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우리는 민중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알뜨르 평화대공원’을 원한다!

2021년 12월 10일, 제주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11개 단체는 공동 주최로 서귀포시 대정읍 서귀포오름지역자활센터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알뜨르 평화대공원은?’ 이란 제목의 특별행사를 가진 바 있다.

도민이 배제된 알뜨르 평화대공원 논의를 우려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국방부와 제주도가 알뜨르 비행장 무상 사용과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에 대해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8월 3일, 도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알뜨르·송악산 일대 평화벨트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있었고 이 자리에는 국방부 관계자도 참석하였다. 11월1일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제주에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실무협의회 구성에 합의하고, 12월 13일에는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실무협의회’ 1차회의가 진행되었다. 양 기관은 향후 ‘알뜨르 비행장 무상사용 허가 기간과 사용면적, 부지 내 영구 시설물 축조, 알뜨르 비행장 내 농경지 침수방지, 평화대공원 조성 내용에 대한 (공군) 작전 영향’ 등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모든 진행에서 가장 심각하게 지적되어야 할 점은 국방부와 제주도가 논의의 단계별 내용을 도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 도의원이 이 주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기획된 특별 강연과 토론을 통해 향후 도민 사회의 더 많은 질문과 토론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우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다하는 이 시점, 알뜨르 비행장 무상 사용과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에 대한 논의에서 또 다시 도민들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평화 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할 이곳이 또 다시 중앙정부와 제주도정, 군과 관료들, 그리고 개발업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형적인 결과로 귀결될 것을 우려한다.

군부대, 레이더 기지, 송악산 해안까지 포함한 알뜨르 전체를 시야에 넣고 평화대공원을 계획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묻는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세계 각국의 군사화와 군비증강이 뚜렷한 지금, 지정학적 군사적 요충지로 주목받고 있는 제주가 던지는 평화에 대한 질문이 제주만의 것일 수 있는지 묻는다. 알뜨르 비행장은 한국 유일의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 유적지가 있는 곳이다.

1932년-33년과 1936년-37년에 걸쳐 대정 지역 토지가 알뜨르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매입되었다. 또한 대정지역 주민들이 알뜨르 비행장 건설에 강제로 징용되었다. 이 비행장은 1937년 중일 전쟁 때 난징과 상해로 날아가 공중폭격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한 폭격기들이 발진한 기지였다. 1937년 일제가 저지른 30만 난징 시민 대학살의 전조가 예고된 곳이었다. 해방 후 한국정부는 일본군 소유였던 이 땅을 과거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주민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미군이 그리고 후에는 국방부가 소유하였다. 지금은 한국 공군이 사용하는 모슬봉의 레이다도 미군이 세운 것이었고 지금까지 알뜨르 비행장 인근의 일부로 남아있다. 군부대, 레이더 기지, 송악산 해안의 해군특공기지를 포함한 알뜨르 전체를 시야에 넣고 공원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지역민들의 일부가 생존을 위해 국방부로부터 임대하며 경작하고 있는 땅에는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은 사람의 생존이 달린 땅이다. 그래서 질문이 생긴다. 정부가 말하는 평화대공원은 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일제시대 강제로 빼앗겼던 토지의 환수를 추상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닌,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우리는 현재 알뜨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

군사공항을 위한 대체 부지를 요구해온 평화대공원 논의의 역사를 직시하자

정부와 제주도정은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 거론하는 평화대공원의 배경과 실체가 무엇인지 알려야 한다. 그들만의 테이블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

2005년 남제주군은 「모슬포 전쟁유적지 관광자원화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후 제주도가 2008년에 내놓은「제주평화대공원 조성 기본계획」은 국방부가 제주도의 알뜨르 무상사용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 이상희 국방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공동 서명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는 제5조에 국방부장관이 알뜨르 비행장 부지를 제주자치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시하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고 12년이 지나도록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다만 공군을 위한 기지가 필요하므로 대체 부지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제주대평화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협의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이어 2019년 재개되었지만 이는 언론이 인용한 제주도의회의 말에 의해서도 입증된다. 올해 8월 3일 박과수 국방부 국유재산환경과장은 “제주도는 군사적 측면에서 중요성이 있고, (군사)공항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 시설이) 제주도에 꼭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도의회가 위성통합운영센터에 필요한 도유지 매각의 조건으로 알뜨르 비행장의 ‘무상사용’을 또 다시 제안하기까지 하였다.

알뜨르 평화대공원을 만들어 갈 주체는 우리 민중이다.

이렇듯 알뜨르 비행장은 80년 이상 도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국주의와 중앙정부, 군과 정치인들에 의해 학살의 장 또는 대체물이 필요한 조건부 평화의 틀로서 지워지기 일쑤였다. 그 대체물은 군사시설을 짓기 위한 또 다른 부지를 말한다. 정부와 군은 도민의 의사를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화라는 이름아래 계속 군사화를 도모해왔다. 국방부는 심지어 1984년 2만㎡에 이르는 땅을 외지인에게 팔아 넘겼다. 그 사실이 최근에야 밝혀졌고 이 일은 도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도민들은 이곳의 군사화와 난개발에 맞서 두 눈을 부릅뜨고 싸워왔다. 1980년 말 송악산 공군기지 반대 투쟁과 최근 송악산 개발 반대투쟁은 민중이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함을 뚜렷이 각인 시켰다. 이제 우리에게는 알뜨르 비행장의 향방을 정부와 제주도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평화라는 이름아래 군과 관, 기업이 개입하는 또 다른 기만의 땅이 되지 않도록, 민중이 주체가 되어 진정한 평화의 대공원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 우리 민중이 있다. 우리는 민중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진정한 알뜨르 평화대공원을 원한다.

2021,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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