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제 논리·주민 반대 등에 발목 잡힌 ‘동물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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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에 갇혀 지내는 돌고래의 자연방류와 환경개선을 위한 내년 사업들이 예산을 한 푼도 따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위한 동물보호센터 설치 사업은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해 추진이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과 주민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보완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취재를 종합하면, 해수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 요구예산서에서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큰돌고래와 벨루가(흰고래) 등 국제멸종위기종인 고래류들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어 자연방류와 환경개선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며 14억원의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요구사업별로는 돌고래를 방류한 수족관의 디지털 체험·전시 시설 전환을 돕는 비용 10억원, 바다쉼터(보호시설) 조성 타당성 조사·기본계획 수립 비용 2억원, 수족관 전문인력 교육 등 비용 2억원 등이다. 기재부는 그러나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며 내년 예산안에 전액 미반영했다.

이미지 출처: 경향신문 기사 예산 배정도 보호 시설도 외면받는 ‘동물복지’

해당 사업들은 돌고래의 주거환경 개선과 자연방류를 위한 필수 대책들이다. 폭이 좁고 수심이 낮은 수족관에 갇혀 지내며 전시와 공연에 동원되는 돌고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평균 수명을 살지 못하고 죽는다. 최근 5년 간 수족관에서 폐렴이나 패혈증 등으로 죽어간 돌고래들이 20마리인데, 폐사 당시 평균 수명은 10년 안팎이다. 야생 돌고래 평균 수명 30~40년과 비교해 3분의 1도 살지 못했다. 아직도 국내 수족관에는 23마리의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수조에 갇혀 지내며 원치 않는 공연과 접촉에 동원되는 것이 폐사의 주원인으로, 정부가 돌고래의 자연방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했으나 집행되지 못한 사례도 많다. 유실·유기 반려동물을 위한 동물보호센터 설치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2019년 부산과 강릉 등 5개, 지난해 광주와 평택 등 9개 등 2년 간 14개 지자체의 센터 설치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매년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약 13만 마리 수준인데 반해 위탁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수용 가능한 규모는 연간 약 2만6000마리에 그친다”며 “동물보호센터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은 크지만 지역주민들은 개 짖는 소리나 악취 등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반려동물보호센터 부지에 공원과 체육시설 등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을 함께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서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논의 중이지만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은 소유자 등의 사육관리 의무 확대,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동물사육금지, 맹견 수입신고제, 사육허가제 신설 등을 담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가장 극악한 유형의 개도살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록 대상 동물을 ‘반려 목적’의 개로 한정하고 있는 점 등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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