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에서 죽은채 발견된 상괭이와 참돌고래 부검에 참관하였습니다

오늘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해안에서 죽은채 발견된 상괭이 2마리와 참돌고래 1마리 등 총 3마리의 고래류 부검에 참관하였습니다. 이번 고래류 부검은 제주대, 서울대, 충북대, 해양환경공단, 제주도,제주씨그랜트센터, 해경, 한국수산자원공단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최대 상괭이 서식지인 한반도 해역에서 상괭이들이 너무 많이 죽고 있습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상괭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호대책을 마련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밝히고 이 자료들을 축적해가야 합니다.

이번 부검에서는 상괭이의 해부적 특징 이외에도 생태적 특성과 해양생태계에서 고래류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호종으로 지정된 고래들과 미지정종의 차이, 혼획의 심각성, 고래고기 판매 실태 등 국내 해안에서 고래류가 처한 현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어서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중요한 배움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늘 부검 대상이 된 개체들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21년 3월 31일 구좌읍 하도리에서 발견된 상괭이 암컷입니다. 이 개체는 임신한 상태에서 우연히 그물에 걸려 질식사했습니다. 어미의 태반에서 태아 상괭이가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태아 상괭이는 몸길이는 약 70cm 밖에 되지 않았는데, 세상으로 나오기도 전에 어미가 그물에 걸려 죽는 바람에 태아 상괭이도 같이 죽고 말았습니다.

새끼를 임신한 채 죽은 어미 상괭이는 부검 결과 기생충도 없고 건강상태가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아마 임신한 상태에서 겨울철 제주 북부 해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올해 3월에 혼획으로 죽은 뒤 제주 하도리 해안에서 발견되었는데, 그물에 걸리지 않았다면 새로 태어났을 새끼와 함께 지금쯤 제주 바다 일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두 번째로 2021년 1월 12일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해변에서 발견된 참돌고래 암컷에 대해 부검이 이뤄졌습니다. 폐에서 포말성 액체가 가득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인은 혼획에 의한 질식사입니다. 이 참돌고래는 식도 안쪽에서 작은 갑각류와 모래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역시 활발히 먹이활동을 하다가 그물에 걸려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 해역에 너무 많이 쳐진 그물은 지금도 보호종 해양동물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개체는 2021년 7월 8일 조천읍 함덕리에서 발견된 상괭이 수컷입니다. 이 상괭이는 성적으로 성숙한 상태로서, 부풀어 있는 생식기관의 상태로 보아 번식활동을 마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혼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해역은 과거 고래들의 천국이었으나 이제는 너무나 많은 그물과 해양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자연착취 어업 그리고 보호구역 미지정으로 인해 매년 2천 마리의 고래들이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언제쯤 이 바다에서 고래들이 마음 놓고 활발히 먹이활동과 번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 고래류 부검을 참관하면서 핫핑크돌핀스는 다시 한번 고래류 보호구역 지정과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한국에 고래류 부검을 위한 시설이 아예 없거나 겨우 부검을 할 수 있게 마련된 곳도 상황이 너무 열악합니다. 오늘 고래류 부검이 진행된 곳도 제대로 된 냉방 시설과 제습, 조명 시설이 부족해서 어둡고, 덥고, 습한 상태였습니다. 정부 차원의 해양동물 구조치료시설을 각 권역마다 마련해 최소한 쾌적한 환경에서 죽은 고래들의 사인을 밝힐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