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서식처가 축소되면서 해녀와 돌고래의 갈등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2020년 3월 30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가운데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모습을 핫핑크돌핀스가 촬영함.
3월 31일 대정읍 무릉리 해녀들이 돌고래 회피용 음파발신장치를 망사리에 다는 모습.
무릉리 해녀들이 돌고래 회피용 음파발신장치를 달고 입어하는 모습.
3월 31일 무릉리 해녀들이 음파발신장치를 달고 물질을 하는 모습.
4월 1일 아침 9시 30분경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 나타난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 약 10마리 정도로 추산되었으며, 특히 사진 오른쪽 편에 어미 돌고래와 새끼 돌고래가 붙어서 함께 유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모슬포수협 및 무릉어촌계와 함께 3월 31일 화요일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앞바다에서 해녀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공존을 위한 음파발신장치 부착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릉리 해녀들이 물질하러 나갈 때 돌고래 회피를 위한 음파부착장치(핑어)를 설치하고 해녀들 가까이 돌고래가 접근하는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해녀들의 조업 현장에서 물질 시간, 돌고래 무리 출현 여부, 무리의 크기, 해녀 접근 여부, 접근 거리, 핑어 접근 여부, 돌고래 행동 패턴 등 총 11개 세부 항목에 대해 체크하면서 핑어의 효과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제주 해녀들의 물질시 남방큰돌고래 접근 횟수와 피해 사례 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조사된 사례가 없습니다. 바다의 난개발이 심해지면서 돌고래들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대정읍 앞바다에 모여들게 되자 대정읍 해녀들이 전에 비해 돌고래들과 바다에서 조우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해녀들의 민원도 늘어나고 있지만, 해녀들이 돌고래로부터 입는 피해사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제주도 차원에서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제주도 차원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해녀들이 돌고래로부터 입는 피해 빈도와 횟수, 피해 금액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이에 기반하여 해녀와 돌고래의 공생을 위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주 바다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게 공존해온 해녀와 돌고래가 해양생태계의 변화와 생태조건의 악화에 따라 부딪히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난개발에 따른 ‘돌고래 서식처 축소’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원래 제주 바다 전역에서 살아가던 남방큰돌고래들은 제주 해양생태계가 악화되고,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결국 대정읍 일대로 몰려들게 되었습니다. 해상풍력발전단지와 해군기지, 호텔 건설 등 연안 난개발로 인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갈 곳을 점점 잃게 된 것입니다. 선박들이 점령한 바다를 피해 대정읍 일대에 자리를 잡았으나, 대정 해녀들과 바다에서 부딪히는 사례가 늘면서 ‘해녀와 돌고래의 마찰과 공존’이 제주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당연히 제주도정과 해양수산부에 있습니다. 제주 해양생태계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제주도정의 요청과 중앙정부의 협력으로 바다에 대한 난개발을 무작위로 허용했기 때문에 돌고래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결국 대정 지역에서 인간과의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돌고래들이 스스로 대정 바다에 몰려온 것이 아니라 서식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정 지역에 자주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변화를 제주도정과 해양수산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하며, 이에 따라 해녀들과 돌고래의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방치한다면 돌고래와 해녀 사이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3월 31일에는 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돌고래들이 나타나지 않았고, 4월 1일에는 세찬 바람에 따른 너울이 심해져 해녀들이 물질을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남방큰돌고래들은 대정읍 일대 앞바다에서 지속적으로 관찰이 되고 있습니다. 

물질이 끝난 후 무릉리 문연심 어촌계장과 이혜자 잠수회장의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 두 분 해녀의 증언에 따르면 음파발신장치를 달아서 심리적으로 돌고래들이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이 들었고, 이에 따라 이전 조업구역을 벗어나 보다 먼 지점까지 나가서 물질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핑어로부터 나온 초음파에 의한 신체 이상 증상 즉 어지럼증이나 구토, 청각에 대한 이상 등의 증상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핑어에서 나오는 “삐”하는 소리가 있지만 조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대체적으로 만족한다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번의 사용으로 핑어가 효과가 있다거나 없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 몇 달 간에 걸쳐 대정읍 어촌계 일대에서 해녀들이 핑어를 사용해서 물질을 하면서 돌고래들과 공존이 가능한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결과를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해녀와 돌고래의 공생을 위한 정책을 조언하려고 합니다. 

돌고래들은 해녀들 가까이 지나가지만, 해녀들의 망사리를 건드리거나 해녀와 접촉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해녀들이 물질하는 곳 가까이 접근하지만, 해녀들이나 사람들에게 돌고래들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돌고래들이 인간에게 직접 위협을 가하는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돌고래들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고, 물 속에서는 물체가 더 크게 보이며, 특히 돌고래들이 빠른 속도로 수중에서 헤엄을 칠 때면 고령의 해녀들에게 돌고래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돌고래의 잘못이라고 몰아세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돌고래의 서식처가 축소되면서 이처럼 해녀와 돌고래의 갈등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행정과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 공생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해녀와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공생이야말로 ‘제주의 미래가치’에 부합하는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수족관에 갇혀 있다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들이 야생의 바다에서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생태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온갖 난관과 역경을 뚫고 힘든 삶을 질기게 이어오는 모습을 우리는 해녀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백화현상과 수온상승 및 오염물질의 해양배출로 인해 연안 바다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점점 잡을 것이 없어진다고 호소합니다. 제주 바다의 돌고래들 역시 서식처 축소와 환경오염에 따른 암 발생, 해양쓰레기와 폐어구와 선박 충돌에 의한 지느러미 손상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보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체수가 증가하지 않아 국제 사회에서는 남방큰돌고래 종 전체를 멸종위기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가 함께 누리고 소중히 가꿔야 할 ‘미래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위태롭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바다에서 힘든 삶을 질기게 이어오고 있는 해녀와 돌고래의 ‘공생’은 핫핑크돌핀스의 중요한 관심사이며, 해양생태계 보전활동을 통해 추구하려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모습이 보다 오래도록 이어지기 위해서 특히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대정읍 일대에 ‘해양생물보호구역’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는 제주 연안에서 돌고래들이 멸종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제도적 보호장치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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