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제주 연안 전체를 환경·생태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라

[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제주 연안 전체를 환경·생태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라

최근 남방큰돌고래가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협종 적색목록에서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재분류되었다. 2012년 평가 당시 정보부족이었으나 2019년 평가에서 준위협종으로 등재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추세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제주 연안에서만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국립 고래연구센터 추산 제주 남방큰돌고래 개체수는 2009년 114마리에서 2018년 107마리로 지난 10년간 감소 추세로 나타났다. 2012년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해양수산부에 의해 보호종으로 지정된 후에도 제주 돌고래 개체수는 증가하지 않고 도리어 감소 추세에 있으니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다에 돌고래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 바다에 돌고래 보호구역이 있을까? 답은, 없다. 제주 연안을 온통 점령할 추세인 해상풍력발전단지와 이미 제주 남쪽 해양생태계를 유린해버린 제주해군기지에 이어 제주 북쪽 해양생태계에 치명적 타격을 줄 대규모 제주신항만 매립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돌고래 서식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18년 4월 17일 ‘해양공간계획법’이 제정되었다. 해양수산부가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은 바다 공간을 사전에 체계적으로 관리(어디를 이용하고 어디를 보전할 것이냐 등등)하는 계획을 세워 해양 난개발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한반도 전 해역을 어업활동보호구역, 에너지개발구역, 해양관광구역, 환경생태계관리구역, 항만항행구역, 군사활동구역 , 안전관리구역 등등으로 나눠서 관리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수부는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해양공간관리협의회를 구성하고 그 지역의 해양공간을 무슨 구역으로 지정할 것이냐를 협의하는 중이다. 제주지역에서도 해양공간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제주도 해양공간관리지역협의회가 개최된다.

문제는 해양공간계획 협의에 따라 제주도의 경우 대정읍과 구좌읍 일대 등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가 모두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도는 이미 탐라해상풍력을 가동 중이고, 한림해상풍력 역시 곧 해상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늘어난 선박 물동량과 해안 개발계획에 따라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돌고래 서식처 일대에 계속해서 대정해상풍력발전, 한동평대해상풍력발전, 월정리해상풍력을 지으려고 하고 있다.

현재 제주 해양생태계는 기후위기로 온통 몸살을 겪고 있다. 잦은 태풍과 폭우로 인한 피해와 급격한 해수온도 상승, 갯녹음 현상, 해양쓰레기, 처리되지 못한 하수로 인한 연안오염, 지하수 고갈, 세계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가파른 해수면 상승에 의한 해안가 침수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암에 걸린 제주 돌고래가 발견되는가 하면, 버려진 폐어구에 의해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돌고래가 힘겹게 헤엄치는 모습이 공중파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영되어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돌고래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가 2010년대까지만 해도 빈번한 정치망 혼획과 돌고래 쇼장에 의한 불법포획이었다면 2010년대 이후에는 서식 조건의 악화에 따른 생태환경적 요인이 더 커진 것이다.

이런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도 제주 바다에 돌고래 보호구역은 한군데도 없다. 게다가 도정은 현재 최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인 대정읍과 구좌읍 앞바다 일대를 에너지개발구역으로 지정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세워버리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돌고래 서식처마저 에너지개발로 파헤쳐버린다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급격한 개체수 감소로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정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제주 연안 일대를 모조리 난개발 공사판으로 둘러쳐 해양포유류가 사라진 죽음의 바다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돌고래와 공존하는 청정 해안으로 보전해나갈지 중앙정부와 제주도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에너지개발구역’ 또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지구’는 해안선에서 10km 이상 충분히 이격한 곳에 지정하고 제주 연안은 전체를 ‘환경·생태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1km 남짓 떨어진 해안선 인근에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만들면 연안정착성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완전히 갈 곳을 잃게 될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보호생물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를 파괴하는 모든 시도에 맞서 싸우면서 해양생태계의 건강함과 풍요로움을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20년 2월 12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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