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망 그물에 LED 등(燈) 달아 바다거북·돌고래 보호

뜸줄에 10m 간격으로 등 달자 그물코에 걸리는 사례 60~70% 줄어

바다거북·돌고래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자망그물 뜸줄에 단 LED 등
[프로델피누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물고기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설치해 그물코에 걸리게 하는 그물인 ‘자망(刺網·걸그물)’에는 바다거북이나 돌고래 등 보호해야 할 해양 동물이 걸려 엉뚱한 죽음을 맞는 일이 잦다. 자망 피해로 개체 수마저 감소하는 상황인데, 자망 윗부분에 LED 등을 설치하면 바다거북이나 돌고래가 그물코에 걸려 죽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시터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과 페루 환경보호 단체 ‘프로델피누스(ProDelphinus)’ 연구팀은 LED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다거북과 돌고래가 자망에 걸리지 않게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생물학적 보존’에 발표했다. 자망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형 어선이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바다거북과 돌고래 등이 자망에 걸려 죽는 사례가 많지만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연구팀은 앙콘을 비롯한 페루 3개항에서 2015년부터 2018년 사이에 소형 자망 어선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각 그물은 뜸줄에 10m 간격으로 LED를 부착했다. 그 결과, LED를 단 자망에 걸리는 바다거북은 70% 이상 줄어들었으며, 돌고래를 비롯한 작은 고래목 동물도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망을 이용해 잡으려고 했던 목표 어종의 어획량은 줄어들지는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LED가 바닷새가 그물에 걸리는 것을 약 85% 줄일 수 있다는 앞선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프로델피누스 제공]
[프로델피누스 제공]

논문 저자인 알레산드라 비엘리 연구원은 “자망 어업은 바다거북과 고래, 돌고래, 바닷새 등 해양 동물을 위협한다”면서 “자망의 LED 빛이 감각기관을 자극해 물속에 어망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델피누스의 제프리 만겔 박사는 “LED를 단 그물에서 바다거북과 고래목 동물이 잡히는 사례가 극적으로 준 것은 이런 간단하고 저렴한 비용의 기술이 해양동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어로활동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드러난 성공적 결과로 볼 때 비슷한 문제를 가진 다른 어업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9-12-09
기사 원문 https://www.yna.co.kr/view/AKR20191209070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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