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건설은 백록담에 호텔을 짓는 것과 같다

제주일보 2021.02.09 광고. ⓒ제주도청앞천막촌사람들

제주사람들은 돌 같은 무생물과 바람과 같은 기후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통싯돌 하나를 옮기더라도 날을 받아서 했고, 바람 신 영등신을 지금도 믿는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유교 사상이 지배하면서 인(仁)을 모르는 동식물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었고, 서양에서는 기독교와 인본주의사상이 뿌리를 내리면서 ‘신-천사-사람-동물-식물’ 순으로 위계가 정해졌다. 

산업혁명 이후 이러한 인본주의적 쇼비니즘(chauvinism)이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 급속도로 진행됐고, 제주도도 1960년대 이후 이러한 흐름에 편입되었다. 2019년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 과학기구’총회에서 채택한 보고서에 따르면 양서류의 40%. 침엽수의 34%, 포유류의 25%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구에 사는 800만 종(種)의 동식물 가운데 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1980년~2000년에 한반도 면적의 5배에 해당하는 열대 우림이 사라졌고, 지난 25년간 오션데드존(Ocean Dead Zone)의 수도 75%나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온난화로 ‘제6의 대멸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지구에는 6600만 년 전 공룡들을 사라지게 한 ‘제5의 대멸종’을 비롯하여 다섯 차례의 대규모 멸종이 있었다. 그러나 이전의 대멸종은 운석충돌, 대규모 화산폭발과 같은 물리적 힘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제6의 멸종은 인류가 원인이다. 도시화, 산업화,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편리와 풍요를 선사했지만 과도한 에너지사용,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등으로 기후변화를 가속화시켜 매일 70여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인류의 부정적인 역할에 주목한 지질학자들은 현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이름을 붙였다. 멸종이 진행되면 우리 생활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야생생물만 사라질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류의 식량자원인 동식물 역시 멸종되어 대기근이라는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식량작물인 감자는 기후온난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이미 22%의 종이 멸종하였고, 초콜릿도 지구 온도가 2℃ 증가하면 완전히 멸종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런던대학의 케이트 존스(Kate Jones) 교수는 “우리는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 열대 우림과 야생 지역을 파괴하고 있다. 그 중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동물들도 많다. 우리가 생태계를 파괴하면 그 바이러스들은 원래의 숙주로부터 빠져나와 새로운 숙주를 찾는다. 그 숙주가 바로 우리 인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쩌면 코비드 19도 지혜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 때문에 곪아 터진 지구가 인류에게 복수의 칼을 휘두른 팬데믹일지도 모른다.

원지사가 지난해 10월, 송악선언을 통하여 청정과 공존은 제주도민이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고 주장하며 난개발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제2공항 건설은 여전히 강행하고 있다.  

연간 1500만 관광객이 다녀가는 제주도는 이미 쓰레기·교통문제, 경관파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영갑 작가가 그토록 사랑했던 용눈이오름도 탐방객 급증으로 검붉은 속이 드러나 올해부터 물찻·도너리·문석이오름처럼 자연휴식년제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앞 사람의 등만 보고 오르는 한라산도 성판악코스는 1000명, 관음사코스는 500명으로 탐방객 수를 제한하기로 하였다. 

대학(大學)에 ‘물유본말(物有本末)’과 ‘지소선후(知所先後)’라는 말이 있다. ‘만물에는 근본과 지엽이 있고,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를 청정하게 하고 자연과 공존하려면 먼저 할 일은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에 맞게 입도객 수를 제한하는 일이다. 입도객 수를 제한하면 탐방객 수는 저절로 줄어든다. 4500만 명의 입도객을 모셔오기 위해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면서 탐방예약제를 시행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관광객 수를 3배 이상 늘리려는 정책을 쓰면서 다음 세대의 자산이기도 한 청정 제주를 보존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 관광객이 4500만 명이 되면 그에 따라 도로, 건물 등 기반시설이 늘어나 농지와 녹지는 줄어들 것이고, 교통량과 쓰레기양도 늘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할 것이 당연하다. 

1960년대에 성판악주차장에서 진달래대피소까지 포장도로를 내고, 백록담 분화구에 호텔을 짓는 사업계획이 있었다. 만약 그 사업이 시행되었다면 한라산의 지금 모습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언택트(untact)시대, 관광보다 힐링을 추구하는 여행, 오버투어리즘 문제로 공정여행이 보편화 될 미래에는 제주다움과 생태가치가 경제성이 더 뛰어난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백록담에 호텔을 건설하는 것과 같은 짓이 될 것이다. 

오는 15∼17일에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우리는 청정과 공존은 제주도민이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는 원 지사의 선언을 실현하기 위해 ‘제2공항 반대’로 답해야만 한다. 그것이 원 지사가 제주도의 가치를 파괴한 원흉으로 제주역사에 기록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팔색조의 진홍색 배와 긴꼬리딱새의 파란색 눈 테두리를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르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주투데이 기고] 제2공항 건설은 백록담에 호텔을 짓는 것과 같다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538
고기협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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