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쇼는 굶주린 배 채우려는 몸부림”…수족관의 비극 끝낸다

“돌고래쇼는 굶주린 배 채우려는 몸부림”…수족관의 비극 끝낸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2021.01.25

해수부, 수족관 등록제에서 허가제로…“동물복지 강화”
고래류 새로 들여오지 못하고 신설 수족관은 사육·전시 전면 금지
폐사 개체 통해 서식환경 평가…로봇 돌고래 공연 등 대안 떠올라

‘고아롱, 루이, 안덕, 아자, 달콩이.’

지난해 국내 수족관에서 생을 마감한 고래들이다. 수천㎞의 바다를 이주하며 사는 야생 고래들을 고작 6~7m 얕은 깊이의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수조 안에 가둬놓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평균수명이 짧아진다. 고래들에게 수조는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환경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 돌고래는 수족관 내를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벽을 때리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면역력이 약해지고, 세균에 쉽게 감염돼 결국 폐렴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8월 폐사한 큰돌고래 안덕이는 죽기 직전까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야생 벨루가는 평균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살지만 역시 지난해 7월 폐사한 루이는 12년밖에 살지 못했다. 큰돌고래 고아롱은 18년을 살았다.

수족관 돌고래의 단명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수족관에 들여오거나 수족관에서 태어난 뒤 폐사한 돌고래 31마리 중 20마리(64.4%)가 3년도 살지 못했다.

■ 학대 지적에도 돌고래 공연 여전

고래를 동원한 공연은 ‘동물학대’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타기 프로그램이 동물학대라는 지적을 받았고, 수족관 체험 프로그램 금지와 고래류의 방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조련사들이 고래류를 훈육하면서 의도적으로 먹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쓰곤 한다”며 “벨루가나 고래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등에 사람을 태우거나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 몸체를 뒤집거나 점프를 하는 행위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안타까운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고래의 수족관 사육과 공연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수족관 서식환경과 동물복지 개선을 촉구하는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돌고래 쇼와 전시를 동물학대로 보고 전면 금지 또는 제한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고래류 수족관을 전면 폐쇄하고 돌고래 쇼를 중단했다. 캐나다는 레저 목적으로 고래류를 사육하고 감금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칠레와 코스타리카는 2005년부터 고래류의 수조 사육을 막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동물보호 차원에서 야생동물을 훈련해 곡예시키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다.

대안으로 로봇을 활용한 전시와 공연도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자인·엔지니어링 회사인 에지이노베이션은 약 2600만달러(약 286억6000만원)를 들여 의학용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와 인공지능을 지닌 크기 2.5m, 몸무게 250㎏의 돌고래를 선보였다. 기계적 뼈대나 전자회로, 원격조정을 통해 실물처럼 자유롭게 헤엄치고 물을 튀기며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개장 수족관, 고래 사육·전시 전면 금지

정부도 수족관 전시생물의 서식환경 개선과 해양포유류 폐사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해수부가 최근 내놓은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2021~2025년)’을 보면 기존의 수족관 등록제는 허가제로 바뀌고,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체험 프로그램은 향후 법(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금지행위를 명확히 규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굶기는 등의 행위만 ‘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하지만, 앞으로는 관람객의 먹이주기, 만지기, 올라타기 등도 동물복지 차원에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족관은 기존에 보유한 개체 외에 새로 고래를 들여올 수 없으며, 새로 개장하는 수족관의 경우 고래류 사육과 전시가 전면 금지된다.

폐사한 고래는 박제 등을 통해 교육·연구 목적으로 쓰고, 전문가를 검사관으로 지정해 서식환경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해양동물의 구조와 치료를 위한 전문기관은 2018년 기준 8개에서 2028년 20개로 늘린다. 아울러 수족관 관람객이나 근무자에 대한 위생관리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재난과 사고에 대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내에 등록·운영 중인 수족관은 코엑스 아쿠아리움 등 민간 15개와 국립해양박물관 등 공공수족관 8개 등 총 23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1마리, 흰고래 6마리, 큰돌고래 20마리 등 총 27마리의 돌고래가 이곳에서 살고 있다.

송명달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24일 “동물복지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은 환경부와 공동으로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위반 시 처벌 규정은 관련 부처와 시민단체, 수족관 업체들과 협의해 대상과 범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 원문 읽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125213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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