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표류한 밍크고래를 유통 허락한 해경?

[핫핑크돌핀스 논평] 표류한 밍크고래를 유통 허락한 해경


  • 바다에 떠있는 밍크고래는 표류한 개체로, 고래고시 개정에 의해 모두 폐기 대상
  • 정치망 그물은 고래류가 내부에서 장기간 생존이 가능
  • 속초해경이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처리확인서 발급
  • 지난 5월 고래고시 개정으로 좌초, 표류한 고래는 보호종이 아니어도 전부 폐기해야 하나 현장 해경은 이 사실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음
  • 혼획된 고래의 유통을 허락하는 허술한 제도 탓에 고래들이 죽어감
  • 대선 후보들도 개고기 종식과 함께 고래고기 유통 금지를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국의 고래 보호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12월 11일 속초해양경찰서 거진파출소 공현진출장소가 ‘표류한’ 밍크고래에 대해 처리확인서를 발급한 것이다. 해경은 정치망 어민이 강원 고성군 앞바다에 떠있는 밍크고래를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으며, 해경은 불법포획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밍크고래가 비보호종이라서 처리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이 밍크고래는 6천만 원에 팔렸고, 발견 어민이 판매금을 챙겼다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그물에 걸린 것도 아니고 표류하던 밍크고래를 왜 해경이 처리확인서를 발급하여 유통을 허락했는지 의문을 제기한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기사들은 모두 해경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핫핑크돌핀스의 지속적인 밍크고래 보호종 지정과 고래고기 유통 금지 촉구 결과 해양수산부는 지난 5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좌초 또는 표류한 채 발견된 비보호종 고래류에 대해서는 유통을 불허하고 모두 폐기하기로 방침을 바꾼 바 있다. 이는 개정된 고래고시 제10조 2항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폐기: 좌초, 표류된 고래류는 폐기한다. 다만 국립수산과학원이 연구용ㆍ교육용으로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고래고시에서 말하는 표류란 고래류가 죽어서 해상에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강원 고성군 해상에 떠있던 밍크고래 사체를 발견한 어민은 해경에 신고하고, 해경은 이를 폐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해경은 불법포획 검사를 한 뒤 처리확인서를 발급하였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길이 5미터 가량의 이 밍크고래가 정치망 안에서 죽은 채 떠있었다고 보도하였는데, 그렇다면 해경은 그냥 처리확인서를 발급할 것이 아니라 어민 발견 당시 밍크고래의 정치망 내 위치와 해당 정치망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밍크고래가 죽은지 며칠 정도 지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혼획으로 보고 처리확인서를 발급할지 또는 표류로 보고 폐기할지 결정했어야 한다.

그 이유는 정치망은 해상에 고정된 채 위가 뚫려 있고 총 길이가 수백 미터 또는 그 이상에 달하는 크기가 매우 큰 그물로서, 해양포유류인 고래와 돌고래는 정치망 안에 우연히 들어오더라도 수면 위에서 호흡을 할 수 있어서 계속해서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해경이 정치망의 구조를 정확히 알았고, 지난 5월 변경된 고래고시의 내용을 숙지했더라면 이번 경우처럼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불법포획 여부만 확인한 후 즉시 처리확인서를 발급하는 잘못된 일처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다른 곳에서 불상의 원인으로 사망한 밍크고래 사체가 해상을 표류하다 정치망 입구 쪽이나 안쪽으로 떠밀려왔을 가능성, 또는 다른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밍크고래는 평균 5천만 원 또는 그 이상의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무엇보다 바다에 장기간 설치해둔 정치망은 고래들이 그 안에 들어와도 수면에서 호흡을 하면서 곧바로 죽지 않고 사흘 이상 충분히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어민이 과연 밍크고래를 죽은 채 발견했는지 여부에 대해 보다 자세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했다. 고래고시는 고래가 혼획되었더라도 살아있을 경우에는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황상 해경이 너무 성급하게 밍크고래 처리확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판단한 핫핑크돌핀스는 즉각 담당 해경을 수소문해 전화로 문의했다. 당시 이 업무를 처리한 해경은 핫핑크돌핀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어민이 정치망 안에서 죽은 밍크고래를 발견했다고 신고했고, 불법포획 흔적이 없어서 처리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난 5월 고래고시가 개정되어 표류된 고래는 모두 폐기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냐는 핫핑크돌핀스의 질문에 해경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이어서 담당 해경에게 밍크고래가 발견됐을 당시 정치망의 구조를 알 수 있는 사진이나 밍크고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어민에게서 받았거나, 이번 사건의 경우 충분히 표류의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어민에게 물어보았냐고 물었고, 해경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만약 해당 어민이 선망이나 자망, 안강망, 통발 등으로 조업을 하던 어민이라면 그물의 구조와 특성상 그물 안으로 들어온 고래가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사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해경이 처리확인서를 발급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정치망의 경우에는 혼획 이후에도 그물 내에서 고래가 충분히 오랜 기간 생존이 가능했고, 다른 곳에 죽은 고래가 정치망 안으로 표류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해경이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성급하게 처리확인서를 발급하는 것은 고래고시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해경은 최소한 정치망 구조와 발견 당시 밍크고래의 위치를 보여주는 사진 등의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처리확인서를 발급하든가 추가 조사를 하던가 했어야 했다.

이 사건은 결국 지난 5월 개정된 고래고시 내용을 현장 실무자인 해양경찰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경의 부실한 고래보호 의식과 형식적이고 잘못된 행정 처리로 인해 폐기되어야 할 밍크고래 사체가 경매에 넘겨져 시중에 고래고기로 유통되는 잘못된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경은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은 소속 공무원들에게 해양생태계 보전과 해양동물 보호 의무가 있음을 보다 철저히 교육해서 현장에서 이와 같은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포경을 금지하면서도 우연히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의 유통을 허락하고 있는 모순된 제도를 고집하고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하고자 수차례에 걸쳐 고래고시를 개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명확한 고래보호 입장도 취하지 못하고, 일본처럼 확실히 포경국가의 야만적 본성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굉장히 어정쩡한 위치에 머무르며 뒤로는 고래고기의 유통을 허락하고 있다. 그리고 고래 유통업자들은 이런 허술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수천만 원의 은밀한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제 한국정부는 고래고시를 아무리 개정해도 이 넓은 간극을 메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고래 유통을 허락하는 제도적 근간이 되고 있는 고래고시를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강력한 고래보호 정책 도입을 위해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해 모든 고래 사체 유통을 불허해야 한다. 이번에 출마한 대선 후보들 역시 개고기 종식과 함께 고래고기 금지도 명확한 공약으로 제시하길 기대한다.

2021년 12월 12일
핫핑크돌핀스


*참고자료 1. [핫핑크돌핀스 논평] 고래고시 개정에서 멈추지 말고,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http://hotpinkdolphins.org/?p=24835

*참고자료 2.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좌초·표류·불법 포획된 고래 위판 금지한다 https://www.mof.go.kr/article/view.do?articleKey=38833&searchSelect=title&searchValue=%EA%B3%A0%EB%9E%98&boardKey=10&menuKey=971&currentPage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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