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

인간보다 돌고래가 더 똑똑하다고?
[주장] 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

▲ 웃는 듯한 표정의 돌고래 돌고래는 인간 이상의 지성과 감성을 가진 것으로 추측된다. ⓒ 픽사베이

지난 2013년 5월 인도정부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이라고 할 만한 결정을 발표합니다. 돌고래, 범고래 등 고래목 동물이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과 자유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하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돌고래를 사육하고 쇼를 시키는 수족관 등을 모두 폐쇄하라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것입니다.

인도 중앙정부의 환경삼림부 장관 자얀티 나타라잔(Jayanthi Natarajan)은 2013년 5월 8일 힌두스탄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브라질, 칠레에서는 돌고래 수족관이 금지되어 있다”며 “동물 학대를 우려해서 인도에서 돌고래 수족관은 앞으로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 환경삼림부 장관이 이와 같은 정부 공식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돌고래가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 결과 돌고래가 지성과 감성을 갖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도정부는 이를 근거로 돌고래에게 ‘사람은 아니지만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인격체'(nonhuman persons)라는 법적 자격을 부여한 것입니다.

법적으로 사람과 비슷한 자격을 가진 돌고래를 야생에서 포획하거나 감금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게 됩니다. 돌고래 수족관도 이에 따라 인도에서 폐쇄명령을 받고 영구퇴출을 당합니다.

돌고래, 거울 속의 자신 알아보고 이름으로 서로 구분

돌고래의 두뇌를 연구해 돌고래들도 자의식을 가진 개체라는 사실을 밝혀낸 대표적인 뇌과학자로는 미국의 로리 마리노(Lori Marino) 박사를 들 수 있습니다. 로리 마리노 박사는 지금까지 고래목 동물의 뇌해부와 진화, 돌고래와 영장류 동물의 비교지능, 자의식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8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그는 여러 곳에서 동물 지능과 동물 복지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의 논문 가운데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마리노 박사가 다이애나 리스(Diana Reiss)와 함께 2001년에 발표한 논문 <큰돌고래의 자의식에 관하여>입니다. 이 논문은 돌고래들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리노 박사는 이후 지속적으로 발표한 논문에서 돌고래들이 사고를 할 줄 알고,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며,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도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인간이 이름으로 서로 구분하는 것처럼 각자 자의식을 갖고 다른 개체를 구분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돌고래들은 얼마나 똑똑한 것일까요?이는 미국 과학계의 커다란 논쟁거리이기도 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2010년 2월 21일 협회지 <사이언스 나우>를 발행하면서 ‘돌고래를 인격체로 볼 수 있는가?’라는 논쟁과 글을 소개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지능에 대한 비교 연구는 지난 30년 간 신경해부학과 뇌과학을 비롯한 생물학계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마리노 교수의 2001년 돌고래 자의식 논문 발표 이후 미국 학계에서는 인간과 돌고래 사이의 지능에 관한 논쟁이 10년 가까이 뜨겁게 일어납니다. 마리노 교수에 따르면 큰돌고래의 두뇌는 1.6kg으로 인간의 두뇌(1.3kg)보다 크다고 합니다. 체중과 두뇌 크기 비율로 봤을 때는 인간보다 약간 못 미치지만, 침팬지 등의 영장류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그러므로 돌고래들이 인류 다음으로 뇌가 발달한 동물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토마스 화이트(Thomas White) 철학교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그는 돌고래들이 단지 인간과 비슷한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하거나 최소한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대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법률이 자연인과 마찬가지 자격을 가진 단체를 법인(法人)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돌고래도 인간과 동등한 법적 대우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화이트 교수가 내린 인간에 대한 철학적 정의는 무엇일까요? 그에 따르면 철학적으로 어떤 존재를 인간 또는 인격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먼저 살아 있어야 하며, 주위 환경을 지각하고, 감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개성이 있고, 자기 통제력을 보이며, 서로를 적절히 대우하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서로를 적절히 대우해야 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물에 인간뿐만이 아니라 돌고래도 있다는 것이 화이트 교수의 주장입니다.

▲ 인간과 돌고래의 뇌크기 비교 인간과 돌고래의 두뇌 크기를 비교한 사진이다. 시셰퍼트의 폴 왓슨 선장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이 사진말고도 인간의 뇌와 돌고래의 뇌를 비교한 비슷한 사진들이 많이 있다. ⓒ Paul Watson

위 사진은 인간과 돌고래의 뇌 비교 사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돌고래의 뇌는 인간과 거의 크기가 비슷하거나 약간 더 크고 좌뇌와 우뇌가 잘 구분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중 포유류인 돌고래는 잘 때도 호흡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한쪽 뇌가 잘 때 다른 쪽 뇌는 깨어 있습니다. 그래서 잠을 잘 때도 한쪽 뇌를 사용해 호흡을 하고, 다른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돌고래의 두뇌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매우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간처럼 많은 주름이 잡혀 있습니다. 뇌주름은 좁은 공간에 있는 두뇌의 면적을 늘려서 크기를 크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돌고래 역시 뇌주름이 매우 발달되어 있어서 실제의 크기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돌고래 지능이 유아 수준? 인간 기준으로 측정했기 때문…

지금까지 인간들은 자신들이 유일한 고등동물이며, 나머지 동물은 인간에 비해 지능이 낮고 열등하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돌고래도 뛰어난 지능이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 돌고래의 지능을 7~8세 유아의 지능과 비슷하다고 말한 연구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철저히 인간의 지능을 기준으로 계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즉 언어능력, 인지능력, 사고력, 도구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 등을 고등지능의 기준으로 정해놓고 이 틀에 맞춰 돌고래의 지능을 계산해보니 아이큐 80 또는 7~8세 유아 정도의 지능이라는 도식이 산출된 것입니다.

그런데, 돌고래의 지능 가운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능력들이 있습니다. 특히 돌고래의 언어는 지금까지 인간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발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간의 기준으로 봐도 언어능력에 있어서 인간보다 돌고래의 지능이 동등하거나 더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에도 3000 개 이상의 언어가 존재하는 것처럼, 돌고래들 사이에도 전혀 다른 언어들이 있어서 다른 지역 돌고래들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또한 인간의 언어에서 발견되는 사투리(지역에 따른 언어분화현상)가 돌고래 언어에서도 발견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돌고래들 사이에 소통을 매개하는 통역돌고래도 있다고 합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의 특성상 중간 지역의 바다에 사는 돌고래들이 예를 들어 태평양 서쪽과 동쪽에 사는 돌고래들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고 통역까지 한다는 것이 연구결과 증명됐습니다.

특히 ‘혹등고래의 노래’는 유명합니다. 심해에서 혹등고래가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내는 아름다운 소리를 언어학자들이 녹음해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가 단지 의미 없는 음악소리가 아니라 복잡한 체계의 언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다른 개체들과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기 위해 음악의 형태를 띤 언어를 발화하고 있었던 것이죠.

돌고래는 특히 대뇌피질이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대뇌피질은 뇌에서 사고력, 언어, 감정, 기억력 등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인간이 아직 돌고래의 뇌를 완벽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발달된 대뇌피질은 복잡한 언어소통 체계와 감정 교류 능력 그리고 고도의 사고력을 갖고 있다고 추정할 만한 근거가 됩니다. 돌고래의 기억력이 상당히 뛰어난 이유도 이들의 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 헤엄치는 돌고래 돌고래는 좁은 수족관이 아니라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 때 더 행복하다. ⓒ 픽사베이

인간들은 지금까지 먼 우주에서 높은 지능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류와 만나는 상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미 인간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바다에 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돌고래가 인간처럼 복잡한 도구를 만들어 내거나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보다는 지능이 확실히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돌고래가 진화해온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간과 돌고래가 비슷한 지능에 도달했더라도 지능을 사용해온 환경적 조건이 달랐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지능이 진화해온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온 고래와 돌고래들은 인간이 생각하는 도구 중심의 지능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공감 능력이라든가 소통 능력,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수중의 환경에 적응해 복잡한 음파를 사용하는 언어능력 등이 그렇습니다. 서로 잘 소통할 수 있어야 먹이 사냥도 성공할 것이고, 집단생활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을 잘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돌고래들의 공동육아, 위기에 빠진 동료 혹은 다른 종의 동물을 구하는 모습, 인간의 감정마저 이해하고 위로하는 양태 등 단편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을 놓고 보더라도 돌고래들의 지적 능력과 감수성은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의식 버리자

이제 우리는 인간만이 가장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고 있으며, 다른 모든 종의 동물보다 인간이 우월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인간과 비슷한 지적 능력을 가진 생물체가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 역시 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라고 부르고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국과 인도, 코스타리카, 칠레, 헝가리 등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이미 돌고래를 ‘사람이 아닌 인격체’로 대접하고 있지요. 유럽연합 28개 국가 가운데 돌고래 수족관이나 쇼장이 없는 나라는 15개국에 이르고, 점점 많은 나라에서 돌고래 수족관을 없애고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는 조례 제정을 통해 돌고래 수족관을 금지했습니다.

▲ 쇼 중인 돌고래 돌고래를 포획해 훈련을 시키고 쇼를 강요하는 것은, 노예를 부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 픽사베이

돌고래를 사람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해야 한다는 생각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돌고래 사냥이나 돌고래 쇼를 금지하는 것은, 마치 노예를 부리던 시절의 인간이 보여준 야만성을 조금이나마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도 인간들 가운데 어떤 집단을 묶어 동등한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출신 국가나 인종 때문에 혹은 여성에 대한 차별 모두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희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이미 뿌리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은 돌고래보다도 우월하지 않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조약골 시민기자는 핫핑크돌핀스의 활동가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 읽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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