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도 돌고래 바다쉼터 만들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좁은 수족관에서 동물쇼에 동원되며 사육되던 돌고래들이 넓은 바다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바다 피난처 만들기 운동 (DOLPHIN SEA REFUGE IN ITALY)’이 그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영국의 본프리재단, 고래와돌고래보전(WDC) 그리고 이탈리아의 동물운동 단체인 LAV와 해양환경단체 마레비보가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는 운동을 활발히 펼쳐 왔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의 성과는 이제 돌고래 바다쉼터 만들기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2015년 1월 이탈리아 정부는 돌고래 수족관 허가 기준과 시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돌고래 학대 사실이 드러난 리미니 돌고래 쇼장(Rimini Dolphinarium)을 폐쇄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리미니 돌고래 쇼장에서는 돌고래들의 공격 본능과 성욕을 줄이기 위해 진정제와 호르몬제를 돌고래들에게 투여해왔는데, 이것이 이탈리아 동물원법 위반에 해당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동물원법은 돌고래 쇼장의 수조 크기가 돌고래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정도로 좁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리미니 쇼장은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여름 한낮의 온도가 섭씨 35도까지 올라가는데도 돌고래들이 몸을 숨길 만한 그늘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등의 돌고래 학대 사실이 이탈리아 환경경찰의 조사 결과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위반이 시정되지 않자 이탈리아 환경부는 리미니 돌고래 쇼장의 폐쇄를 명령하게 되었고, 2015년 2월 이 쇼장은 폐쇄됩니다.
리미니 쇼장이 폐쇄되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돌고래 쇼장과 돌고래 수족관이 성업중입니다. 유럽의 돌고래 보호단체들은 유럽연합의 점차 돌고래 수족관 운영 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어서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나머지 수족관들도 폐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럽의 규정에 의하면 쇼장이 폐쇄되고, 돌고래가 몰수되었을 경우 바다로 방류하든가 또는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돌고래들에게 가능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의 동물원법 위반이 지적되었던 리미니 돌고래 쇼장의 경우 2013년에 이미 4마리 돌고래가 이탈리아 정부에 몰수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이 돌고래들은 이탈리아 제노바 수족관으로 옮겨져서 사육중입니다. 당시에는 돌고래들이 돌아갈 바다쉼터나 피난처가 없었고, 이것이 공간이 남아 있던 다른 돌고래 수족관으로 옮기는 것이 최상이자 유일한 대안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 제노바 수족관의 경우에는 시설 용량이 꽉 차서 더이상 다른 곳에서 몰수된 돌고래를 받아줄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는 자국의 돌고래 쇼장과 나아가 남부 유럽의 쇼돌고래들 그리고 지중해흑해고래류보호협정(ACCOBAMS)에 의한 고래류들까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탈리아 인근 해안에 돌고래 피난처(바다쉼터)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관련 기사 : “크레타 섬에서 죽은 민부리고래, 미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돌고래 바다쉼터에서는 좌초된 야생 돌고래의 구조와 치료 및 재방류 역할도 맡게 됩니다. 2012~2015년 사이 이탈리아에서는 총 628마리의 고래류 좌초가 발생했습니다. 이중 줄박이돌고래가 267마리인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큰돌고래 좌초는 195마리, 향고래 13마리, 큰머리돌고래 10마리 등입니다.
현재 유럽에는 300마리 이상의 쇼돌고래들이 시설에서 사육중입니다. 대부분 큰돌고래이며, 범고래와 큰머리돌고래들도 소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쇼장에서 사육되는 돌고래 종류는 모두 큰돌고래입니다. 한국 역시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한 큰돌고래들이 돌고래 쇼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 8개 시설에서 40마리의 돌고래들이 사육되고 있는 반면 이탈리아에서 2012년까지는 6개 시설에서 돌고래들을 사육했고, 지난 몇 년 사이 3개의 쇼장이 폐쇄되어 2016년에는 돌고래 사육시설 숫자가 3개로 줄었고 사육 돌고래는 총 29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자세한 현황은 아래 표를 참고하면 됩니다.
리미니 돌고래 쇼장은 2015년에 폐쇄됐고, 가다랜드(Gardaland)는 돌고래 학대 문제로 오랜 기간 법정 소송을 겪다가 주인이 바뀌면서 2013년부터 돌고래 사육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사파리(Zoosafari) 역시 2014년 이후로 돌고래 사육을 중단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의 돌고래 사육은 제노바 수족관(큰돌고래 11마리 사육, 돌고래 쇼 하지 않음), 로마의 주마린(Zoomarine, 큰돌고래 8마리 사육, 돌고래 쇼 진행중), 그리고 이탈리아 중북부 카톨리카에 있는 올트레마레(Oltremare, 큰돌고래 10마리 사육, 돌고래 쇼 진행중)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세 개의 돌고래 쇼장 중에는 규정 위반으로 법적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는 시설도 있지만 시설 내 돌고래들을 이송할 공간 자체가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아서 마땅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즉, 당장 쇼돌고래들을 몰수해야 하는데, 몰수해서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결국 이탈리아는 돌고래 시설이 꽉 차서 더이상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점, 매년 좌초 현상이 발생하는데 좌초된 돌고래들을 구조해서 치료할 시설이 없다는 점, 이탈리아가 남부 유럽의 중심으로서 지중해와 흑해에서 해군 함정들의 잦은 군사훈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긴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피난처 또는 바다쉼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돌고래 바다쉼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이탈리아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미국, 영국, 이탈리아의 생태학자, 돌고래 동물행동학자, 해양포유류 수의사, 사육사, 해양환경학자, 시설의 경제성을 검토할 경제학자, 생태교육전문가와 돌고래 연구자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추진위는 현재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 물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후보지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곳으로 선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즉 돌고래들의 생태습성에 맞고 지리적 환경이 적절하며, 접근 가능성이 높고, 전기와 통신 및 식수 공급 가능성이 있으며, 소음이 없고 보안이 되는 곳, 야생 돌고래와의 접촉이 제한되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 선정 과정이 끝나고 실제 돌고래 바다피난처가 만들어지게 되면 정부와 비영리 시민단체, 학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콘소시엄이 운영을 맡게 됩니다. 바다쉼터가 만들어지면 좁은 수조에서 고통받던 돌고래들이 조금이나마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탈리아에 남아 있는 세 군데 돌고래 쇼장도 곧 폐쇄되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핫핑크돌핀스는 수족관 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직접 작성한 기사이며, 중복게재는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 읽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17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