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전면 중단하라

[공동성명서] 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내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전면 중단하라

대만과 제주 해역의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해양포유류인 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는 서로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 연안 개발에 따른 급격한 서식지 감소와 과도한 어업 등 인간의 해상활동으로 인한 피해가 그것이다. 2020년, 대만 정부가 뒤늦게 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인 대만 서해안 일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수년간의 광범위한 바다매립과 해상풍력발전단지 공사로 인해 이미 개체수가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2002년 대만 흰돌고래에 대한 연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 개체수는 100명 정도였으나, 2023년 현재 개체수는 겨우 50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풍력자원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은 대만은 2016년부터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앞으로 20년간 대만 서해안에 1,000개의 풍력발전기를 추가 설립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얕은 수심의 대만 서해안은 흰돌고래의 유일한 서식처인데, 이곳이 진동과 소음을 일으키는 발전기로 뒤덮이게 된다면 흰돌고래들의 지역적 멸종은 불가피하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처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반도 해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서만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는 현재 약 120명 정도가 겨우 생존해있는데 연안 개발행위와 어업, 선박관광 등으로 인해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남방큰돌고래들이 가장 많이 발견되었던 제주 서북부 해안에는 탐라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섰고, 한림해상풍력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형 공사 선박의 잦은 항행과 발전기 수중 소음으로 인해 이 지역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은 머무르지 못하게 되었다. 한림해상풍력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단 한 번도 남방큰돌고래를 언급하지 않았고, 주변 해역에서 해양보호생물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는 결국 공사 단계에서 적절한 돌고래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와 더불어 남방큰돌고래가 가장 자주 발견되는 구좌읍 연안도 해상풍력발전사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한동, 평대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사업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모든 해상풍력은 해안선 이격거리가 약 2km 이내에 불과한 연안풍력사업이어서 온갖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미 인간의 해상활동이 활발한 제주 연안 지역이 풍력발전기로 뒤덮이게 된다면 오래전부터 정착해 살아오던 남방큰돌고래들은 서식처를 잃고 쫓겨날 수밖에 없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연안정착성이기 때문에, 연안 생태환경이 나빠진다고 해서 먼바다로 이동하거나 계절에 따라 회유할 수 없다. 즉 대만이나 제주의 돌고래들은 연안이 개발사업으로 인해 황폐해지면 그곳에서 꼼짝없이 절멸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강행되는 연안풍력 사업은 대만과 제주에서 모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만의 시민들은 무분별한 연안풍력 건설 사업으로부터 흰돌고래 서식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미안해하고 있다. 그리고 대만 흰돌고래와 같은 상황이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벌어지지 않기를 소망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절반으로 급감하기 전에 지금 이곳 제주에서 벌어지는 연안풍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 제주는 전기가 넘쳐나서 강제 출력제한을 실시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제주 해양생태계 보전에 대한 대책 없이 제주 연안에 새로운 풍력발전단지를 계속해서 지어대겠다는 계획은 얼마나 불필요하고 허황한 계획인가!

우리가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지금처럼 중앙집중식, 공급중심의 에너지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분산형 발전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전기를 많이 소비하며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 드림타워, 신화역사공원, 호텔신라, 롯데호텔 등의 건물들에도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앞서 과도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수요관리와 소비 자체를 줄이기 위한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개체수가 줄어든 중요 해양포유류는 다시 개체수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해상풍력은 해안선 바깥 10km 이상에서만 건설되도록 하고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주요서식 환경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안풍력 사업은 전면 중단 및 재검토되어야한다. 우리는 멸종위기 연안 돌고래 개체군 보전을 위해 서식처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비롯한 연안개발사업과 선박관광을 금지하고, 폐어구와 오염물질 연안유입 차단을 위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주도정에 촉구한다.

2023년 9월 1일
핫핑크돌핀스, MFCU 중화흰돌고래보호연합(台灣媽祖魚保育聯盟), 장화현환경보호연맹(彰化縣環境保護聯盟), Wild at Heart Taiwan(台灣蠻野心足協會), 제주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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