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고장수, 생일축하보다 해방이 먼저다

[핫핑크돌핀스 성명서] 고장수, 생일축하보다 해방이 먼저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출생 고장수의 생일을 축하하지 못하는 이유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고장수가 오늘로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수족관 측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돌고래들이 갇혀 있는 수조 앞에 생일축하 케이크를 갖다놓았는데, 돌고래들은 먹지도 않는 케잌을 사다놓고 인간들끼리 축하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 수족관의 좁은 수조에 갇힌 돌고래에게 무엇을 축하한다는 말인가?

감금은 축하할 일이 아니다. 좁은 수조는 돌고래의 본래 생태적 습성에 맞지 않는다. 수족관 측이 진정으로 고장수의 건강을 염원하고 축하를 보내고 싶다면 ‘탈시설’ 해야 할 것이다. 즉 어미인 장꽃분과 새끼 고장수 등 울산 돌고래들을 모두 바다로 야생방류하거나 바다와 비슷한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바다쉼터를 조성해 내보내는 것이야말로 수족관 돌고래들에게 진정한 축하가 될 것이다.

울산에서는 어미 장꽃분이 2014년 처음 새끼를 출산했으나 사흘 만에 죽었고, 이어 2015년 다시 새끼를 낳았지만 6일 만에 죽는 비극을 맞았다. 이어 또 다른 어미 돌고래 장두리가 2019년에 출산했으나 역시 24일 만에 사망하였다. 제주 퍼시픽랜드 (현 호반 퍼시픽 리솜)에서 2015년 태어난 돌고래 ‘바다’ 역시 2021년 9월 바다를 지척에 두고 수조에서 죽어야 했다. 고장수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국내 수조 출생 돌고래들이 모두 죽은 것이다. 이는 모두 예견된 죽음이다.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돌고래 수족관의 큰돌고래 출산 통계를 보면 새끼 돌고래의 절반 이상인 52%가 생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수족관 안에는 상어 등 포식자에 희생될 위험도 없고, 기생충에 감염될 염려도 없으며, 선박 등과 부딪히거나 그물에 걸려 죽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안전한’ 환경인데도 수족관 출산 돌고래가 생후 10년간 생존할 가능성 역시 겨우 14% 미만에 불과하다. 미국 플로리다 인근 바다에서 과학자들이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야생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10살 이상 생존할 가능성이 60%가 넘는 것과 비교해보면 수족관 돌고래 폐사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30살 이상 살 수 있는 확률 역시 1%가 채 되지 않는다. 보통 야생 돌고래의 평균 수명이라고 알려진 30살까지 살 수 있는 수족관 출생 돌고래는 거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암수 돌고래들을 분리해서 사육해야 또 다른 수족관 출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울산은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가 인공적인 수조 환경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나 경험이 전무했고, 출생 돌고래를 사육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었다. 한 마디로 울산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육아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암수 분리사육을 실천하지 않아 세 번의 출생과 폐사가 발생한 전력을 갖게 된 것이다. 수족관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은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이는 매우 무책임한 학대행위였다. 상식이 있는 수족관에서는 암수 공통사육에 따른 출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아예 개장 초기부터 하나의 성별만 사육한다. 수컷 돌고래만 사육했던 서울대공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현재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네 마리 암컷 돌고래만 사육하고 있고 수컷을 반입하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물리적으로 암수를 분리해 사육하기 불가능하고, 임신과 출산을 다룰 전문가와 노하우가 없는 시설에서는 아예 한 성별만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끼 돌고래의 출산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컷 큰돌고래의 경우 여섯 살에서 아홉 살이 되면 생식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울산에서 태어난 큰돌고래 고장수는 탈시설 방류하거나, 암수 분리사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임신이 가능해질 수 있다. 거제씨월드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현재 거제의 수조에는 임신 가능기에 접어든 암컷과 수컷이 모두 있으며, 여덦 마리 큰돌고래 역시 성적으로 성숙한 암컷과 수컷이 같은 수조에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거제씨월드에서도 언제든 수족관 고래의 출산과 죽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는 각각 벨루가 한 마리밖에 없기 때문에 출산 가능성은 없고, 제주 호반 퍼시픽 리솜 역시 홀로 남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에 대해 방류 방침을 밝힌 만큼 이제 한국의 고래류 사육 시설에서 임신과 출산이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과 거제씨월드가 유일한 상황이다. 수족관 돌고래의 임신과 출산은 곧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지금 즉시 울산과 거제는 암수 분리사육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통해 암수 분리사육을 의무화하고, 돌고래의 수족관 출생을 금지해야 한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고장수가 건강하길 바라지만, 좁은 수조가 아니라 본래의 습성대로 넓은 바다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생일케이크는 필요 없다!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로!!!

2022년 6월 13일 핫핑크돌핀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장꽃분과 고장수가 헤엄치고 있다. 영상 =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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