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이미 예견된 마린파크의 돌고래 폐사를 규탄한다

[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이미 예견된 마린파크의 돌고래 폐사를 규탄한다

-2019년 4월 핫핑크돌핀스의 현장조사에서 이미 예견된 마린파크의 돌고래 폐사
-해양수산부의 현장점검에서도 정형행동을 보이며 문제가 큰 것으로 나타나
-2020년에만 벌써 세 번째 전해진 수족관 돌고래 폐사
-행정당국은 수족관 폐쇄 등의 강력한 행정조치와 함께 바다쉼터 마련 등의 근본적 해결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2019년 4월 30일 핫핑크돌핀스가 촬영한 현장 동영상에서 마린파크 조련사는 안덕이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 왼쪽에 있는 이 친구가 올해 18살된 안덕이입니다…”

2019년 4월 마린파크 돌고래들이 보이는 정형행동 (무의하고 비기능적인 반복 행동)

지난 8월 28일 제주도의 돌고래쇼장 마린파크에서 큰돌고래 ‘안덕이’가 폐사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2020년에만 벌써 세 번째 수족관 돌고래 폐사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지난 7월 20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루이가 폐사한 것을 시작으로 7월 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장수가 폐사했고 뒤이어 제주 마린파크의 폐사가 전해져 2020년은 유난히 돌고래들이 많이 죽은 해로 기록되고 있다.

안덕이는 마린파크가 일본의 잔혹한 돌고래 학살지 다이지마을에서 2011년에 수입해온 암컷 큰돌고래인데, 반복되는 정형행동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마린파크의 돌고래 폐사는 예견된 일이다.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이들은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네 마리 돌고래들은 너무나 단조로운 환경에서 아무런 할 것도 없어서 그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또는 무의미한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돌고래들이 마음껏 움직이기 힘든 좁은 수조에서의 감금 생활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 정신적으로 상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다.

당시 마린파크 돌고래들에게서 어떤 삶의 의지나 활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곳에서 당장 돌고래가 폐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돌고래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였고 대책 마련을 호소하였으나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폐사한 안덕이는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모니터링 당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수면에 떠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던 개체다. 한국에서는 수족관 사육 돌고래들의 감금 트라우마 혹은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나 전문가도 거의 없고, 치료제도 없다.

고래류를 사육하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해양동물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수의사를 고용하여 돌고래들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미리 적정한 사육환경 마련, 부족한 사육시설 개선과 행동풍부화 등의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폐사를 예방했어야 할 것이다. 이미 이렇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에서는 전문 수의사라고 해도 손쓸 여지가 별로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린파크는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돌고래들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수의사로부터 적정한 어떤 의료적 조치도 받지 못해 결국 폐사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9월 10일 진행한 ‘마린파크 수족관 서식실태 점검 결과’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해양수산부는 올 여름 국내 수족관 시설에서 돌고래 폐사가 이어지자 전국 7개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사육실태 점검을 벌였는데, 점검 결과 마린파크가 해수부로부터 가장 문제가 많은 기관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마린파크에게 ‘수질 관리방법 보완’ ‘보유생물 검사 및 관리 부족’ ‘돌고래 정형행동 보임’ ‘행동풍부화 및 메디컬 트레이닝 시급’이라는 지적을 하였던 것이다. 다른 수족관들이 해수부 점검에서 ‘적정 관리 필요’ ‘다소 미흡’ ‘보완 필요’ 등의 미미한 지적을 받은 것과는 달리 마린파크의 상황은 수질에서부터 사육 동물의 건강상태, 관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제가 심각했다고 나타나 있다.

해수부의 기관별 점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린파크의 돌고래들이 활동성이 둔하고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음’과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생물과 접촉시 사전 방역 조치 미흡’이라고 적힌 부분이다. 핫핑크돌핀스가 작년부터 예견했던 대로 이미 마린파크는 돌고래들을 제대로 사육하지 못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으며, 이는 마침내 돌고래의 폐사로 이어지고 말았다.

한국은 무분별한 동물원, 수족관의 난립을 막고, 사육 시설에서 개체들이 죽지 않도록 동물복지를 강화하기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동물학대임이 명백한 돌고래와 인간과의 체험 프로그램도 중단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엉망인 사육환경으로부터 정신적, 육체적 상해를 입어 필연적으로 나타날 동물의 폐사 등을 강력히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마린파크 역시 안덕이의 죽음에 대해 ‘면역력 저하에 따른 노령사’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마린파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은 수족관 돌고래 폐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큰돌고래 폐사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린파크처럼 제대로 돌고래를 사육하기가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폐쇄 등 보다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리고, 적당한 장소에 바다쉼터 같은 생츄어리를 조속히 마련하여 계속되는 수족관 사육 돌고래의 폐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2020년 10월 7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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