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돌고래 보호는 뒷전, 선박관광업체 비호하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정은 정신 차려라

[핫핑크돌핀스 성명서] 돌고래 보호는 뒷전, 선박관광업체 비호하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정은 정신 차려라

지난 7월 7일 제주도청에서 해양수산부와 제주도 그리고 제주지역 돌고래 선박관광 업체들 사이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핫핑크돌핀스가 올해 초부터 보호종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을 괴롭히는 선박관광 업체들의 행태를 현장 동영상을 통해 집중적으로 고발하면서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에서 마련하게 되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구좌읍에서 출항하는 업체 1곳과 대정읍에서 출항하는 업체 3곳 등 총 네 업체가 일상적으로 보호종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선박관광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즌에 따라 제트스키 등 수상 오토바이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돌고래 무리 속으로 파고드는 위험천만한 운항을 계속하고 있어서 문제가 큰 상황이다. 일부 제트스키 업체들은 해수부가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선박접근 금지 규정의 존재조차 전혀 모르고 있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해양수산부는 돌고래 쇼장에 의한 돌고래 불법포획이 문제가 되고, 정치망 그물에 혼획되는 사례도 잦아지자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으나 지정된 지 10년이 된 지금에도 전체 개체수가 당시와 비교해 제자리걸음을 하며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보호종으로 지정만 해놓고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처 한가운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1991년부터 최근 30년간 제주 바다 115만6000㎡, 즉 축구장(7,140㎡) 162개에 달하는 면적에 대해 매립을 진행하여 한때 돌고래들의 서식처였던 바다가 지금은 각종 레저타운이나 유원지 또는 해군기지로 탈바꿈하고 말았다.

바다의 매립과 선박 물동량의 증가 그리고 연안 난개발과 해상풍력발전사업 등 온갖 개발 사업으로 인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처가 급격하게 축소되는 가운데 제주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연안 생태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최근에는 얼마 남지 않은 보호종 야생 돌고래들을 대상으로 하루 종일 관광선박이 졸졸졸 따라다니며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돌고래들 대상으로 관광을 할 계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개체수가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관광을 중단하고 보호에 더욱 치중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제 역할을 방기한 채 선박관광업체들의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3대의 선박이 동시에 돌고래들을 대상으로 가까이 접근하는가 하면 초고속 제트스키까지 나타나 돌고래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선박관광의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민원이 이어지자 이제야 해수부가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간담회를 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담회에 관련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나 이 문제를 학문적 입장에서 천착하면서 오랫동안 현장 연구를 진행해온 전문가 단체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등 전문가들은 배제되었고, 오직 정부 관계자와 업체만으로 참여가 제한되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담당자에 의하면 이 간담회에서 다음 3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 관광객 대기실 및 선박 내 액자형 ‘남방큰돌고래 관찰가이드’ 부착
  • 선박관광 전 관광객을 대상으로 ‘남방큰돌고래 관찰가이드 및 생태교육’ 의무화(해수부에서 제작한 교육 오디오 파일을 선박 내에서 재생하는 방식)
  • 해수부·제주도청·관광업체 간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한 실천 협약’ 체결

간담회에서 협의된 내용이란 것이 결국은 다 돌고래 선박관광업체들의 사업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행위들뿐이다. 멸종위기에 몰린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청이 처음으로 돌고래 선박관광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질적인 보호대책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돌고래 관찰가이드의 구체적 내용을 이미 업체들이 알고 있음에도 지키지 않고 있는 이유는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규정을 어겨도 정부가 규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와 관광업체 간담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 돌고래 관찰가이드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아 내용의 총체적 보충과 수정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돌고래의 선수파 타기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선박에 대해 명확한 금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남방큰돌고래들은 생태적 습성상 호기심이 많고 친근하기 때문에 선박에 따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선박관광업체들은 이런 돌고래들의 본성을 악용해 선수파 타기를 유도한다. 하지만 제주 남방큰돌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선수파 타기를 유도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저마다 선박 가까이에서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를 자사 SNS에 홍보하며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실이다.

핫핑크돌핀스는 이 간담회 결과에 큰 실망감을 느끼며 해양수산부와 제주도정이 보다 적극적인 남방큰돌고래 보호 의지를 갖고 선박 내부에 규정 위반 신고 핫라인 설치, 규정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하고 보고할 수 있는 감독자 승선, 승선 전 관람객들에 대한 해양생태교육 실제 실시(오디오파일만 재생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실제 교육), 규정 위반 시 업체에 영업정지 명령, 규정 위반 반복되는 선박관광 업체 퇴출 나아가 대정읍 일대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1년 7월 9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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