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0년 간 절반이 죽어갔다···돌고래 수족관은 ‘잔인한 수용소’

기사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7170739001

최근 10년 사이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이던 돌고래의 절반가량이 스트레스와 열악한 환경 등의 이유로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족관들이 돌고래를 가둬두고 쇼를 시킬 뿐만 아니라 돌고래를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제수용소 역할을 한 셈이다.

2013년 7월18일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방류한 지 7년. 그사이 시민들의 눈높이는 동물권을 논의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수족관 업계와 관계 당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수족관의 돌고래 보유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돌고래를 보유한 국내 수족관 8곳에서 전체 61개체 중 29개체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47.54%에 달하는 높은 폐사율에 대해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돌고래가 수족관에서 사육하기에 적합한 동물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애초에 돌고래를 사육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며 남은 돌고래들도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신세라는 얘기다. 특히 야생에서 수명이 40~50년에 달하는 돌고래들이 대체로 10~20대 미만의 젊은 나이에 죽어나가는 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돌고래들의 사인은 패혈증이 11개체로 가장 많았고, 폐렴이 7개체로 뒤를 이었다. 수의사인 세계자연기금(WWF)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패혈증, 폐렴 등 세균 원인의 질병이 사인이 된 것은 돌고래들의 면역체계가 약해졌거나 자연적인 무리 생활을 하지 못하는 환경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수족관에서 태어난 새끼들의 생존율이 낮은 것도 폐사율이 높은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체 12마리 중 7마리가 폐사한 울산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4마리를 출산시켰으나 이 중 3개체가 생명을 잃었다. 장생포고래생태체험관은 기업들이 운영하는 다른 수족관들과 달리 울산 남구청에서 운영하는 공공기관임에도, 암수를 분리하지 않고 돌고래들을 출산시켜 논란이 되어왔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거제씨월드처럼 사람이 돌고래를 만지고 타는 등 직접 접촉하는 것이 돌고래들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이 돌고래를 타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거제씨월드에서는 2015~2019년 20개체 중 45%에 해당하는 9마리가 죽어나갔다.

돌고래와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논란이 된 거제씨월드 외에도 여러 수족관에서 사람과 돌고래가 직접 접촉하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6일과 7일 사이 방문한 제주 지역 수족관 마린파크와 퍼시픽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마린파크에서는 돌고래쇼는 중단했지만 조련사 체험, 돌핀스위밍, 돌핀태교 등의 이름으로 돌고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체험 프로그램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었다. 6일 오후 마린파크 내의 수조에서는 어린이가 포함된 두 가족이 수조에 들어가 돌고래를 만져보고, 조련사들을 따라해보는 등의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 드러난 수족관 돌고래의 높은 폐사율을 감안하면 퍼시픽랜드에서 아무리 정성껏 태지를 보호한다 해도 언제 태지가 폐사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태지를 떠넘긴 서울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해양생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사육 시설에서 돌고래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음을 생각해서라도 태지가 수족관에서 죽지 않도록 서울시 예산 및 국가 예산으로 ‘바다쉼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돌이 방류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해양생물과 생태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지는 체험보다 낫다고는 해도 돌고래쇼 역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해양생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마린파크나 퍼시픽랜드 양쪽 모두 돌고래들이 쇼 도중 사육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들이 먹이를 이용한 조련을 거부하고 ‘파업’을 벌인 셈이다. 일부 수족관들의 주장처럼 돌고래들도 쇼를 즐긴다면 이 같은 돌고래가 지시를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보일 이유가 없기도 하다.

이처럼 쇼나 체험 프로그램은 물론 사육 자체가 학대에 가깝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돌고래 사육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와 생명다양성재단은 지난 10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고래는 그 어느 동물보다 사육환경에 부적합하며 사육하는 것 자체가 학대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단체가 이 같은 성명을 낸 것은 거제씨월드 측이 비난 여론에도 돌고래에 타는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이라며 “해양동물들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행동 풍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 농무부에서 권고하고 있는 규칙 하에 돌고래(벨루가)를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었다. 이들 단체는 “고래 타기는 행동풍부화가 아님은 물론 정반대 행위”라며 “고래를 타는 것이 해당 동물에게 약간이라도 이득을 준다는 것은 가해를 친절이라고 말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떤 과학적, 국제적 기준에서도 사람이 동물을 타는 것을 행동풍부화라 하지 않는다”며 “행동풍부화는 동물이 야생의 서식지에서 누렸을 다양한 자극을 최대한 재현시킴으로써 스트레스와 정형행동 등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돈을 많이 낸 고객을 태우는 명백한 상업적 행위를 행동풍부화와 같이 동물을 위한 용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극도의 위선이자 동물권 및 동물행동에 대한 과학을 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고래를 타는 것은 단 한 차례라 하더라도 행동풍부화가 아님은 물론이며 오히려 정반대에 해당되는 가해적, 침해적, 반생명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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