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포유류, 잃어버린 유전자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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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 효소 없어 하천 흘러드는 살충제에 무방비 노출

5천300만년 전 바다생활에 적응한 고래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해양 포유류가 수천만 년 전 육지 생활을 접고 바다로 들어서면서 포기한 유전자 기능으로 인해 인간이 장악한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사이언스 데일리 등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피츠버그 의과대학원 진화생물·의학센터 네이선 클라크 박사 연구팀은 고래와 해우(海牛·manatee) 등 해양 포유류 5종과 육지 포유류 53종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해양 포유류 대부분이 육지 포유류와 달리 ‘파라옥소나아제(Paraoxonase·PON) 1’로 불리는 유전자가 손상된 것을 밝혀냈다.

PON1 유전자는 신경체계를 교란시켜 벌레를 죽이는 유기인제(有機燐劑)를 신속히 분해할 수 있는 파라옥소나아제 효소를 만들게 한다. 이는 해양 포유류들이 바다에 적응하면서 PON1 유전자 기능을 잃어 다른 대처 방법이 없다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살충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해양 포유류가 바다에 적응하면서 후각과 미각 기능을 잃었다는 기존 연구에 흥미를 갖고 해양 포유류가 바다 생활을 대가로 포기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다가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이 다양한 해양 포유류의 혈장을 수집해 유기인제를 넣은 결과, 지상 포유류와는 달리 살충제 성분을 분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이들 해양 포유류가 PON1 기능을 잃은 시기를 추적했다.

그 결과, 고래와 돌고래는 5천300만년 전 공동의 조상인 히포포타무스(hippopotamus)에서 분리되자마자 곧바로 PON1 기능을 잃었으며, 해우는 이보다 앞선 6천400만년 전 코끼리에서 분리된 뒤 이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우(manatee) 모자 [자료사진]

바다표범은 멀게는 2천100만년 전, 가깝게는 가장 최근에 PON1 기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해양 포유류들이 PON1 기능을 잃은 것이 바다생활에 더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바다생활에 적응하는 데 방해가 됐기 때문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린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진화생물·의학 센터의 윈 마이어 박사는 육지 포유류가 오래 숨을 참고 잠수하는 등 극심한 산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해양 포유류가 엄청난 양의 산소를 마시고 잠수할 때 산소를 가진 분자를 만들게 되는데 파라옥소나아제 효소가 이 분자들을 세포를 파괴하는 유해분자로 보고 분해하는 바람에 바다 생활에 적응하는 데 걸림돌이 되자 PON1 기능이 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라옥소나아제 효소 수치가 낮은 사람은 산소를 가진 분자들이 혈관 벽에 플라크를 쌓아 심장병과 아테롬성 동맥경화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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