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서 고래류 보호활동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올해 초부터 흰고래를 위한 바다쉼터를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계속되는 관광객들의 등쌀에 ‘흐발디미르’의 건강이 매우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흐발디미르는 어디서 태어났는지, 얼마 동안 사육되었는지 등에 대해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사육하며 훈련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흐발디미르는 인간이 다가가면 입을 벌리도록 조련을 받았는데 아마도 먹이를 주던 사육사가 그런 동작을 취하도록 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관광객이 접근하면 이 수컷 흰고래는 습관적으로 입을 벌립니다.
처음엔 입을 벌린 흰고래와 사진을 찍던 관광객들은 이제 흰고래의 입 속에 고프로 카메라나 인근에서 줏어온 나무판, 낚시대 등 무차별적으로 물건을 넣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흰고래가 입을 벌리면 무언가 달라는 뜻인줄 착각한 관광객들이 아무거나 집어넣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노르웨이 해안에서 발견된 흰고래 흐발디미르를 보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관광객들이 계속 몰려들면서 흰고래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관광객들이 생태관광이라는 이름으로 야생동물 서식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생길 수 있는 피해사례를 잘 보여줍니다.
흐발디미르가 처음 발견됐던 2019년 4월 당시 입을 벌린 사진을 보면 동그란 원통 모양의 치아가 그대로 잘 있었지만, 지난 2년 사이 그의 입은 상처가 나고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치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선박충돌로 상처를 입거나 인근 대규모 연어양식장에서 흘러나온 낚시바늘에 찔리거나 그물에 걸리는 경우도 늘었다고 합니다.
노르웨이에서 고래류 보호에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사람들은 이대로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건강이 나빠진 흐발디미르를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 ‘원웨일’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현재 그가 살아가고 있는 함메르페스트 인근의 피오르에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해 그곳으로 흐발디미르를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보통 바다쉼터를 영어로 ‘생크츄어리’라고 부르는데, 노르웨이 피오르 일대에 조성하려는 벨루가 바다쉼터는 생크츄어리 보다는 벨루가 자연보호구역(natural reserve)에 더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생크츄어리 보다 자연보호구역이 훨씬 더 면적이 넓은데, 노르웨이는 함메르페스트 일대가 벨루가들이 사는 북극의 자연환경과 완전히 일치하고, 빙하 협만을 이용해 만들면 매우 넓은 구역을 여러 벨루가들을 위해 보호구역으로 묶을 수 있어서 그렇게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웨일은 올해 초부터 타당성조사와 예산 마련을 위한 펀딩을 진행했고,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노르웨이 지방정부로부터도 사용 승인을 얻어내게 됩니다.
이제 2022년 상반기 중으로 벨루가 보호구역 조성이 완료되면 흐발디미르를 그곳으로 이송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는 한국 수족관에 여전히 갇혀 있는 롯데월드의 ‘벨라’와 한화아쿠아플라넷 여수의 ‘루비’ 그리고 거제씨월드의 벨루가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노르웨이 피오르 바다보호구역은 지도에 나오는 것처럼 북극해에 인접해 있어서 야생 벨루가들의 서식환경과 완전히 일치합니다.
원래 벨루가들이 태어난 고향 바다와 비슷하고 자연 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으며 사육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는 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벨루가 바다보호구역으로 한국의 흰고래들도 이송되길 희망합니다.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사육한 것으로 추정되는 흰고래 흐발디미르는노르웨이 함메르페스트 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인데, 노르웨이어로 ‘흐발’은 고래를 뜻하고, 디미르는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https://www.onewhale.org/
*한국어 소식 [뉴스펭귄] 노르웨이 벨루가 바다쉼터가 한국에 보내온 초대장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856
*영어 뉴스 How Instagram selfies are putting escaped spy whale’s life at risk https://au.news.yahoo.com/instagrammers-behaviour-putting-russian-spy-whales-life-at-risk-00155381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