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남방큰돌고래 천연기념물 지정될까? ..”서식지보호 시급”

기사 원문 읽기 https://news.v.daum.net/v/20200524080045309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는 우리 바다'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떼 지어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는 우리 바다’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떼 지어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첫 돌고래 소송’, ‘서울대공원 제돌이 방류’, ‘아시아 최초 돌고래 야생 방류’ 등 숱한 화재를 낳으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다. 이들 남방큰돌고래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을까.

◇ 남방큰돌고래 천연기념물 지정 추진

제주도 학술용역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가 제출한 ‘남방큰돌고래 및 서식지 문화재적 가치 조사 용역’을 심의해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용역은 남방큰돌고래가 천연기념물로서 가치가 있는지, 이들 개체의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다.

도 세계유산본부는 관련 예산을 마련하는 대로 내년 3월부터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중형 돌고래로 우리나라에는 현재 제주도 연안에서만 120여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 약 3천 마리, 일본 규슈에 300여 마리 등이 군집을 이뤄 서식하는 것과 비교하면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군집에 속한다.

남방큰돌고래의 봄나들이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방큰돌고래의 봄나들이 (서귀포=연합뉴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안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간에 의한 해양 생태계 교란으로 인해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가 정상적으로 증가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주 연안은 해상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선박과의 충돌 위험, 어업활동에 따른 혼획, 해상풍력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저주파소음 등 여러가지 환경이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에 많은 위협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제주도가 제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생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의 특산종일 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아 개체 수와 서식지 보전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천연기념물은 학술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식물과 동물, 지질을 대상으로 한다. 제주에는 제주개, 제주마, 흑돼지, 흑우 등이 쳔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제주대학교 김병엽 교수는 “최근 해상풍력단지 조성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 문제가 사회 이슈로 대두됐다”면서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서식지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롭게 헤엄치는 제돌이 (제주=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지난 13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제돌이가 다른 남방큰돌고래들과 함께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 방류당시 숫자 '1' 동결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20.5.24 [핫핑크돌핀스 제공]
자유롭게 헤엄치는 제돌이 (제주=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지난 13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제돌이가 다른 남방큰돌고래들과 함께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제돌이의 등지느러미에 방류당시 숫자 ‘1’ 동결표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20.5.24 [핫핑크돌핀스 제공]

◇ ‘쇼’ 하던 남방큰돌고래 고향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지난 5월 13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유롭게 먹이사냥을 하는 모습이 한 시민단체에 의해 포착됐다.

제돌이와 춘삼이 모두 불법포획돼 서울과 제주에서 각각 돌고래쇼에 동원됐던 남방큰돌고래다.

제주의 남방큰돌고래들이 포획후 ‘쇼’에 동원되다 고향 바다로 돌아가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이 남방큰돌고래를 불법 포획해 돌고래쇼 공연 업체에 팔아넘긴 어민 8명을 적발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수산업법에 따른 농림수산식품부 고시에 의해 포획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제주의 A공연업체는 2009∼2010년 제돌이를 비롯한 총 11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어민들로부터 9천만원에 사들였다.

제돌이 제주바다에 '풍덩' (서귀포=연합뉴스)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로 옮겨지고 있다. 2013.5.11.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돌이 제주바다에 ‘풍덩’ (서귀포=연합뉴스) 서울대공원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로 옮겨지고 있다. 2013.5.11.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돌이는 포획된 지 두 달 뒤인 2009년 7월 서울대공원 바다사자 2마리와 교환돼 서울로 팔려 갔다.

어민들과 A공연업체는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국내 첫 돌고래 소송이 시작됐다.

당시 불법포획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보호단체는 남방큰돌고래를 즉각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2년 3월 제돌이의 야생방류와 서울대공원에서의 돌고래쇼 중단을 결정했다.

제돌이의 경우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풀려나게 된 것이다.

이 결정은 돌고래 소송의 일대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11마리중 절반 이상인 6마리가 비좁은 수족관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3월 최종적으로 몰수 판결을 내리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재판에 마침표를 찍었다.

제돌이를 비롯해 살아남은 남방큰돌고래 5마리는 2013년, 2015년 2차례에 걸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이외에도 서울대공원에서 20년 가까이 쇼에 동원되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 2마리도 2017년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저 이제 바다로 돌아가요"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과 제주의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춘삼이가 방류직전 사람들을 보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저 이제 바다로 돌아가요”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돼 서울과 제주의 수족관에서 공연에 동원됐던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춘삼이가 방류직전 사람들을 보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위험 도사리는 제주 바다

돌고래쇼에 동원되던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로 돌아갔지만,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인간에 의한 해양 생태계 교란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남방큰돌고래가 폐기물인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바다를 유영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남방큰돌고래들은 미역,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고 노는 습성이 있는데, 비닐봉지를 놀잇감으로 착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물에 걸려 죽는 남방큰돌고래를 해부해보면 위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는 일도 있다.

실제로 2012년 제주 김녕리 해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돌고래는 바닷물에 떠다니던 비닐을 삼킨 것이 사인으로 드러나는 등 플라스틱류의 해양 폐기물은 해양동물과 조류 등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사람들이 해양레저장비인 모터보트·땅콩보트·제트스키 등을 타고 과도하게 남방큰돌고래에 접근하면서 많은 돌고래가 모터보트 스크루에 지느러미가 걸려 잘리거나 찢기고, 땅콩보트·제트스키와 충돌하기도 한다.

남방큰돌고래 뒤쫓는 제트스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방큰돌고래 뒤쫓는 제트스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태운 일부 고래관광선박들 역시 남방큰돌고래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하는 사례가 최근 시민단체 등에 의해 포착됐다.

남방큰돌고래가 공격성이 적다고는 하지만 길이 2.5m·몸무게 200㎏이 넘는 연안 생태계 피라미드의 최상위 해양생물로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칫 해양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돌고래는 매우 영리해서 먹잇감이 풍부한 훌륭한 사냥장소라 하더라도 사람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방해를 받게 된다면 해당 지역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보호생물 관찰 규정은 남방큰돌고래 무리 반경 5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를 어기더라도 과태료 처분 등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한동안 많이 줄어들었지만, 남방큰돌고래 방류 이후 어민들 사이에 인식이 달라져 회복세를 보인다.

남방큰돌고래 지느러미에 난 상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남방큰돌고래 지느러미에 난 상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124마리에서 2009년 114마리, 2010년 105마리로 줄었다가 2017년 117마리, 2020년 현재 120여마리 수준으로 회복됐다.

남방큰돌고래의 출산율은 6.5%로 추정되며, 새끼 돌고래의 폐사를 포함한 자연 사망률은 3%가량이다.

불법포획과 혼획 피해 등이 없다면 매년 3.5% 정도씩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해역에서 어민이 설치해 놓은 정치망에 걸려 다치거나 원인 모를 이유로 폐사하는 돌고래는 늘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과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에 따르면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등 고래류가 이와 같은 이유로 제주 연안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사례는 2013년 10마리, 2014년 13마리, 2015년 28마리, 2016년 31마리, 2017년 52마리, 2018년 28마리, 2019년 52마리, 2020년 4월 현재 17마리 등이다.

돌고래 보호 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그물에 걸리거나 오염물질이 바다로 흘러가 병들어 죽는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보호를 위해서는 미비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제주에서만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안 돼' (제주=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안 돼’ (제주=연합뉴스)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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