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이 방류는 정말 ‘과학적 표준’을 따르지 않았을까?

한겨레 남종영 기자가 최근 ‘돌고래의 죽음과 야생방사 실적주의’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에서 남종영 기자는 한 마디로 비봉이 방류가 과학적 표준을 따르지 않았으며,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라고 하는 일부 인간이 만든 몇몇 기준(수족관 감금 기간, 단독방류)에 충족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봉이 방류가 부적합했다고 볼 수 있을까? 비봉이가 처했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지 않은 채 일부의 판단 기준만을 적용한 방류부적합은 지극히 선험적이고 결정론적 주장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비봉이의 야생적응 과정과 방류시 원래 비봉이가 속했던 남방큰돌고래 무리와의 조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던 비봉이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리 주어져있던 생물학적인 조건만으로 방류 실패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만약 비봉이가 호반 퍼시픽리솜 수조에서 예전처럼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면 당연히 방류는 강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비봉이는 호반 퍼시픽리솜 수조에서 그대로 살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방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또 다른 감금시설로 옮겨졌을 것이다. 비봉이를 수조에 그대로 두고 관리하고 보호하자는 주장은 현실에서 결국 거제씨월드라는 돌고래 학대시설로 비봉이를 이송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비봉이가 그런 거제씨월드로 옮겨져 체험과 학대 프로그램에 동원되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과 제주 연안 가두리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 조심스럽게 야생적응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비봉이를 위한 선택이었을까?

비봉이가 바다에서 살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방류를 강행하는 것이 ‘유기’이지만, 비봉이는 충분하고 적절한 야생적응 훈련이 이뤄졌다면 바다에서 생존 가능성이 낮지 않았다. 그리고 비봉이는 원서식처 바다에 마련된 야생적응 가두리에서 지내면서 춘삼이, 제돌이 등 옛 동료들과 조우하기도 했다. 옛 동료들과 바다에서 조우한 비봉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가두리를 빙글빙글 돌거나, 고개를 까딱이거나, 점프를 하는 등 평소 가두리에서 보이지 않던 행동들을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비봉이의 방류 시 생존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본 것이다.

물론 비봉이는 방류 전 더 살을 찌우고, 인간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기 위해 더 오랜 기간 야생적응 기간을 거쳤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방류가 이뤄진 것은 핫핑크돌핀스에게도 매우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하지만, 비봉이가 방류부적합 개체고, 따라서 방류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현실에서는 비봉이를 그냥 최악의 수조로 보내 거기서 죽도록 내버려두자는 무책임함에 불과하다.

실제로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장수진 박사 역시 2022년 5월 17일 열린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비봉이의 방류에 좀더 무게를 두었다. “기존 개체군에 대한 충분한 생태학적 정보, 지역 정치망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살아있는 먹이자원 공급 가능, 방류 경험과 그에 따른 지역적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의 존재는 비봉이의 방류를 시도할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장수진 박사의 주장이야말로 현장에 기반한 과학적 판단이었다.

돌고래 방류의 부적합성을 선험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재단하며, 과학적 표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식의 수박겉핥기식 비판은 결국 고래류 시설 감금을 합리화할 뿐이다. ‘방류부적합’ ‘감금합리화’야말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와 한화아쿠아플라넷 그리고 거제씨월드 등 현재 고래류 감금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 아닐까.

*관련 글 [남종영의 인간의 그늘에서] 돌고래의 죽음과 야생방사 실적주의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7695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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