수다스럽지만 수족관 안에선 말이 없죠. 또 수족관에선 북극 바닷물과 같은 온도를 맞추기도 어렵고요. 야생 돌고래 수명은 종에 따라 30~50년 정도인데, 수족관에선 절반도 안 돼요. 죽으면 쓰레기처럼 소각·매립되고요.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바다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곳입니다.

돌고래 보호 나선 이지민 소년중앙 학생기자.

제돌이와 친구들은 어떻게 바다로 갔나

이지민·조온유 학생기자는 황현진 대표와 제주 남방큰돌고래 관련 보드게임 ‘돌고래를 바다로’ 개발 현장을 찾았어요. “재미뿐 아니라 사회 이슈를 담아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는 “2017년엔 네팔 대지진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모바일 게임을 내놨고, 올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알리는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했죠. ‘돌고래를 바다로’ 보드게임도 마찬가지고요.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대표와 ‘돌고래를 바다로’ 보드게임을 제작 중인 겜브릿지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며 제돌이와 친구들이 어떻게 바다로 돌아갔는지 알아봤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현진 대표, 조온유·이지민 학생기자, 김소은 라운드 트라이앵글 대표,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

핫핑크돌핀스는 수족관 해방 운동 1년째인 2012년부터 매년 7월 20일을 ‘남방큰돌고래의 날’로 정해 시민들에게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와 해양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데요. 더 쉽고 재밌게 제돌이와 돌고래들에 대해 알리려 게임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날 온유와 지민이는 불법포획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게임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했어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고민하며 핫핑크돌핀스와 우리나라 고래도감 포스터를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 라운드 트라이앵글의 김소은 대표가 진행을 맡았죠.

게임은 카드에 적힌 제돌·춘삼·삼팔·복순·태지의 마음을 듣고, 환경운동가·시민·공무원·해녀 등 여러 캐릭터들의 활동을 조합해 점수를 내 수족관에서 바다까지 한 칸씩 나아가는 식이에요. 5마리 중 자신의 짝꿍 돌고래를 먼저 바다로 보내면서 5마리 모두 바다로 가야 성공이죠.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돌고래를 도울 수 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어요. 온유는 “기자 카드를 뽑았을 때, 기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감을 말했죠. 지민이는 “조금 쉬운 편이라 바다 가는 과정 칸 수를 늘리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고요. ‘돌고래를 바다로’ 게임은 11월 출시를 위해 작업 중입니다.

-제돌이처럼 바다로 간 돌고래가 잘 사는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돌려보내는 과정도 궁금해요.

조: 수족관에서 바로 바다로 가는 건 아니에요. 여러 과정을 거쳐 건강을 되찾고, 보통 3개월 정도 야생 적응 훈련하고 방류하죠. 태산·복순이의 경우 우울증이 심했어요. 치료약도 의사도 없어 서울서 임시 보호하다 훈련하러 함덕 가두리로 옮겨졌는데, 바다에 들어간 순간 돌아온 걸 알고 상태가 나아졌어요. 우울할 땐 그냥 둥둥 떠있곤 하는데, 물속으로 바로 헤엄친 거예요. 야생의 본능을 완전히 잃지 않은 거죠.

쇼 돌고래로 이용되던 제돌이와 친구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돌고래를 바다로’ 보드게임은 11월 출시 목표로 작업 중이다.

황: 제돌이의 경우 제주에서 서울로, 다시 제주로 긴 여정을 거쳤어요. 상자에 실려 무진동 트럭을 타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트럭을 타고 갔죠. 수족관에서 먼저 산 물고기 사냥 훈련을 해요. 제주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주면, ‘아, 내가 전에 먹던 거네’ 하는 거죠. 4년 동안 수족관에 있었으니 야생성이 떨어졌을 거라 걱정했는데, 제주 물고기를 제일 먼저 잡아먹더라고요. 요즘도 제주 앞바다에서 관찰한 적 있죠. 사람들 손 지문이 다 다르듯, 돌고래는 등지느러미를 보면 알 수 있어요. 또 방류 돌고래 일부는 숫자 표시도 있죠. 제돌이는 1이 찍혔고, 2가 찍힌 춘삼이는 더 자주 봅니다. 불법포획 돌고래 중 제주 남방큰돌고래 7마리만 바다로 돌아갔어요. 어리고 잡힌 지 얼마 안 된 제돌이부터 5마리 방류에 성공하니 나이 많은 금등·대포도 방류할 수 있게 됐죠. 이 둘은 방류 후 관찰된 적은 없는데, 사체도 발견되지 않아 사람 없는 곳으로 간 게 아닐까 해요.

쇼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을 보드게임으로 만들고 있는 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와 함께 게임을 시연하며 돌고래 보호 활동에 대해 알아본 이지민(가운데).조온유 학생기자.

-제돌이 등 일곱 돌고래는 바다로 돌아갔지만 여전히 돌고래 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른 돌고래도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조: 어려움이 많아요. 지금까지 제주가 고향인 돌고래를 돌려보냈는데요. 일본·러시아에서 수입한 경우 원서식지에 방류하기 어렵죠. 생존 확률이 떨어질 수도 있고, 일본 다이지의 경우 또 잡힐 수도 있죠.


황: 다른 나라 바다라서 외교 문제, 또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서식지 방류가 어렵다면 야생과 비슷한 바다 쉼터를 만들어 돌고래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최근 방류를 결정한 벨루가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거예요.

돌고래 보호 나선 조온유 소년중앙 학생기자.

우리나라에선 현재 어떻게 해양동물을 보호하나요.

황: 해수부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종, 위기에 처한 종 등을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해 함부로 포획·채취·훼손할 수 없게 해요. 문제는 그 피해를 관찰하기 어렵고, 증명하기는 더 어려운 거죠. 예를 들어 돌고래는 배를 타고 보러 가는 것만으로도 소리 등에 스트레스받고 놀라서 피하다가 스크루 등에 다치거나 해요. 하지만 입증할 방법은 없죠. 바다엔 CCTV가 없으니까요. 핫핑크돌핀스가 매일같이 바다를 관찰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그런 관광 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에요. 고래 고기도 그렇죠. 혼획돼도 시장에 유통하는 걸 차단·폐기하면 우연히 그물에 걸린 고래를 익사할 때까지 방치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하지만 고래 고기 유통을 금지할 의지가 별로 없죠.

조: 단속도 강화해야 하고, 적발되면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등 총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필요합니다.

-일본은 계속 잔인하게 고래를 잡는데 이에 대해 압력을 가하거나 중지하게 할 수는 없나요.

조: 다이지 고래 사냥 시즌엔 활동가들이 모여 얼마나 돌고래를 학살하고 잡는지 기록하고 감시하고 전 세계에 알립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도 하죠. 우리나라는 2018년 잔인하게 포획된 돌고래 수입을 불허하는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다이지 돌고래 수입국 2위였어요. 이제 잔인하게 잡은 다이지 돌고래나 벨루가는 수입할 수 없게 됐죠.

황: 여러분도 매년 돌고래들의 피로 물드는 다이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을 한번 봤으면 좋겠어요.

제주에서 만나는 돌고래

핫핑크돌핀스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마지막 서식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근처에 지은 제주돌핀센터를 찾은 정가희 학생기자는 먼저 바다·돌고래 관련 책을 볼 수 있는 돌고래 도서관, 다양한 교육·행사 등이 열리는 해양생태 배움터 등을 살펴봤어요. 조약골·황현진 대표로부터 돌고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은 가희는 직접 돌고래 관찰에 나섰습니다. 이날 오전에도 요 앞바다에서 돌고래들을 봤다는 조 대표의 말에 들뜬 기분으로 바닷가 돌 위에 섰죠. 쌍안경을 꺼내 들긴했지만 연안성인 돌고래들은 해안에 꽤 가까이 접근해 맨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린이 교육 때 ‘고래 고향이 어디일까’ 물으면 ‘바다’라는 답이 잘 안 나와요. 수족관·동물원서 만나는 게 익숙한 거죠. 수족관 고래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본 적 없는 경우도 많고요.” 황 대표의 말에 가희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저도 그랬어요. 제돌이가 하는 쇼를 본 적도 있는데 조금 부끄럽네요.”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해양오염과 각종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계속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를 찾아보고 있는 정가희(오른쪽) 학생기자, 조약골(왼쪽)·황현진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돌고래가 어디 있을까 열심히 바다를 기웃대는데, 저쪽에서 배가 한 척 나타났습니다. 조 대표가 바로 관광선이라고 얘기했죠. 아까 나타났던 고래들을 보러 온 걸까요. 대정 앞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배를 피해 더 앞쪽으로 이동했지만, 결국 돌고래를 발견하진 못했죠. 돌고래는 소리에 예민해서 배가 온 걸 알고 멀리 도망갔을 거라고 조 대표가 설명했죠. 아쉬워서 조금 더 머물렀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해 철수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고, 돌고래를 만났을 때 주의점은 뭔가요.

조: 원래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었어요. 연안 개발이 가속화되며 서식지가 줄어들었죠. 한림·애월·구좌 등에도 많았는데, 요즘은 대정·구좌·성산 쪽에 머물며 먹이 활동을 해요. 나머지는 지나다니는 정도죠. 먹이를 주거나 만지거나 같이 수영하는 건 다 안 돼요. 야생동물은 자기가 사냥해서 먹어야 하는데 그런 본능이 퇴화되고 인간에 의존하게 되죠. 돌고래 관광한다고 배로 가까이 가는 것도 안 돼요. 돌고래가 먹이·휴식·놀이 활동하는 데 피해를 줍니다. 50m 이내 접근 금지라는 해수부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어요. 저희가 업체에 직접 전화하고 하지만 들은 척도 안 하죠. 선박 횟수 제한 등을 행정적 규제하는 외국처럼 해수부와 제주도 차원으로 규제가 필요합니다.

-요즘 해양쓰레기로 인해 많은 해양생물들이 고통받는데, 그런 돌고래를 보신 적 있나요.

조: 2012년 보도된 사례가 있어요. 제주 김녕 해안에 샛돌고래가 밀려온 거죠. 주민들이 왜 여기 왔을까 하고 바다로 돌려보냈는데, 다음 날 또 왔어요. 계속 기력을 잃고 오다가 결국 죽었는데, 배 속에 비닐 쓰레기가 가득했죠. 돌고래들은 해초·물고기·해면 등을 갖고 놀아요. 근데 2017년엔 비닐을 갖고 노는 돌고래를 봤어요. 폐그물도 문젠데, 꼬리나 등에 낀 폐그물을 떼려고 움직이다 오히려 자기 등지느러미를 자르게 되는 거죠. 버려진 폐그물·폐어구에 물고기나 바다거북, 돌고래가 걸려 죽기도 합니다.

돌고래 보호 나선 정가희 소년중앙 학생기자.

돌고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드는데, 해양오염 때문인지, 돌고래 사냥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요.

조: 해양오염 및 해수 온도 상승, 서식지 파괴, 폐그물 등 복합적이죠. 매년 2000마리 이상의 고래가 죽어가고 있어요. 쇼장에 보내려고 불법포획도 많죠. 제돌이를 비롯해 20여년간 수십 마리가 팔렸어요.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해도 누가 팔았는지 모르고 처벌도 잘 안 돼요. 야생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관행에 황 대표가 처음으로 ‘수족관 돌고래는 어디서 왔는지’‘쇼가 끝나면 돌고래는 어디로 가는지’ 물음을 던진 거죠. 그렇게 햇빛도 안 드는 좁은 수조에서 죽은 생선을 먹고 맘껏 헤엄도 못 치는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라는 캠페인을 시작한 거예요.

황: 선박 운항 자체가 해양생물에 좋지는 않아요. 크루즈·화물선 운항이 늘어난 바다에는 고래가 잘 안 가죠. 배에 부딪혀 다치기도 합니다. 수상스키 등으로 고래를 쫓아다니는 사람 때문에 지느러미가 잘리기도 하고요. 관광을 위해 고래 떼를 더 가까이 본다고 배로 쫓아가면 불안을 느끼고 휴식도 먹이 활동도 못 해요. 생체리듬이 깨지고 번식률도 줄죠. 새끼를 가진 어미의 경우 스트레스로 이상행동도 하고요. 엄마와 나를 누군가 스토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끔찍하죠.

돌고래 보호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힘든 일과 중요한 일을 꼽는다면요.

황: 누군가 우리 얘기에 공감할 때 보람차죠. 2011년 퍼시픽랜드 앞에서 혼자 시위할 때 그냥 지나쳐 가는 사람이 많았지만 “언니가 든 피켓 보고 우리 가족은 돌고래 쇼 보지 않기로 했어요” 말해준 어린이 덕분에 용기를 얻어 캠페인을 계속한 것처럼요. 가족·친구들도 불가능하다 했지만, 결국 아시아 최초인 제돌이를 포함해 7마리 돌고래를 돌려보냈어요. 실제도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갔을 때도 감동이었죠.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여주고, 공감하고, 응원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직접 못 하더라도 격려와 응원을 통해 더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으니까요.

조: 힘든 일도 많지만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 볼 때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람을 느끼죠. 제돌이가 최초다 보니 논란이 많았어요. 돌려보내면 죽을 거다, 수족관에서 관리 잘한다, 쇼를 계속 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돌려보내는 게 맞는 일이잖아요.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고요. 대정읍 같은 경우 정부가 나서 보호구역 지정 같은 정책을 펼 필요가 있어요. 제주도에선 대정을 해상 풍력발전 예정지로 정했는데, 인근 주민을 비롯해 해양생물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죠. 2012년 시작해 2017년 준공된 탐라해상풍력발전으로 한경읍 근처에선 돌고래들이 자취를 감췄어요. 서식지 파괴가 이어지면 110~120마리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멸종할 수도 있어요. 10년 뒤엔 못 만날 수도 있는 겁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마지막 서식지로 꼽히는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근처에 지은 제주돌핀센터를 찾은 정가희(가운데) 학생기자가 황현진(오른쪽)·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와 고래 이야기를 나눴다.

-소중 독자처럼 어린이·청소년이 돌고래 보호 활동을 도울 방법이 있을까요.

황: 먼저 이제부터 수족관에 가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이 안 오면 돈이 안 되고, 그럼 고래를 잡아가지 않겠죠. ‘동물을 좋아해서’‘보고 싶으니까’라고 말하는데요. 공룡을 좋아한다고 해서 살아있는 공룡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하진 않잖아요. 고래도 모형·3D·VR·다큐멘터리·책 등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요. 살아있는 존재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을 활용하면 되죠. 만나고 싶은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거예요. 저희가 돌고래 서식지 근처에 돌핀센터를 만든 것도 ‘진짜 살아있는 고래를 바다에서 만나세요’란 의미예요. 또 해양 포유류를 법적으로 보호할 체계가 없으니 국회의원·해수부 등에 고래 보호법을 만들어 달라고 편지 쓸 수도 있고요.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환경·동물 보호단체 등이 계속 모니터링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용돈을 모아 후원할 수도 있죠.

약 120마리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무리를 이루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조: 고래를 오락이나 먹거리가 아닌 소중한 친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해요. 아쿠아리움 체험학습 가기 싫다고 교장선생님께 건의하고, 비윤리적 업체에 가게 하냐는 성명을 내서 결국 폐지하게 된 경우도 있죠. ‘다 가는데 나만 안 가면 이상하지 않나’ 생각 말고, 수족관에 갇힌 고래에게 뭘 배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시위에 나가고 피켓을 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돌고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주변에 많이 알리고, 토론 주제로 삼아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요. 또 주변에 고래 고기를 먹는 어른이 있다면 말리세요.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 몸엔 중금속·미세플라스틱도 많아 건강에도 나쁘죠. 우리 친구 고래와 계속 지구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평소 돌고래나 억울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동물에게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 취재로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대표님과 인터뷰하며 많은 궁금증을 해결하여 즐거웠습니다.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들을 위해 홀로 1인 시위를 한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돌고래 쇼를 보러 가지 않기로 한 꼬마 이야기는 정말 감동이었죠. 많은 돌고래들을 위해 힘쓰는 핫핑크돌핀스가 번창하고, 돌고래들도 모두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이지민(서울 내발산초 5) 학생기자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매년 폐그물에 걸려 죽는 돌고래가 2000마리라는 불편한 진실이었어요.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느꼈죠. 작은 실천이라도 돌고래를 돕고 싶어 취재 후 더 신중히 분리수거하고 친구들에게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렸죠. 이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을 보면 ‘신기하다’ ‘귀엽다’보다 ‘불쌍하다’ ‘바다로 돌려보내주고 싶다’ 생각할 것 같아요. 취재 날 직접 돌고래를 보지 못해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젠 돌고래들을 돈을 내고 수족관에서 관람하는 것이 아닌, 바다에서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정가희(제주 아라초 6) 학생기자

취재 전에는 ‘수족관이 돌고래에게 더 좋은 환경이 될 수도 있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인터뷰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해 대화하는데 수족관은 초음파에 방해가 된다는 것과 죽은 생선을 주며 그 안에 영양제를 넣는 것이 그 이유였죠. 처음 들은 말이라서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돌고래 이름이 귀엽다고 느꼈는데요, 각각의 이름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었죠. 예를 들어서 삼팔이는 38번째로 불법포획된 돌고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포획된 지역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많았죠.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돌고래에 대해 접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조온유(서울 대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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