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담] 돌고래 위협하는 선박 관광…실태는?

[KBS 대담] 돌고래 위협하는 선박 관광…실태는?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8557

제주도 앞바다는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앞서 지난주 KBS에서 보도했듯이 돌고래들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일부 선박들의 무리한 관광 행태에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모셔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어서 오세요. 최근 도내에 돌고래 선박 관광이 논란이 되고 있죠.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을 위협하는 관광 실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제주에서 남방큰돌고래 선박관광은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많은 업체들이 생기면서 배들이 늘어났고, 작년 여름 무렵부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인기에 힘입어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새롭게 낚싯배, 레저선박들이 무분별하게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요트, 보트, 어선 등 여러 배들이 몰려들어 마치 사냥을 하듯 멸종위기 돌고래 무리를 에워싸는가 하면, 빠른 속도로 돌고래를 몰 듯이 선박을 운항하는 사례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서 얼마 남지 않은 돌고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돌고래를 가까이 유인하기 위해 선수파를 유도한다고 하죠? 듣기만 해도 돌고래에게 굉장히 치명적일 것 같은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돌고래는 어떤 피해가 우려되나요?

돌고래들은 일반적으로 선수파 타기를 합니다. 배가 운항할 때 뱃머리에 생기는 파도를 타면서 좀더 쉽고 빠르게 이동하는 돌고래들의 ‘놀이행동’인데요, 일반 선박의 경우 자기 배가 갈 길을 가다가 돌고래들이 있으면 가까이 다가와 스스로 선수파 타기를 하는 모습을 목격합니다. 이때 다가오고 멀어지는 주체는 돌고래입니다. 그런데 관광선박들이 일부러 선수파 타기를 유도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돌고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일부러 배를 몰고가서 그 부근에서 운항을 하면서 선수파를 타도록 유도하는 경우에는 선박의 의도적인 근접운항으로 발생하는 것이죠. 선수파 타기가 아니라 ‘태우기’입니다.

남방큰돌고래는 한반도 전체 해역을 통틀어 제주 연안에서만 발견되는데, 전체 개체수가 약 120여 마리 정도로 매우 적어서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급격하게 늘어난 배들이 서로 경쟁하듯 보호종 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에 침범해서 마구 휘젓고 다니는 것이 요즘 상황입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선박관광이 몇 년간 지속되면서 돌고래들은 먹이활동이나 휴식 시간이 줄어들고, 특히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돌고래들이 자주 발견되는 곳에서는 육아 활동에도 큰 방해가 됩니다. 돌고래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정적인 상황에서 충분히 먹고 쉴 수 있도록 해야 비로소 개체수가 천천히 늘어나면서 지역적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지금은 배들이 무리하게 돌고래에 접근하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박에 충돌해 돌고래들이 지느러미가 통째로 잘리거나, 움푹 페이는 등 큰 부상을 입는 사례도 계속 발생합니다.

[앵커] 관광선 말고도, 돌고래 생태를 위협하는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근에 낚시줄 또는 폐그물이 걸린 채 헤엄치고 있는 어린 남방큰돌고래가 또 발견됐습니다. 2021년 9월에도 등지느러미와 몸통에 낚시줄이나 폐그물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단이’가 발견돼 저희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상화응ㄹ 지켜보았고, 2022년 1월에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서 저희들이 긴급하게 정부 기관에 연락해 구조 방법을 모색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그 후로 이 개체가 다시 발견되지 않고 있어서 저희들은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해양쓰레기가 직접적으로 돌고래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위험한 돌고래 관광 행태를 막기 위해 올해 4월부터 해양생태법이 개정됐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신다면?

돌고래 무리 1.5킬로미터부터는 10노트 이하로 선박 속도를 서서히 줄이고, 750미터부터는 시속 5노트 이하, 300미터 지점부터는 선박의 엔진을 완전히 끄고 스크류를 정지시킬 것이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50미터 이내로는 절대로 접근하지 말 것과 동시에 3척 이상은 관광을 하지 말 것 등이고요, 선수파 타기를 유도해서는 안 되고, 돌고래가 가까이 접근하면 배를 정지시킨 뒤 돌고래가 사라지면 다시 운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최대 200만원 부과 대상입니다. 드론을 날릴 때도 30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먹이주기나 만지기 등도 할 수 없습니다.

[앵커] 하지만 개정된 법엔 ‘관광 체험형 낚시 어선’은 적용되지 않는다고요?

저희가 현장에서 돌고래들을 위협하는 선박의 사례를 수 년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선박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거든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법을 개정해 시행하면서 모든 선박을 포함시키면 단속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로 남방큰돌고래 관찰 규정을 ‘마리나 선박’과 ‘유도선’ 그리고 제트스키 등 ‘수상레저기구’로 제한해버렸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낚시객을 태운 어선들이 돌고래도 보고 바다낚시도 즐긴다며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있고, 이런 낚싯배들이 하루에도 수 차례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에 몰려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러한 사각지대에 대해 해양수산부는 시행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죠.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모든 선박에 대해 돌고래 관찰 규정을 적용해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고요, 단속 인원도 늘려야 합니다. 지금은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들이 선박이 위험하게 돌고래에 다가가는 모습을 목격했을 때 쉽게 신고가 가능하도록 신고제도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연안정착성 해양포유류이기 때문에 굳이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육상에서 관찰이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인 구좌읍, 성산읍, 대정읍 일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선박관광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지금 돌고래에게는 관광보다 보전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서 지난 월요일,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 특례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죠. 이에 따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시급해졌는데, 어느 정도 진척이 있나요?

올해 4월에 해양수산부 차관이 제주에 직접 내려와서 현장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까지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적인데, 내년 정부예산에서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 예산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그래서 이 예산이 국회 심사에서 살아나지 못한다면 사실상 보호구역 지정이 불투명해집니다. 돌고래 보호구역이라고 하면 어업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의 반발이 있는데요, 보호구역으로 지정돼도 해녀의 물질이나 어선의 조업이나 낚시 등 어업을 제한하는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해양생태계 보전의 순기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보호구역 지정의 필요성에 대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사업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앵커] 생태법인 추진과는 별개로, 남방큰돌고래의 가치를 알리는 교육기관인 ‘생태 허브’ 조성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위기를 맞았다고요?

생태법인 제도의 도입은 제주의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더이상 돈벌이 수단으로, 자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연에 법적 권리를 주면서 함께 공존하겠다고 제주도가 나서서 세계 만방에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과 더불어서 생태허브 조성도 필수적입니다. 생태허브는 남방큰돌고래와 해양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홍보하는 교육, 연구, 생태관찰의 중심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40억, 제주도가 40억을 부담해 조성하기로 하고 먼저 내년에 1차 사업비로 해수부가 20억원을 요구했는데, 기재부에서 전액 삭감하면서 제주도 역시 내년 도예산에 생태허브 조성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예산이 반영되지 못한 채 통과된다면 생태허브 조성은 불가능해집니다.

[앵커] 최근 제주에서 고향사랑기부금 1호 사업으로 ‘남방큰돌고래를 위한 플로빙’에 나섰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수중 상황의 심각성은 다이버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돌고래들이 어구에 걸려 죽거나 부상을 입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프리다이버들을 중심으로 ‘바당구조대’라는 모임을 구성해서 주기적으로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내 수중 정화 활동과 해양오염원 모니터링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 플로깅에서 많은 다이버들과 시민들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어서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제주도 전역에서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고요, 사실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어구 등은 수거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발생 자체를 줄이는 ‘어구실명제’ 전면 실시와 바다를 공유하는 한중일 3국의 공동 협력이 필요합니다.

[앵커]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남방큰돌고래는 제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수족관 불법포획이라는 악연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야생방류로 이어지고, 방류 후 10년 동안 계속 생존하면서 새끼까지 낳아서 야생 무리와 어울려 살아가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해 제주가 전 세계에 내놓은 해답입니다. 돌고래를 통해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등이 고유한 가치와 권리를 갖고 제주 바다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법인 제도가 도입된다면 우리 사회가 기존의 개발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생태사회’로 간다는 ‘역사적인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끝으로 돌고래 보호를 위해 도민과 관광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제주에서도 수족관 돌고래쇼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고, 선박관광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야생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큰 생태적 감동을 줍니다. 좁은 공간에 갇힌 돌고래, 선박에 쫓겨 흩어지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스트레스성 돌고래가 아니라, 넓은 바다에서 평화롭게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담아가시길 바라고요. 아직도 일회용 컵이나 물티슈나 비닐봉지 등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모습도 많습니다.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과 생태허브 조성 그리고 생태법인 도입이 잘 이뤄지도록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앞으로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더 자유롭게 뛰놀 수 있길 바라며,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