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좌초·표류된 고래 유통만 금지하면 고래가 보호될까

좌초·표류된 고래 유통만 금지하면 고래가 보호될까요? 아닙니다.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고래사체는 우연히 그물에 걸렸다는 이유로 판매가 허가되는 ‘혼획’ 고래입니다. 그러므로 고래를 보호하려면 혼획된 고래 사체의 유통도 모두 금지해야 합니다.

이번 해양수산부의 고래고시 개정안이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애니멀피플 분석 기사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실어주셨네요^^

[애니멀피플] 좌초·표류된 고래 유통만 금지하면 고래가 보호될까요? https://www.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995685.html

지난주 정부가 국내 해역에 서식하는 고래류를 보호하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고래 사체의 판매·유통을 제한하는 ‘고래자원 보존과 관리에 의한 고시’(이하 고래고시) 개정안을 11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3일에는 올해 안에 고래 2종을 해양보호생물종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도 내놨습니다.

발표를 종합하면, 이제부터 실질적인 고래 보호정책이 시행되고 그물에 걸린 고래의 사체 거래도 획기적으로 줄 것 같아 보입니다. 해양수산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고래고시’ 개정은 고래류 보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면서 “국제규범 준수라는 정책적 목적을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해양환경단체는 이번 고래고시 개정을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합니다. 좌초, 표류뿐 아니라 여전히 위탁판매가 가능한 혼획의 거래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고시 개정, 해양포유류법 제정으로 이어져야’라는 성명에서 “허술한 현행 고래고시 탓에 ‘혼획을 가장한 불법포획’으로 잡힌 수백 마리의 고래들이 매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고래사체 유통은 고래들의 멸종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중금속 등 오염물질 다량함유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모든 고래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어떤 식으로 죽은 고래든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혼획을 가장한 불법포획’은 어떻게 나온 주장일까요.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는 모두 1960마리였습니다. ‘웃는 고래’로 알려진 토종 돌고래 상괭이가 1430마리로 대부분이지만, 돌고래 374마리, 낫돌고래 71마리, 밍크고래가 63마리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의 혼획 비율도 비슷합니다. 절반 이상이 상괭이지만, 그 뒤로 참돌고래, 낫돌고래, 밍크고래 순으로 그물에 많이 걸렸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서 식용으로 주로 판매되는 밍크고래는 해마다 60~80여 마리가 혼획됩니다. 2016년 94마리, 2017년 69마리, 2018년 83마리, 2019년 63마리로 한해 평균 합법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고래고기는 80여 마리 수준입니다.(해양경찰청, 고래연구센터 자료) 핫핑크돌핀스는 전국 116개 고래고기 식당에서 유통되는 밍크고래의 숫자가 이를 훌쩍 초과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울산, 부산, 포항 등 고래고기 소비가 활발한 지역 상점에 가서 물으면 매년 5~6마리의 밍크고래를 소비한다고 말한다. 잘 안 팔리는 곳도 1~2마리는 판다고 한다. 계산을 해보면, 밍크고래는 80여 마리를 훌쩍 넘는 200여 마리 정도가 소비되고 있지 않나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나머지 120여 마리가 불법 포경으로 잡힌 ‘뒷고기’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실제로 마리 당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밍크고래의 불법 포획은 매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되는 범고래, 흑범고래는 주로 혼획되는 종이 아닙니다. 해수부는 혼획 피해가 많은 큰돌고래, 낫돌고래, 밍크고래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해양생물보호종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약골 대표는 13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이미 5~6년 전부터 저희는 한반도 해역에 유일한 대형고래인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을 주장해 왔다. 그때마다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현재까지 이어져왔다”며 “이번 고래고시 개정과 함께 발표된 2종보다 시중에 주로 유통되는 밍크고래, 낫돌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했다면 더 의미가 깊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은 국제포경협회(IWC) 가입국으로 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금지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고래고기를 섭취하는 식문화가 존재하다 보니, 우연히 잡히거나(혼획) 해상, 해안선에서 발견된(표류·좌초) 고래의 사체는 유통을 허용해 왔습니다. 고래를 잡는 건 불법이고 먹는 건 합법인 기묘한 풍경이 이어졌던 겁니다.

조 대표는 한국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명실상부한 고래보호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선 모든 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하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고래고시를 통한 고래보호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번 개정을 통해 고래고기의 유통량을 줄이는 효과는 있겠겠만, 모든 고래 사체의 거래를 막지 않는 한 근본적인 모순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국제 사회의 고래류 보호 추세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이번 고래고시 개정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수산물 수입 제한에 대한 대비라는 배경이 담겨 있습니다.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개정한 미국이 고래 등의 해양포유류를 보호하지 않는 방법으로 어획한 수산물의 수입을 2023년부터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130여개 국가는 올 11월까지 고래류 보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미국 해양대기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미 어업수출뿐 아니라 고래를 보호해야 할 중대한 이유는 더 있습니다. 고래는 몸 속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해 ‘기후위기의 해결사’라고도 불립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고래가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평균은 약 33톤으로, 축구장 넓이의 소나무 숲의 5배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나무 수천 그루를 심는 것보다 고래 한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 지구를 위하는 일이라는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조약골 대표가 “매년 바다식목일(5월10일)에 바다에 인공 해초를 투여할 것이 아니라 밍크고래를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하는 게 100배의 효과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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