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취재파일] 혼자 남은 롯데월드 벨루가는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홀로 남은 흰고래 ‘벨라’ 사진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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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가 등장합니다. 드라마 덕분인지 고래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래를 보러 아쿠아리움에 가면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사람의 편의에 맞춰 만들어진 좁은 공간에 말 못 하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가둬 둔 상황은 안쓰럽고 답답하죠. 함께 관람하려 온 아이들은 좁은 수족관에 갇힌 고래를 보고 말합니다. “귀엽지만 불쌍해.” 수족관 고래를 풀어주자는 목소리는 ‘귀엽지만 불쌍한’ 이 역설적인 상황을 해결하자는 외침입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흰 돌고래 벨루가는 원래 3마리였습니다. 2013년과 2016년 각각 5살과 12살이던 벨루가가 약 3년 간격으로 폐사했습니다. 벨루가의 수명은 원래 50년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두 마리 모두 너무 어릴 때 수족관에서 생을 마친 겁니다. 남은 한 마리인 ‘벨라’를 방류하라는 목소리는 그래서 커졌습니다. 롯데 측은 벨라 방류와 관련해 두 차례 약속했습니다. 먼저 2021년까지 방류 적응장으로 이송한다고 했지만 한 차례 미뤄졌고, 2022년 말까지 방류한다는 약속도 깨졌습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속적으로 벨루가 전시 중단과 방류 약속 이행을 촉구해 왔습니다. 특히 3년 간격으로 벨루가가 폐사한 상황과 남은 벨루가 상태를 봤을 때 시간이 촉박하다고 봤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릴레이 1인 행동에 참여했고 그래도 롯데 측이 반응하지 않자 지난해 연말 벨루가 수족관에 현수막을 붙이는 시위를 기획했습니다.

보도된 대로 이 단체에는 재물손괴 혐의 고소장이 날아들었습니다. 이들이 붙인 접착제로 인해 수족관이 손상됐고, 아쿠아리움이 7억 원 상당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잇따른 폐사 이후 롯데는 자체적으로 방류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국민들에게 벨루가 방류를 먼저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구체적인 방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런데도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를 고소함으로써 힘과 자본으로 입막음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세상엔 다양한 목소리와 견해가 있습니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는 동물 보호를 위한 목소리를 냅니다. 양극단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벨루가’라는 교집합이 있는 만큼 협력할 수 있는 지대는 얼마든지 있었을 겁니다. 조약골 활동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벨루가를 생명체로 존중하고 건강하게 바다 쉼터로 보내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저희들을 고소하는 것으로 사회적 논란을 만들 와중에 한 번이라도 더 방류를 위한 협상을 했을 거예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마지막 벨루가 ‘벨라’의 상태에 대해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장수진 대표는 “일부 정형행동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고, 관람객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관람객들을 향해 공격적인 행동이 관찰된다면서 최소 4년을 단조로운 수족관에서 홀로 보내는 상황이 상당히 스트레스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전 동물 복지 논쟁이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건강한 상태’에 초점이 모아졌다면 이제는 ‘삶의 질’로 옮겨가는 추세입니다. 즉, 단순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뿐 아니라 그 동물이 태어나서 얼마나 나은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얼마나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학자들 사이에선 활발합니다. 롯데월드 측은 벨루가 방류가 코로나로 인해 지연됐지만 관련 논의는 진행되고 있다며, 서식지가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이슬란드 바다쉼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벨루가의 남은 생을 위한 ‘행복한 이별’ 계획이 곧 들려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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