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평화활동가 조약골씨 “수족관 돌고래 바다로 보내야”

2019.12.02ㅣ주간경향 1354호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2011년 7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이 한창이었다. 음악인이자 평화활동가 조약골씨(47)도 제주로 내려왔다. 구럼비 바위에 선 어느 저녁. 강정 앞바다에서 뛰노는 돌고래 무리를 만났다. 보금자리가 파괴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화롭게만 보였다. 그때 마음먹었다. 제주에 남아 ‘돌고래 지킴이’가 되기로.

환경운동가 황현진씨와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를 만들었다. 아시아 최초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시작했다. 2012년 서울시는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전면 중단했다. 이듬해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춘삼이·삼팔이가 고향으로 돌아갔다. 2015년 태산이·복순이, 2017년 금등이·대포가 뒤따랐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확신은 했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조심스러웠습니다. 막상 바다로 돌아가니 너무 잘 살아요. 제주 연안에 정착한 야생 무리가 몇 년간 떨어져 있었던 돌고래들을 기억한 거죠.”

제주 연안에선 수족관 출신 돌고래 5마리의 모습이 포착된다. 등 지느러미 생김새로 구분한다. 이중 3마리는 새끼도 낳았다. 수족관 돌고래가 야생으로 돌아가 새끼를 키우는 것을 확인한 건 세계 최초다.

“핫핑크돌핀스 활동하면서 가장 감동받는 순간이 돌고래들이 야생에서 얼마나 건강하고 활발하게 지내고 있는지 눈으로 볼 때예요. 수족관에서 돌고래들이 어땠는지 기억하거든요. ‘해방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고통받았을지 모르죠.”

지난해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 곁에 ‘제주돌핀센터’를 열었다. 이 일대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다. 조 대표는 센터에서 ‘해양생태 감수성 교육’을 진행한다. 돌고래쇼의 주 관객인 아이들에게 돌고래가 오락 대상이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친구라고 말해준다.

현재 국내 수족관에 남은 돌고래는 37마리. 법적으로는 모두 사유물이다. 업체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바다로 돌아갈 수 없다. 올해에만 수족관 돌고래 두 마리가 폐사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홀로 남은 벨루가를 야생에 방류하기로 한 건 반가운 소식이다. 최종 목표는 전부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 조 대표는 “긴 싸움이겠지만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면 차츰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대정읍에 추진 예정인 해상풍력발전 사업에도 반기를 들었다. 제주 바다 전역을 자유롭게 헤엄치던 돌고래들은 개발사업 때문에 터전을 잃었다. 대정·구좌·성산읍 일대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다. 제주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는 120마리 정도. 그는 “지금도 개체수가 늘지 않는 상황이다. 보통 3년에 한 마리씩 낳는데 공사까지 하면 출산을 못 하게 된다”며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를 지키는 건 핫핑크돌핀스의 1순위 활동”이라고 했다.

수족관이 아닌 곳에서 돌고래를 만나고 싶다면? 조 대표는 “제주도로 오라”고 말한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육상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다. 단, 돌핀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큰 교육이죠. 수족관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기사 원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911251401581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