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허점투성이 밍크고래 정책과 언론보도로 죽어가는 고래들

지난 4월 2일 강원도 고성 화진포 동쪽 약 1.7km 해상에서 밍크고래 1마리가 죽은 채 바다에 떠있는 것을 어선이 발견해 해경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 밍크고래는 그물에 우연히 걸려 죽은, 즉 ‘혼획’된 개체가 아니라 왜 죽었는지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바다 위를 떠다니며 ‘표류’하다 발견된 개체다. 그런데 한 언론에서는 이 밍크고래가 ‘혼획’되었다고 보도하였다(뉴스1).

이 고래는 혼획된 것이 아니라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어선에 발견된 것이다. 표류와 혼획은 엄연히 다른데 잘못된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게다가 밍크고래 사체 발견을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이 고래가 3천2백만원에 위판되었다고 금액만을 강조하는가 하면(연합뉴스, 뉴시스) 심지어 조선일보에서는 ‘바다의 횡재’라는 지극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밍크고래 거래를 은연중에 부추기고 있다.

고래 사체 발견이라는 사실을 보도함에 있어 한국 언론이 사실을 틀리거나, 판매된 금액을 헤드라인 제목으로 뽑아 강조하거나, 심지어 사행심리를 자극하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 고래류가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 3가지의 경우가 있다. 해안가로 휩쓸려온 ‘좌초’, 해상에 고래사체가 떠다니다 발견된 ‘표류’, 그리고 우연히 그물에 걸려서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사한 ‘혼획’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해경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않은 고래의 경우 좌초, 표류, 혼획을 구분하지 않고 금속탐지기를 통해 육안으로 고래의 피부 상태를 보고 불법포획 여부를 판단하여 불법포획이 없을 경우 사체 발견자에게 처리확인서를 발급하여 위탁판매를 허락해왔다.

그물에 걸려 죽은 혼획의 경우 비교적 사인이 명백한데 비해, 표류나 좌초의 경우 고래가 왜 죽었는지 알기도 전에 유통을 허락해왔다는 점에서 현행 고래고기 유통 및 판매 허가의 근간이 되고 있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고래고시)’는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래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고래가 죽었을 경우 부검 등을 통해 사인을 밝힐 때만이 비로소 폐사를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보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검을 통해 고래 뱃속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는지 밝힌다면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어떤 고래의 사인이 질병사인지 아니면 선박충돌 등의 사고사인지 또는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것인지 밝힌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보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고래의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그래서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래고시는 사인을 밝히기도 전에 유통을 허락하는 허점 때문에 현재는 뚜렷하게 질식사로 사인을 특징할 수 있는 혼획된 밍크고래뿐만 아니라 좌초나 표류한 밍크고래 사체도 해경은 육안 검수 이후 포획 흔적이 없으면 최초발견자에게 인계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안가에 떠밀려온 밍크고래가 해양쓰레기를 잔뜩 먹고 영양실조로 굶어죽었을 가능성도 있고, 바다위에서 죽은 밍크고래 몸에 질병이 퍼져 있을 수도 있는데, 현재 고래고시에서는 밍크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는 혼획이든 좌초든 표류든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해경이 금속탐지기와 육안으로 불법포획 여부만 간단히 검수한 뒤 바로 유통을 허락해버리고 있다.

얼마 전인 2021년 3월 5일 제주 애월에서 좌초되어 발견된 어린 밍크고래 사체 역시도 사인이 밝혀지기 이전에 최초발견자에게 판매가 허락되어 결국 900만원에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지역 언론에서도 이런 제도적 허점에 대한 치열한 분석은 미뤄두고 제주에서 5년만에 발견된 밍크고래가 900만원에 팔렸다는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들을 내보냈다.

고래가 죽는 이유를 알아야 보호대책이 마련되는데, 죽는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구조적 문제가 현행 고래고시에 있는 것이다. 사인을 모르니 보호대책도 나올 수가 없다. 결국 해결책은 해양수산부가 즉각 고래고시를 개정해서 그물에 혼획되어 질식사가 명확한 경우 이외에는 유통을 금지하고, 표류나 좌초 등으로 죽은 고래들에 대해 수의사 부검을 통해 사인을 먼저 밝히도록 해야 한다. 밍크고래가 죽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판매만 허락하고 있는 것이 현행 고래고시인데, 이런 수준으로는 고래 자원을 보전하지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핫핑크돌핀스가 참여하고 있는 민관 해양환경정책협의회 회의가 지난 3월 25일 해양수산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는 해양수산부 문성혁 장관도 참여하여 시민단체들로부터 나온 정책 제안을 잘 반영할 것을 해수부 실무자들에게 당부하였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환경정책협의회를 통해 이와 같은 현행 고래고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였고, 고래고시를 담당하고 있는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는 핫핑크돌핀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날 회의에서 2021년 4월까지 고래고시를 개정하여 표류, 좌초된 고래류는 전부 연구용 또는 폐기하도록 하여 위판이 불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해수부 수산자원정책과는 핫핑크돌핀스와의 정책 협의에서 현재 전국에 고래고기 식당이 116개가 있으며, 이중 56개 업소는 메뉴의 70% 이상을 고래고기로 판매하는 고래고기 전문점인 것으로 자체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확인해주었다. (나머지 60개 업소는 메뉴에서 고래고기 판매 비중이 70% 이하)

2019년 6월 7일 동물해방물결,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울산녹색당,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가 공동으로 울산 장생포 고래 포경선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이 일대 고래고기 식당을 돌며 고래고기 유통중단과 고래 포경 금지 등 고래보호 캠페인을 벌였다.

핫핑크돌핀스는 지금까지 이들 고래고기 식당에서 상당량의 밍크고래가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정황을 여러 차례 정부 기관에 제보하여 고래류의 불법포획을 근절할 것을 촉구하였다. 현재 해경의 처리확인서를 발급받아 시중에서 거래되는 밍크고래는 매년 80마리 정도인데, 전국 116개 고래고기 식당에서 매년 유통되는 밍크고래는 합법 유통 숫자인 80마리를 훌쩍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냐하면 울산, 부산, 포항 등 고래고기 소비가 활발한 지역에서 성업중인 고래고기 전문점의 경우 한 곳에서 매년 5~6마리의 밍크고래를 소비한다고 식당 사장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이 2019년 7월부터 시작한 상업포경 때문에 일본 해역과 한국 해역을 넘나들며 회유하는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보리고래들이 무참히 일본의 선단에 학살되고 있다. 일본 수산청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20년 일본은 밍크고래 95마리, 브라이드고래 187마리, 보리고래 25마리 등 총 307마리의 대형 고래를 포획했으며, 올해 일본 정부는 상업포경으로 밍크고래 171마리, 브라이드고래 187마리, 보리고래 25마리 등 총 383마리의 대형고래를 포획허용량으로 정해놓았다. 그런데 이 고래들은 일본 해역과 한반도 해역 그리고 중간수역을 넘나들며 헤엄치는 개체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반도 해역의 고래들에게 직접적인 개체수 감소를 유발하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 수산청 홈페이지 공개자료 https://www.mofa.go.jp/policy/economy/fishery/whales/japan.html 를 참고할 것.

특히 일본의 상업포경 거점항구인 홋카이도 아바시리항과 구시로항을 출발한 포경선단이 홋카이도 해역에서 밍크고래와 보리고래를 집중 포획하고 있는데, 이곳은 한반도 해역을 회유하는 밍크고래 개체군(J-stock)이 통과하는 지점이라서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로 한국의 밍크고래 개체군에 직접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관련 기사 한겨레 2008년 2월 22일치 ‘대한해협에 신호등을 만들어야 하나’ http://www.hani.co.kr/arti/271313.html

송경준 울산대 고래연구소 교수는 2011년 학술지 <동물 세포와 시스템>에 J-stock 최소 개체수를 5247마리로 추정하고, 한해 53마리 밑으로 인위적으로 포획·혼획되어야 지속가능한 계군이 유지된다고 봤다.

*관련 기사 한겨레 2017년 10월 30일치 ‘바다의 로또’는 준비한 자만이 얻는다?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816563.html

그런데 이미 한국 해역에서 밍크고래는 매년 혼획으로 80여 마리, 불법포획으로 150여 마리 이상(전국 116개 고래고기 식당에서 평균 매년 2마리 밍크고래 소비 추정치. 장사가 잘되는 고래고기 식당에서 매년 밍크고래 5~6마리 소비하고, 일반 식당에서 매년 밍크고래 1마리를 소비할 경우 국내 고래고기 식당 유통 밍크고래는 매년 230여 마리로 계산함) 죽고 있으며, 한반도 해역과 맞닿은 일본 해역에서 일본의 상업포경으로 95마리가 학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상업포경으로 매년 95마리 가량이 죽어가는 밍크고래들 가운데 한반도 해역 개체군은 얼마나 될까? 일본 내수시장에서 유통되는 밍크고래 고기의 유전자 조사 결과 약 절반 가량은 한반도 해역을 회유하는 J개체군(J-stock)이며, 나머지 절반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서태평양을 회유하는 O개체군(O-stock)이라는 루코첵 등의 2009년 논문 ‘일본과 한국에서의 상업용 고래 혼획의 증가(The rise of commercial ‘by-catch whaling’ in Japan and Korea, Lukoschek et al. 2009)’을 참고해 본다면 일본이 2019년 재개한 상업포경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한반도 해역 밍크고래 J개체군은 매년 일본 상업포경 밍크고래 희생숫자 95마리의 절반인 약 47마리에 이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종합해볼 때 한반도 해역에서 혼획, 불법포획, 일본의 상업포경으로 매년 희생되는 밍크고래는 약 277마리에 이른다. 이는 송경준 교수가 계산한 한반도 해역 밍크고래 지속가능한 최소 포획·혼획 허용량의 5배가 넘는 위험한 수치다.

또한 국내 연안 밍크고래의 사망량 허용한계치(PBR)는 연간 겨우 10마리에 불과하다. 이는 인간이 밍크고래 개체군에 대해 영향을 미친 사망량의 허용한계치를 말한다. 자연사망을 제외하고 포획, 혼획, 선박충돌 등 모든 비자연사망 수치를 더한 값으로 국내 연안에서 10마리 이상의 밍크고래가 사망할 경우 개체군이 감소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연안에서 합법적으로 해경의 허락을 받아 유통되는 밍크고래만 매년 평균 83마리이기 때문에 이 수치도 이미 8배를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경향신문 2019년 6월 20일 “연간 고래 2000마리 죽음 방치하는 한국, 일본 남획에도 항의 어려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6202107015

국내 연안에서 혼획, 좌초된 주요 고래 통계

이렇게 많은 밍크고래가 매년 한반도 해역에서 죽어가는데도 언론에서는 몇 천만원에 위판되었다느니, 바다의 횡재라느니 하는 자극적인 방식으로만 밍크고래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어서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추세로 밍크고래 혼획이 유지되고, 언론이 바다의 로또로 포장하면서 전국 116개 고래고기 식당의 지속적인 영업으로 고래 불법포획이 암암리에 잔존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한반도 해역에서 밍크고래는 자취를 감추게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네이버 뉴스에서 밍크고래로 검색한 화면

핫핑크돌핀스는 고래고기 유통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밍크고래 개체수를 보전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에 해경 발급 밍크고래 처리확인서를 사망량 허용한계치를 목표로 삼아 매년 일정 비율로 조금씩 줄여나갈 것을 정책 제안하였다. 지금 해수부에서는 밍크고래 유통 숫자를 줄이려는 목표조차 뚜렷하게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밍크고래 개체군을 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에 고래 처리확인서 발급쿼터제 도입, 혼획을 가장한 의도적인 포획을 줄일 수 있도록 동일선박 처리확인서 중복발급 제한, 밍크고래 이동통로 보호를 위한 동일 해역 처리확인서 중복발급 제한, 고래 판매금의 국고 귀속 또는 고래보호기금 창설을 통한 손실 어구 보상 등의 다양한 고래보호정책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밍크고래가 처해있는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기관 ‘고래연구센터’도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한반도 해역의 고래를 보전하기 위해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립 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는 밍크고래 개체수 감소를 걱정하기보다 116개 고래고깃집 사장들의 ‘생존권’을 먼저 걱정하고 있음을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관련 기사 경향신문 2021년 4월 4일치 인터뷰 ‘고래가 사라지면 벌어질 일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4032131011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고래보다 고래고기식당을 더욱 걱정하는 전도된 인식 때문에 밍크고래가 지금까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고래 보전을 위한 연구기관인지 아니면 ‘고래고기 식당 보전센터’인지 성격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그리고 국립 고래연구센터가 고래연구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장생포에서 벗어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고래고기 식당들이 즐비한 곳에 들어선 고래연구센터는 은연중에라도 고래고기 유통과 판매로 돈을 버는 업자들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고래들이 매년 수백 마리씩 죽어가는 곳에서 어떻게 고래들을 잘 보전하는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1년 4월 5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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