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죽어가는 섬, 제주도

2010년 이후 최근 10년간 수족관 고래류 폐사 현황을 보면 제주도 시설내 돌고래 폐사는 모두 11건입니다. 2014년 이후에만 제주도에서는 총 9마리의 돌고래가 시설에서 사육 중 폐사한 것으로 확인되어 매년 1마리 이상 수족관 시설에서 돌고래 폐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수족관 돌고래 폐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는 ‘돌고래가 죽어가는 섬’이 됐습니다 .

2014년 이후 퍼시픽랜드, 마린파크, 한화 아쿠아플라넷 등 제주 지역 세군데 돌고래 수족관 시설내 돌고래 폐사 현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2014년 3월 19일 퍼시픽랜드 큰돌고래 ‘해랑’ 폐사 (사인 폐질환)
2014년 4월 1일 마린파크 큰돌고래 ‘알콩’ 폐사 (사인 림프선농양)
2015년 4월 7일 마린파크 큰머리돌고래 ‘솔잎’ 폐사 (사인 당뇨)
2015년 8월 3일 퍼시픽랜드 큰돌고래 ’45호’ 폐사 (사인 패혈증)
2016년 11월 13일 퍼시픽랜드 큰돌고래 ‘도담’ 폐사 (사인 신우신염)
2017년 7월 21일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 큰돌고래 ‘세나’ 폐사 (사인 심부전)
2018년 3월 22일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 큰돌고래 ‘너울’ 폐사 (사인 림프종)
2019년 10월 10일 퍼시픽랜드 큰돌고래 ‘똘이’ 폐사 (사인 림프육종)
2020년 8월 28일 마린파크 큰돌고래 ‘안덕’ 폐사 (사인 폐렴)

제주도정에서는 지난 7년간 매년 수족관 돌고래 폐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알고 있다면 이와 같은 반복되는 폐사를 막기 위해서 어떤 행정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합니다.

핫핑크돌핀스가 2011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 반복되는 수족관 돌고래 폐사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각 시설들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주문했는데 제주도에서는 이처럼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과태료 부과 또는 영업정지 등의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한번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제주도는 관내 돌고래 수족관 시설이 자기들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지사에게 도내 시설들에 대해 광범위한 관리감독의 행정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도지사가 돌고래 수족관 시설에 대해 시설 점검, 사육 개체 건강 점검 등을 실시하고 부실할 경우 영업정지 등의 관리 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지사는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계속 관내에서 돌고래 폐사가 지속되고 있는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요?

현재 제주도내 수족관에서 사육되는 돌고래들은 건강상에 있어서 심한 문제가 있고, 매년 돌고래들이 폐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최근 돌고래 폐사 사건이 발생한 마린파크의 경우 2020년 9월 10일 진행된 해양수산부의 현장 점검에서 마린파크가 해수부로부터 가장 문제가 많은 기관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수부는 마린파크에게 ‘수질 관리방법 보완’ ‘보유생물 검사 및 관리 부족’ ‘돌고래 정형행동 보임’ ‘행동풍부화 및 메디컬 트레이닝 시급’이라는 지적을 하였습니다. 다른 수족관들이 해수부 점검에서 ‘적정 관리 필요’ ‘다소 미흡’ ‘보완 필요’ 등의 미미한 지적을 받은 것과는 달리 마린파크의 상황은 수질에서부터 사육 동물의 건강상태, 관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제가 심각했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2020년 8월 28일 제주 마린파크에서 폐사한 큰돌고래 안덕이

해수부의 점검 결과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린파크의 돌고래들이 활동성이 둔하고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음’과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생물과 접촉시 사전 방역 조치 미흡’이라고 적힌 부분입니다.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사육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이들은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네 마리 돌고래들은 너무나 단조로운 환경에서 아무런 할 것도 없어서 그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또는 무의미한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돌고래들이 마음껏 움직이기 힘든 좁은 수조에서의 감금 생활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 정신적으로 상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습니다.

핫핑크돌핀스가 작년부터 예견했던 대로 이미 마린파크는 돌고래들을 제대로 사육하지 못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으며, 이는 마침내 돌고래의 폐사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최근 10년간 수족관 돌고래 폐사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수족관에 도입되거나 태어난 지 3년 내에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돌고래들은 야생에서 평균 수명이 40년인데, 돌고래 수족관에서는 평균 3년 가량 생존한 것입니다. 자기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일찍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좁은 수족관 수조가 돌고래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흰고래 벨루가의 폐사가 이어지자 마지막 남은 벨루가를 바다로 야생방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제주도는 돌고래 수족관이 3군데나 밀집해 있고, 도내에서 무분별한 돌고래쇼와 함께 원숭이쇼, 물개쇼, 코끼리쇼, 심지어 흑돼지쇼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동물학대의 섬’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습니다. 돌고래의 지속되는 폐사와 동물을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동물쇼 및 동물을 만지는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제주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어서 코로나 판데믹 시대에 인수공통전염병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핫핑크돌핀스는 수족관 돌고래의 폐사를 막기 위해서 자연방류 또는 바다쉼터 조성을 통한 방류를 대안으로 제시해왔습니다. 제주도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돌고래들도 폐사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현재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하고 있음)는 제주 바다로 방류하고, 일본 다이지마을에서 수입해온 큰돌고래들은 바다쉼터를 조성하여 방류하는 식의 조치를 통해 제주도가 나서서 적극적인 돌고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세계적인 해양포유류 학자 나오미 로즈 박사와 함께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 일대를 답사하였습니다.

제주도에서 의지만 있다면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내수면 일대에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하여 수족관 내 사육 돌고래 가운데 건강이 나쁜 개체들부터 방류가 가능합니다. 성산읍 오조리 일대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내수면 지역으로서 넓은 지역에 걸쳐 생태환경이 비교적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비좁은 수조에서 공연과 체험에 동원되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큰돌고래들을 이곳에 보내서 살게 한다면 동물복지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도와 해양수산부는 동물원수족관법 그리고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돌고래 바다쉼터 마련,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야생방류, 동물학대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금지 등을 즉시 시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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