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돌고래 “멀리서 보아야 평화롭다”

야생 돌고래 “멀리서 보아야 평화롭다”
2019-09-02

[애니멀피플] 뉴질랜드 북섬 일부 지역 ‘돌고래와 수영’ 관광 금지, 한국 돌고래들의 상황은?

관광객들이 야생의 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뉴질랜드 북섬 서쪽 해안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 지역 큰돌고래들이 수십 년 만에 삶터를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로부터 해방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돌고래 관광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프로그램을 향후 3년간 전면 금지키로 했다.

1999년 이래로 이 지역 큰돌고래 개체 수가 66% 감소하고, 새끼 돌고래 사망률이 7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큰돌고래 가운데 이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돌고래는 19마리에 불과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사람들이 야생에 개입해 돌고래를 관찰하는 행위가 돌고래의 휴식, 수유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2007년 스톡홀름 대학의 ‘선박 관광이 암컷 남방큰돌고래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의한 행동 변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배에서 내려 수영을 하거나, 관광객을 태운 배가 늘어나면 돌고래들이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논문에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돌고래들이 불규칙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이런 움직임은 특히 새끼를 돌보는 암컷 개체들에서 더 자주 발견됐다고 쓰여 있다.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관광객들이 돌고래를 관찰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돌고래 가운데 호기심이 많은 일부 개체는 관광 선박이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새끼를 돌보는 암컷이나 어린 개체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포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정부는 돌고래가 온전히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돌고래와 수영하기 프로그램 금지와 더불어 선박을 타고 나가 돌고래를 관찰하는 관광 시간도 기존 30분에서 20분만 허용하기로 했다. 관광 선박 출항 시간도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한국의 돌고래들은 어떨까. 제주 연안에 약 120마리 남은 남방큰돌고래는 뉴질랜드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큰돌고래와 유사한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제주, 울산 및 동해안 등지에서 선박을 타고 나가 돌고래를 관찰하는 관광 프로그램이 여럿 판매되고 있다. 동해안 지역에서 서식하는 참돌고래는 개체 수가 1만 마리 이상 확인돼 생존 환경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제주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는 개체 수가 적어 위기가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관광 업체들은 남방큰돌고래가 새끼를 기르는 지역인 대정읍 앞바다에 매일 돌고래 관찰 선박을 띄운다.

제주 대정읍 앞바다에서 한 관광 선박이 돌고래 뒤를 따라다니며 관찰 관광을 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이와 관련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개체 수가 500마리 이상은 돼야 개체군이 위협을 덜 받으면서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데, 120마리 남은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관해서는 관광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해양 포유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뉴질랜드, 미국 등 돌고래 관광이 이뤄지는 나라들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가 있고, 관련 업체들도 (규제 내용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라며 “한국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정한 50m 이내 접근 금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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