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기고] 제주 바다의 돌고래에게 비행기 소음은 상관 없다고요?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22 멸종위기 돌고래 서식처를 파괴하는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합니다 원문 읽기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 기사입력 2020.10.06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 보호 동물단체로 알려졌지만, 실은 해양생태계 보전과 돌고래 등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 보호 활동을 하는 해양환경단체입니다. 그리고 남방큰돌고래 서식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을 반대합니다. 돌고래와 공항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반대하는 걸까요? 

남방큰돌고래는 한반도 해역에서는 제주 바다에만 발견되며, 전체 개체수가 약 120여 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호대책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보호대책은 이 멸종위기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처인 제주 바다 연안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제주도의 지도를 놓고 돌고래가 자주 목격되는 지역을 표시해 보면 서부 대정 일대와 동부 구좌, 성산 일대가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성산에 공항을 만든다면 멸종위기 돌고래 서식처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 ⓒ핫핑크돌핀스
▲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 ⓒ핫핑크돌핀스

돌고래와 공항이 무슨 관계일까 

국토교통부도 이런 사실을 무시할 수가 없었습니다. 2019년 9월 공개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보면 914쪽부터 921쪽까지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영향이 나와 있습니다. 이 환경평가서를 본격적으로 분석해보니 커다란 문제가 있음이 나타납니다. 즉, 중요 보호종들을 누락하고 있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부실하게 작성되어 있어서 이대로 제2공항을 건설할 경우 제주의 환경이 크게 망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남방큰돌고래에 관련해서도 이 문제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은 수중소음 피해인정 기준으로 140dB를 목표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항공기 소음은 99.89%가 공기 중으로 반사되고 수중으로는 0.1%의 에너지만 투과하며, 최종 예측된 항공기 소음 음압은 84.5dB로 목표 기준인 140dB에 크게 하회하기 때문에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남방큰돌고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결론짓습니다. 다만 전문가 자문 의견을 덧붙여 제2공항 주변은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출현하는 지역이므로 수중소음 측정과 함께 돌고래 행동양식을 관측해둘 것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수중소음을 계산한 것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해양포유류로서 평균 2분마다 3번씩 수면 위로 숨을 쉬러 올라옵니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해양동물이라면 수중소음 측정으로 영향을 예측해볼 수 있지만 고래류의 경우에는 수면에 전달되는 소음의 크기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항공기 소음은 수중으로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항공기 소음이 거의 그대로 돌고래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은 무시하고 있습니다. 

▲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공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중.
▲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공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중.

수중소음 평가 기준으로 돌고래에 대한 공정한 영향평가가 가능할까 

게다가 수중소음 환경영향평가 협의사례를 반영해 정한 수중소음 140dB 기준이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적정한 수중소음 기준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협의사례를 반영한 항공기 소음의 강도만 예측하여 돌고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압과 함께 소음의 지속 시간, 횟수, 소음원으로부터의 거리 등도 돌고래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들도 평가해야 합니다. 이를 무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한 이유입니다. 

항공기 소음이 고래류에 끼치는 영향은 여러 논문에 증명이 되어 있습니다. 항공기 소음이 고래류를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헬리콥터 같은 항공기에 비해 제트엔진을 사용하는 여객기의 소음은 진폭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제트기 운항이 잦은 공항이 고래류 서식지 인근에 지어져 운행한다면 고래류를 쫓아내게 됩니다. 제주시에 지어진 제주공항 주변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돌고래들은 소음 때문에 제주공항 인근 바다에 다가가지 않습니다. 만약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면 그대로 지나지 못하고 크게 우회합니다. 이동통로가 크게 늘어나는 것입니다.

비슷한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중국 분홍돌고래 

이와 비슷한 사례를 우리는 중국 광둥성 주강 삼각주 일대와 홍콩 앞바다의 분홍돌고래(Sousa chinensis) 개체수 감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주강 삼각주의 분홍돌고래는 모두 연안정착종으로서, 일 년 내내 가까운 바다에 정착해 살아가기 때문에 서식 환경이 악화하더라도 먼 바다로 떠나지 못하고 타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돌고래 보호단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홍콩 앞바다에서 발견되는 분홍돌고래 개체수는 난개발에 따른 서식처 파괴 때문에 2003년 188마리에서 2020년 현재 32마리로 무려 80% 이상이 감소했습니다. 중국 분홍돌고래는 지역적으로 매우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를 지키려는 환경운동가들과 연구자들은 지금 당장 강력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홍콩 앞바다에서는 분홍돌고래 지역 개체군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홍콩과 선전, 마카오 일대를 아우르는 광동성의 주강 델타지대는 과거 풍성한 해양생태계 덕분에 중국 분홍돌고래들과 상괭이의 주요 서식처였지만 이제는 난개발로 돌고래들이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이곳은 강주아오 대교와 구이산 해상풍력 등 대형 연안 개발에 따른 서식처 파괴, 20분마다 출항하는 마카오 쾌속선의 잦은 운항, 과도한 어업에 의한 물고기 감소와 독성물질의 연안 배출과 오염 그리고 돌고래들이 어구에 걸리는 혼획 등으로 더 이상 해양동물이 살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게다가 홍콩국제공항(HKIA)은 기존의 두 개 활주로를 더해 바다를 매립해 세 번째 활주로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중국 분홍돌고래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했습니다. 주강 삼각주 일대에서 해상물동량의 증가, 개발 사업에 따른 소음 증가, 선박 충돌, 혼획 등의 결과 분홍돌고래 지역계군의 개체수 감소 추세가 뚜렷하고, 서식처 파괴가 이어지고 있으며, 돌고래 체내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되고, 이는 어린 개체들의 생존율을 낮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매우 조심스러운 돌고래 서식처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중국 분홍돌고래와 비슷한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제2공항 건설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요? 연안에서 진행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과 공항 및 항만 건설을 위한 연안 매립 등의 대규모 개발 사업은 먼바다로 나가지 않고 1년 내내 제주도 연안에 정착해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줍니다. 먼바다로 회유하는 다른 고래류와는 달리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을 떠나지 못하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연안의 각종 난개발과 오염물질의 배출 등 연안 서식 환경이 악화되면 그 자리에서 그대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개체수가 늘지 못하고 감소하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지역적 멸종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공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중.
▲ 국토교통부가 2019년 9월 공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중.

개체수가 늘지 않는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에 보호종으로 지정이 되어 불법 포획이 완전히 근절되었습니다. 제돌이 등 시설에 갇혀 동물쇼를 하던 돌고래들도 제주 바다로 돌아오면서 도민의 의식도 개선되어 정치망 등 그물에 걸려 죽는 개체들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개체수가 늘지 않고 있습니다. 국립 고래연구센터 개체수 조사 결과 2009년 114마리였던 것이 2017년 117마리로 추정되어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습니다. 위협이 사라지면 숫자가 늘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성산 바다에 큰 영향을 줄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엄밀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해양생태계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사업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대로 진행될 경우 인근 바다에서 돌고래를 쫓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문제를 의식한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한 뒤 콕 집어서 저어새,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의 해양보호생물에 대해 항공기 소음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저감 방안을 본안에서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제주 바다에서 더 이상 돌고래들을 보고 싶지 않다면… 

그런데 국토부는 이를 무시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제출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제주의 환경 보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한 셈입니다. 만약 환경부가 이를 동의하여 이대로 제2공항 건설이 강행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중요 서식처 중 하나인 성산 일대에서 돌고래를 보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미 해군기지 건설과 해상풍력 그리고 지나친 연안개발 사업들로 인해 서귀포, 애월, 한림 등 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처를 빼앗긴 돌고래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돌고래의 위기는 바다의 위기를 뜻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서식지 구좌, 성산 일대에 잦은 항공기 출현으로 강력한 제트엔진 소음을 뿜어낸다면 그야말로 돌고래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돌고래가 사라진 바다를 원한다면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기 바랍니다. 제주 바다에서 더 이상 돌고래들을 보고 싶지 않다면 해상풍력과 제주신항만, 그리고 공항 건설 사업을 밀어붙이기 바랍니다. 공존의 섬은 산산이 파괴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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