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는 돌고래를 바짝 추적하고…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세계일보 기사 원문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615510130

도 지나친 돌고래 관광 선박
코로나에 제주 관광객들 관광 선박 몰려
업체 늘며 돌고래들 스트레스받고 다쳐
반경 50m 내 접근금지 가이드 마련에도
지키지 않는 경우 부지기수… 제재 없어
‘국제보호종’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축소
이대로라면 제주도서 아예 사라질 수도
해양환경단체 “적극적인 보호 대책 필요”

지난 14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와 관광선박이 충돌할뻔한 아찔한 상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지난 14일 오전 11시30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관광객 10여명을 태운 요트 한 대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속도를 높여 무언가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요트가 집요하게 뒤쫓는 건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다. 요트는 남방큰돌고래와 세 번이나 충돌할 뻔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더 바짝 다가갔다. 남방큰돌고래가 요트에 부딪쳐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제주 관광객 늘수록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는 축소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이런 현장을 담은 영상을 이날 공개하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며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하루종일 제주 남방큰돌고래 주변을 관광 선박들이 쫓아다니고 있다”며 “도가 지나친 돌고래 관광 선박 운항을 제재하지 않으면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은 제대로 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남방큰돌고래는 전 세계적인 개체수 감소로 2019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준위협종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종이다. 가까운 미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으니 관심이 필요한 생물이라는 뜻이다. 해양수산부도 2012년부터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중이다. 

국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연안에 130마리 정도가 서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도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제주도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며 서식지가 대정읍 앞바다로 축소된 상태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관광선박으로 인해 남방큰돌고래가 아예 제주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와 관광선박이 충돌할뻔한 아찔한 상황. 핫핑크돌핀스 제공

◆선박 충돌로 지느러미 다치고 스트레스 받는 돌고래들

현재 제주에서 영업 중인 관광 선박업체는 총 세 개. 이들은 총 6대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보다 2배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실내 관광이 어려워지자 관광객들이 선박관광에 몰린 결과로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최근 관광선박 업체가 늘어나면서 돌고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커졌다”며 “오전에 선박관광이 4∼5차례 이뤄진 날 오후에 돌고래들이 아예 모습을 감추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 위 돌고래 등지느러미에 반원 모양으로 크게 파인 상처가 있다. 선박과의 충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에 큰 상처가 있다. 선박과 충돌했을 때 생기는 전형적인 상처로 보인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수부가 돌고래로부터 반경 50m 이내에는 관광선박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남방큰돌고래 관찰 가이드’를 마련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위반해도 제재 규정이 없는 지침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하루 동안 10여 차례의 선박관광이 이뤄지고 있는데, 대부분 지침을 어기고 돌고래에 가까이 붙어서 운항한다”며 “실제로 선박과 충돌해 지느러미를 다친 것로 보이는 돌고래들이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이어 조 대표는 “관광선박들이 돌고래와 가까운 거리에서 운항할 수 없도록 하는 강제성 있는 법안 마련을 포함해 선박 운항 횟수 제한, 감독관 의무 승선, 규정 위반 신고 핫라인 개설 등의 적극적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4월19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목격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태어난 지 1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새끼 돌고래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수부 관계자는 “관광선박 문제에 대한 민원이 접수돼 지난달 제주도청에 현장 점검을 요청했다”며 “올해 하반기 중에 관광선박이 해양보호생물에 가까이 접근하거나 이동 경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해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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