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동물들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디지털 수족관’

바닷속 동물들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디지털 수족관’

바야흐로 가상 동물원·수족관이 점점 대세가 되고 있다.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을 우리나 수조에 가둬놓고 인간은 울타리 바깥쪽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갇힌 동물을 즐겨보던 구시대적인 방식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학대를 중단하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발달하고 있는 가상현실과 3D 그리고 입체영상 등의 기술을 활용한 시설이 기존 동물원만큼의 충분한 전시와 교육 목적을 거둘 수 있고,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할 경우 오히려 오락적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살아 있는 고래류를 수조에 전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반생태적이며, 별로 교육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바다에서 고래를 만나는 고래생태관찰이나 가상 수족관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과학 기술을 이용해 실제 바닷속과 흡사한 모습의 가상 수족관을 만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육상 동물에 비해 해양생물을 만나기 위해서는 몸에 물이 젖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최소한 배나 잠수함을 타고 내려가지 않는 이상 스노클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해야 제대로 해양생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물에 젖지 않고도 다양한 해양생물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가상 수족관은 더 큰 매력이 있는 것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바다와 그곳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을 최신 기술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경험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특히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시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가둬놓은 동물원을 가상 동물원으로 대체하자는 청원이 제기되었고 시장이 이를 검토하면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청원을 제기한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바르셀로나 동물원 우리에 갇힌 300종, 2천 마리 상당의 동물을 모두 가상현실 영상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이런 ‘디지털 동물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르셀로나 동물원 돌고래 쇼 모습

바르셀로나시의 경우에는 돌고래들이 좁은 수조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전부터 제기되었다. 영국의 본프리 재단과 스페인의 동물보호단체 FAADA 활동가들은 2016년 초 바르셀로나 돌고래 수족관을 방문해 그곳에서 사육중인 여섯 마리의 큰돌고래 상태를 모니터링 하였다. 그 결과 오래 전 지어진 수족관 시설이 너무나 낡았고, 수조는 비좁아서 돌고래들이 부대끼며 지내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르셀로나 동물원 역시 돌고래 수족관의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수족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시의회에 예산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돌고래들이 새로운 수족관을 짓는다고 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바다에 넓은 공간인 쉼터를 만들어서 방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논란 끝에 현재 바르셀로나 돌고래 수족관 규격으로는 유럽연합이 정해놓은 최소 동물복지 규정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바르셀로나 시는 동물원 내 돌고래 수족관을 폐쇄하도록 하고, 남은 돌고래들은 다른 시설로 이동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2월 22일 바르셀로나 시의회는 새로운 돌고래 수족관을 건립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리며 스페인 역시 돌고래 쇼를 없애는 나라의 대열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가상현실로 만나는 돌고래, 실제처럼 감동적일까?

가상 수족관의 모습. 랜드마크 엔터테인먼트 그룹

스페인의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디지털 동물원이 젊은 입장객의 흥미를 더 잘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아이들은 디지털 감각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진짜 동물을 대체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가상현실로 만나는 고래와 돌고래는 실제 바다에서 만나는 것만큼 흥미롭고 감동적일 수 있을까? 핫핑크돌핀스가 직접 찾아가본 타이완 남부 국립해양생물박물관(해생관)에서는 이런 기술을 잘 활용하여 관람객들이 마치 깊은 수중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심해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가상 현실의 경우 3차원 안경이나 VR기기를 착용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기 마련인데, 타이완의 해생관에서는 다른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어두운 환경에서 대형 심해생물들이 눈 앞에서 헤엄쳐 지나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만타가오리가 휙 지나가는가 하면 생전 처음 본 커다란 물고기가 내 몸을 관통하여 지나가기도 하여 저절로 탄성이 나오기도 하였다. 다만 타이완 심해전시관은 오로지 시각적 효과만 사용하고 청각, 촉각, 후각 등은 사용하지 않아 분명한 한계도 있다.

이에 비해 일본에 문을 연 오비 요코하마는 보다 다양한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대자연 체감 뮤지엄이라고 내세운다. ‘혁신적인 엔터테인먼트와 영상 제작 능력을 융합시켜 대자연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최고의 몰입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뮤지엄’이라고 선전하는가 하면 ‘놀이기구의 기법을 이용하면서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지구와 생명의 매력을 체감하게 한다’고 광고한다. 3차원 안경을 쓰고 동물들의 입체 영상을 본다는 것인데, 아마도 동물원을 대체하는 충분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통받는 동물들이 없는 디지털 수족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바다속 세계를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체험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출처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바다 세계를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더 블루: 바다 속 VR 체험’이 열렸다. 이 체험전에 다녀온 사람들은 눈앞에서 마치 진짜 대왕고래가 헤엄쳐 지나가는 듯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길이 30미터에 달하는 대왕고래가 바다 속을 유영하는 장관을 보면 정말 압도적일 듯하다. 기기를 착용하면 바로 눈 앞에서 화려한 바다속 세계가 헤드폰의 3D 사운드와 함께 6분짜리 가상현실로 펼쳐지는데, 산호초와 해파리, 손가락이 닿으면 움찔거리는 말미잘, 그리고 난파선 주위로 온갖 바다물고기와 오징어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가운데, 관람객들은 마치 직접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것처럼 바다속 탐험을 할 수 있어서 놀라워한다. 이곳의 홍보 동영상을 보면, 이제 살아있는 고래를 바다에서 잡아 와서 좁은 수족관에 가두는 고문을 가하지 않고도 생생한 해양생태체험을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 전시가 지금 현재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도 열리고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마련한 ‘오션 오디세이 인카운터’가 그것이다. 관람객들은 1시간 가량 천천히 전시장을 걷는 것만으로 태평양 심해 한복판에 들어서게 된다. 놀라운 기술로 세밀하게 구현된 혹등고래와 백상아리, 대왕오징어와 바다사자 등이 바로 앞에서 헤엄쳐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며 돌고래 보호운동을 하는 활동가 역시 이 전시를 통해 돌고래 수족관은 이제 가상 수족관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7년10월29일 국립광주과학관에서 열린 라이트애니멀사이언스쇼 전시모습. 사진출처 라이트애니멀 홈페이지

마침 한국에서도 비슷한 전시가 열렸다. 일본 출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 카와이 하루요시 씨가 국립광주과학관에서 ‘라이트 애니멀(Light Animal)’ 사이언스 쇼를 연 것이다. 라이트 애니멀은 동물과 함께 사는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동물 전시 시스템으로, 돌고래나 코끼리 같은 사회성이 강한 동물을 야생무리에서 잡아와 부적합한 환경에서 사육하는 대신 가상으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이라고 하루요시 씨는 핫핑크돌핀스에게 직접 보낸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광주에서 열린 이번 전시에 다녀온 핫핑크돌핀스 회원의 전언에 의하면 실제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들의 역동성을 라이트 애니멀 전시가 따라갈 수는 없었지만 수족관 사육 돌고래를 가상 전시로 대체하려는 열의가 충분히 느껴졌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열린 이번 전시가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조명되었고, 수족관 돌고래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생명윤리와 동물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전해왔다.

2017년 5월 중국에서 열린 라이트애니멀 사이언스쇼.

가상 수족관은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것이며, 기술적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물을 가두는 일도 중단될 수 있다. 동물전시와 오락 및 교육 기능은 가상시설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을 것이며, 기존의 동물원과 수족관은 멸종위기 종 보호와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해양생물의 서식처 바다를 더 이상 파괴하지 않고 잘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사 원문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0321046&memberNo=38419283


*글을 쓰며 참고한 관련 동영상 자료 및 홈페이지

바르셀로나 동물원 돌고래 쇼 모습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qpIkMvpfN4M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가상 수족관 전시 내용과 동영상 https://blog.wevr.com/acclaimed-vr-series-theblu-out-on-transport-oculus-touch-896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오션 오디세이 인카운터 홈페이지 https://natgeoencounter.com/

2017년 여름 중국에서 열린 라이트 애니멀 전시 모습 동영상 https://youtu.be/eflpYvGy0HM

라이트 애니멀 홈페이지 http://www.lightanim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