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직무유기로 돌고래 죽었다” 시민단체들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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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라영  / 기사승인 : 2020-10-06

지난 7월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서 돌고래 폐사
울산 남구청장·거제씨월드 대표 등도 함께 고발
“모든 고래를 수족관서 구해낼 때까지 싸울 것”

지난 7월 22일,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아롱’이 죽었다. 2009년 일본에서 건너와 10여 년간 살았던 고아롱의 폐사는 갑작스러웠다. 조사 결과 사인은 세균성 기관지 폐렴으로 파악됐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고래생태체험관에서 고아롱 등 돌고래들에게 적절한 서식환경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울산 남구청장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 위반 혐의로, 울산시장을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돌고래 폐사 시설 고발과 동물쇼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권라영 기자]

6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해방물결,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을 울산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공공기관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보유했던 돌고래 12마리 가운데 8마리가 폐사해 돌고래 폐사율 67%를 기록했다”면서 “국내 고래류 수족관 가운데 가장 높은 폐사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아롱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4월과 10월 수조를 빙글빙글 반복해서 돌거나 무기력하게 수면 위에 떠 있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정형행동이 관찰될 정도로 정신적 장애가 뚜렷하게 목격됐음에도 적절한 수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물원수족관법은 보유 동물에 대해 전시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울산 남구청장이 전시를 목적으로 돌고래를 감금하여 유발한 정형행동은 정신적 장애의 일종으로 상해에 해당함이 명백한바,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제3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울산시장은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고래생태체험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를 갖고 있지만, 돌고래 폐사가 반복되는 와중에 지도, 점검에 관한 직무를 단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면서 “수족관 지도, 점검에 관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해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위반행위를 방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돌고래 폐사 시설 고발과 동물쇼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권라영 기자]

이들은 이와 함께 경남 거제씨월드와 중국계 싱가포르인 림치용 대표를 창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도 말했다. 거제씨월드는 지난 여름 벨루가를 타는 프로그램 사진이 SNS에 공개되면서 큰 비판에 직면한 곳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거제씨월드의 돌고래 타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장에서는 여전히 돌고래들을 좁은 수조에 가둬놓고 있어서 작년과 올해 연이어서 돌고래 폐사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고래생태체험관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을 꺼내놓았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고아롱을 포함해서 세 마리가 전시되고 있었는데, 갈 때마다 세 마리가 각기 다른 정형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래생태체험관을 비롯한 수족관들은 사인을 항상 패혈증, 세균 감염, 이런 식으로 얘기하지만 그 근원에는 감금상태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는 돌고래들의 고통이 있다”고 강조했다.

▲ 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돌고래 폐사 시설 고발과 동물쇼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가 고발장을 들고 있다. [권라영 기자]

김한민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는 “지금 우리나라의 수족관들은 돌고래 둘 중 하나가 죽는 곳”이라면서 “둘 중 하나가 죽는 사업이라면 그것은 학대사업이고 착취사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동물원수족관법 위반으로 이들 사업자들을 처벌하는 것, 그리고 최근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김도희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에서는) 동물을 감금하고 고통을 주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질병에 걸린 동물을 방치하는 행위, 전시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상 동물원과 수족관은 그것을 알면서 그러든 몰라서 그러든 그런 학대 행위가 도처에 만연해 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번 고발을 시작으로 우리는 모든 고래들을 수족관이라는 수용 시설에서 구해낼 때까지 싸울 것”이라면서 “법과 제도를 바꿀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힘과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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