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돌고래 무덤’에 살고 있는 장꽃분은 바다를 볼 수 있을까

기사 원문 읽기 https://news.v.daum.net/v/20200723171500276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11년간 8마리 폐사
“고래쉼터 조성하면 생존 돌고래 4마리 방류 가능”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사진=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 무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을 이렇게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체험관이 개관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8마리의 돌고래가 이곳에서 죽어 나갔다. 1~2년에 한 마리꼴로 폐사한 셈.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생태’는 찾아볼 수 없고, 학대만 존재한다는 환경단체의 비판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 채 돌고래쇼에 동원되고 있는 체험관 내 4마리의 돌고래가 푸른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18살 수컷 돌고래 ‘고아롱’의 죽음이 남긴 의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사육 중인 수컷 큰돌고래 ‘고아롱’은 지난 22일 오전 9시 24쯤 폐사했다. 20일부터 체온 상승 증상을 보이다 폐사 당일에는 구토까지 하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고아롱의 나이는 18살로 추정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고아롱의 나이다. 야생 큰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0년에 이른다. 그러나 고아롱은 평균의 절반도 살지 못하고 폐사했다.

그나마 고아롱은 수족관에서 ‘장수’한 고래 중 하나다. 앞서 체험관에서 죽은 돌고래들의 나이는 고아롱보다 한참 어리다. 지난 2009년 처음 폐사한 돌고래의 나이는 7살. 이후 5살과 11살, 4살짜리 돌고래가 연이어 죽어 나갔다. 체험관에서 태어난 4마리의 새끼들 가운데 3마리는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는 왜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할까? 환경단체는 사육 환경에 해답이 있다고 주장한다. 좁은 수족관에 살고 있는 돌고래들은 다툼이 생긴 개체와 분리되지 못한다. 자연 상태였다면 멀리 도망가면 그만인 일이다. 이 같은 환경은 상대적으로 약한 개체에게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폐사한 돌고래의 사인이 대부분 폐렴과 패혈증인 것도 환경단체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

◇’돌고래 무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흑역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지난 2009년 10월 8일 개관했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수족관에서 돌고래쇼를 선보이는데다 입장료까지 저렴하다 보니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 인기는 돌고래의 죽음과 맞바꾼 것이었다.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의 모습(사진=자료사진)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의 모습(사진=자료사진)

체험관을 개관한 지 불과 두달 만에 7살짜리 돌고래가 폐사했다. 3년 뒤인 2012년에는 5살 돌고래가, 2014년에는 생후 3일짜리가 죽었다. 이후 최근까지 1~2년에 1마리씩 꾸준히 폐사하고 있다.

이렇게 죽은 돌고래 수는 모두 8마리에 이른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지금까지 8마리의 성체 돌고래가 수입됐고, 4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는데 이 중 살아남은 개체는 4마리에 불과하다.

체험관 개관 이후 10여년 간의 돌고래 폐사 추세를 봤을 때 남아있는 돌고래들도 5년 안에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돌고래쇼를 지속하려면 수년 내에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돌고래 추가 수입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푸른 바다 노니는 ‘장꽃분’ 모습 볼 수 있어”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를 자연 방류하는데는 크게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체험관에 살고 있는 돌고래들을 고향 일본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생존해 있는 4마리 개체 가운데 수족관에서 태어난 수컷 ‘고장수(3살)’를 제외하고, 암컷 ‘장꽃분'(추정 나이 21살)과 암컷 ‘장두리'(11살), 암컷 ‘장도담'(7살)의 고향은 모두 일본 와카야마 현 다이지다. 이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포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방류한다면 다시 포획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일본의 자연환경과 비슷한 우리나라 해역에 돌고래를 방류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해안선이 복잡한 경남 거제와 고성 앞바다에 이른바 ‘고래쉼터’를 조성하면 자연 방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육지 쪽으로 깊게 들어간 만(灣)의 입구에 그물을 설치해 돌고래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돌고래가 비교적 넓은 해역에서 자연 상태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핫핑크돌핀스의 제안이다. 이 단체는 해양수산부와 관련 지자체가 협의해 적합한 해역에 고래쉼터를 조성하고, 관광객 유입에 따른 수입은 지자체가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되면 11년째 생태체험관 수족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꽃분을 비롯해 4마리의 돌고래가 푸른 바다를 노니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게 된다.

돌고래 '고장수'(오른쪽)가 어미인 '장꽃분'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돌고래 ‘고장수'(오른쪽)가 어미인 ‘장꽃분’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돌고래 방류의 두 번째 걸림돌은 고래생태체험관의 기능 상실이다. 자연 방류로 돌고래쇼가 중단될 경우 고래생태체험관은 관광객 유입 기능을 잃게 될 것이고, 이는 울산 관광 정책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그러나 핫핑크돌핀스는 체험관을 부상 당한 해양생물의 재활시설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단체는 상처 입은 해양생물을 치료하는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며 자연 생태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관광객 유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구나 생태·고래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울산시와 남구청의 입장에서는 돌고래 방류와 생태체험관의 재활시설화를 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이 단체의 판단이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수족관 돌고래 번식 금지와 사육 중단, 바다쉼터 마련 등을 끊임없이 제안하고, 촉구했지만 남구청은 번번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돌고래쇼장을 폐쇄하고, 하루빨리 방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남구청이 고래쉼터 조성에 힘써준다면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장꽃분이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CBS 이상록 기자] jjayat@hanmail.net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