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포획 중단 33년..’멸종위기’ 혹등고래가 돌아왔다

ㆍ미 워싱턴대·해양청 연구결과
“포경 등 인간 위협 줄어들자
원래 개체수 93% 수준 회복”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초반부에는 캡틴아메리카가 세계 인구의 절반이 줄어든 지 5년이 지나자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서 고래떼를 봤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배가 줄어들고 수질이 깨끗해지면서 즉, 인간의 영향이 줄어들자 자연이 회복됐음을 의미하는 대사다.

마치 영화처럼 인간의 교란행위가 중단되자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던 고래의 수가 원래 개체 수에 가깝게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와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연구진은 남대서양의 멸종위기 혹등고래 수가 과거 인간의 포경 등으로 인한 위협이 시작되기 전의 93%가량인 약 2만4900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영국왕립학회의 오픈액세스저널 ‘왕립학회오픈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30년쯤에는 혹등고래의 수가 본래의 약 99%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연구는 공중과 해상 조사, 컴퓨터 모델링 등을 통해 이뤄졌다.

혹등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에 LC(Least Concern·관심필요)로 등록돼 있는 해양포유류다.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혹등고래는 평균 몸길이가 15m, 체중이 약 30t에 달하며 등지느러미가 혹처럼 생겨 혹등고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성격이 온순하고 보호 본능이 강해 범고래의 공격을 당한 새끼 물범을 배 위로 올려 구조하거나 상어로부터 여성 다이버를 보호한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암각화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도 혹등고래 포경 모습이 새겨져 있다.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18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포경 때문이다. 1986년 포경이 중단되기 전까지 혹등고래는 약 30만마리 이상이 사냥당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남대서양의 혹등고래 수는 1830년 약 2만7000마리에서 1950년 중반 약 450마리까지 줄었다. 한반도 연안에서는 1911~1944년간 128마리, 1958년 이후 13마리가 포획됐다는 해양수산부 기록이 있다.

혹등고래는 특히 연안을 천천히 유영하는 습성 때문에 포획이 쉽다보니 멸종위기에 처했었다. 포경 중단 이후 보호 노력으로 점차 수가 회복됐다. IUCN은 현재 혹등고래가 8만4000마리 정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북태평양에는 약 2000마리가 서식한다. NOAA는 혹등고래 무리 14개 중 10개의 수가 회복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여전히 위기에 처한 상태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하면 (멸종위기 동물의) 개체 수가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혹등고래가 다시 늘어나면서 주요 먹이인 남극크릴새우가 부족해질 우려가 있으며, 기후변화 역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기사 원문 읽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212101005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