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와 돌고래’ 공존의 실험…전국 첫 음파회피 시범사업 ‘관심’

제주 전역에서 벌어지는 연안 난개발로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가 축소되고, 기후위기로 인해 해양생물의 종 다양성과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남방큰돌고래 활동구역와 해녀 어업구역의 잦은 겹침, 해녀들의 어획량 감소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를 건강하게 보전하는 것이 곧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를 지켜내는 길입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도 제주 바다에서 오랫동안 공존해온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의 갈등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할 것 입니다.🐬🌿

‘제주해녀와 돌고래’ 공존의 실험…전국 첫 음파회피 시범사업 ‘관심’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승인 2020.03.31

[현장] 무릉 앞바다서 돌고래 접근 차단 장치 시연…해녀와 돌고래 공존 위한 노력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어촌계 해녀들이 3월31일 돌고래 접근 차단용 음파장치 ‘핑어’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하고 물질 작업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돌고래로 인한 어업 피해를 줄이고 제주 해녀와 남방큰돌고래의 공존을 위한 특색 있는 실험이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제주해녀와 돌고래, 공존의 실험이다.

남방큰돌고래를 지키는 시민모임인 핫핑크돌핀스와 모슬포수협, 무릉리어촌계는 31일 오전 10시30분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음파를 이용한 돌고래 접근 회피 장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날 실험에는 무릉어촌계 소속 해녀 14명 중 11명이 참여했다. 해녀들은 모슬포수협을 통해 공수한 돌고래 접근 차단 장치 ‘핑어’ 2개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해 직접 시연에 나섰다.

이탈리아 업체에서 생산한 이 장치는 5kHz에서 최대 500kHz 사이에 주파수를 불규칙적으로 내보내 음파에 민감한 돌고래의 접근을 회피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최고 200m 수심에서 작동이 가능하고 무게는 900g으로 가볍다. 수중에서 통상 200m 이내 돌고래 접근을 회피시키고 최대 300m까지 접근을 막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업 중인 어선의 그물에 돌고래가 혼획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이나 낚시에 설치한다. 이전까지 실험은 대부분 참돌고래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어촌계 해녀들이 3월31일 돌고래 접근 차단용 음파장치 ‘핑어’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하고 물질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어촌계 해녀들이 3월31일 돌고래 접근 차단용 음파장치 ‘핑어’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하고 물질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30일 오후 1시3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조어중인 해녀들 사이로 남방큰돌고래가 접근해 유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국내에서는 2012년 강원도 오징어잡이 어선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어선들은 야간에 집어등을 켜 오징어를 모으면 돌고래 떼의 공격으로 조업을 망치는 일이 잦았다.

당시 실험 대상 역시 참돌고래였다. 고래연구소의 조사 결과 출력 세기가 높을수록 회피 반응 정도가 컸다. 먹이를 먹는 참돌고래보다 이동 중인 고래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조업 중인 어선에서 실험이 이뤄진 적은 있지만 해녀를 상대로 한 돌고래 회피실험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제주 해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실험도 최초다.

현장 시연까지는 해녀들의 요구가 컸다. 최근 남방큰돌고래가 조업중인 해녀 주변으로 몰려드는 상황이 빈번해지면서 해녀와 돌고래의 공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릉어촌계 진계월(85) 할머니는 “검은여와 고래통 바당(바다)을 중심으로 돌고래가 거의 매일 보인다”며 “물질하는데 옆으로 다가오면 깜짝 놀라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문연심(68.여) 무릉어촌계장은 “테왁에 문어 다리가 나오는데 순식간에 돌고래가 나타나 잡아챈 적이 있다”며 “해녀 주위를 둘러싸 뱅뱅 도는 일이 있어서 겁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는 제주 해상풍력단지와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돌고래의 서식처가 줄어 대정읍 일대로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녀와 부딪히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문연심(68.여) 무릉어촌계장이 바닷속에서 물질하다가 돌고래를 만났을때를 설명하고 있다. 돌고래는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지만 바닷속에서 힘든 물질 과정 중에 돌고래가 다가오면 때때로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30일 오후 1시30분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조어중인 해녀들 사이로 남방큰돌고래가 접근해 유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핫핑크돌핀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어촌계 해녀들이 3월31일 돌고래 접근 차단용 음파장치 ‘핑어’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하고 물질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는 “호기심 많은 돌고래들의 행동일 뿐 위협을 가한 사례는 없다”라며 “해녀와 돌고래의 공존 문제에 제주도가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진단했다.

제주도 해녀문화유산과 직원들도 이날 현장을 찾아 시연 진행과정을 확인했다. 다만 해녀를 대상으로 한 돌고래 접근 차단에 대한 검증이 전무해 향후 효과분석을 지켜보기로 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에서 해당 장비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음파가 해녀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을 처음 제안한 핫핑크돌핀스는 조업지역을 중심으로 돌고래 출연 여부와 실제 회피 여부, 회피시 적용 반경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관련 내용을 해녀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날 실험에는 오전 9시30분쯤 인근에 있던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시연이 시작된 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시연 직전에 확인된 2~3마리의 돌고래도 주변에서 추가로 목격되지 않았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측은 “돌고래가 해당 음향에 적응하면 시일이 지난 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며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실험 사례는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어촌계의 협조를 얻어 4월1일과 15일 무릉 앞바다에서 추가시연을 진행하고 효과도 분석하기로 했다. 인근 신도리 등 다른 해녀를 대상으로 한 시연도 검토하기로 했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어촌계 해녀들이 3월31일 돌고래 접근 차단용 음파장치 ‘핑어’를 테왁망사리에 장착하고 물질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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