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미세플라스틱의 습격…2050년 서해 4분의 1이 ‘죽음의 바다’

조해람·김기범 기자 lennon@kyunghyang.com 입력 2021.02.10

생선 안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조각들. 그린피스 제공

2050년쯤이면 서해의 4분의 1 이상이 해양생물들이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바닷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탓이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환경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지중해와 서해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할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 미만의 플라스틱 입자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잘게 부서지거나 합성섬유 의류 세탁·타이어 마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서해, 30년 뒤면 ‘미세플라스틱해’ 된다고?

연구진은 8개 해양생물종의 생태 독성 자료를 기준으로 ‘허용 불가 수준(unacceptable)’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추정하고, 이를 최선·중간·최악의 시나리오로 나눠 세계 각 해역 수면(0~5m)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해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서해는 지중해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취약한 해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2050년쯤 서해는 27.1%가, 지중해는 53.9%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해양생물이 생존하기 힘든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100년에는 서해의 절반에 가까운 44.6%와 지중해의 3분의 2가 넘는 68.7%가 심각한 위험도를 보일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했다. 지구 전체로는 2050년에 전체 바다의 0.52%, 2100년 1.62%가 죽음의 바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위험도(최악의 경우)를 국제공동연구진이 지도에 표시한 그림. 왼쪽 위부터 1970년(A), 2010년(B), 2050년(C), 2100년(D)이다. 시간이 갈수록 지중해 지역과 황해, 북태평양 등의 위험도 그래프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환경오염’ 제공.

연구진은 지중해와 서해의 생물들이 이미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 기준으로 지중해는 15.9%, 서해는 5.38%에 달하는 면적이 이미 해양생물의 생존이 어려운 ‘허용 불가 수준’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해양 생태계에 즉각적인 위험을 주지 않았지만,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허용 불가능한 수준에 근접했다”며 “점점 더 많은 생태계가 허용할 수 없는 수준의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 책임자들이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해 고려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턱밑까지 차오른 미세플라스틱, 어디서 왔을까

서해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이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천·경기 해안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번째, 낙동강 하류는 3번째로 높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전체가 미세플라스틱에 포위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바다의 미세플라스틱 발생지를 추적하는 연구는 걸음마 상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지난해 10월 한국·중국의 주요 강 10곳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해류를 기준으로 본 플라스틱 쓰레기의 예측 경로와 실제 관측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원산지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에 발표했다. 해류 움직임을 통해 예측한 모델에서는 중국발 쓰레기가 높게 나왔지만, 실제 한국 해안가에서 나타난 비중은 30% 이하였다. 해류 흐름상 중국발 플라스틱 쓰레기가 도달하기 어려운 한강과 낙동강 부근에서 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했다는 점도 모델링 결과와 달랐다.

멸종위기 해양포유류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해안을 뒤덮고 있는 페트병, 폐어구 등 플라스틱 쓰레기들. 핫핑크돌핀스 제공.

연구진은 모델링 예측과 관측이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로 추정했다. 첫째는 플라스틱 침몰이다. 해양 생물이 달라붙어 무거워진 플라스틱이 물 속으로 가라앉는 ‘바이오폴링’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폴링은 부력(물에 뜨는 힘)을 잃기 쉬운 미세플라스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 이유는 MPW(Mismanaged Plastic Waste. 재활용 등 처리 과정을 통해 관리되지 않고 자연에 그대로 버려지는 플라스틱) 수치 오류다. 중국산 플라스틱 폐기물의 MPW 비율은 연구마다 달라진다. 연구진은 2018년 최신 연구에 맞춰 중국과 북한의 MPW 비율을 25%로 낮추면 모델링의 예측과 한국 해변 관측 결과가 비슷해진다고 했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쓰레기의 이동 경로와 모델링 예측. (a)는 실제 부표를 이용한 이동가능성. (b)는 연구진이 모델링으로 예측한 쓰레기 이동 경로. (c)는 부표의 부유 시간. (d)는 모델링으로 예측한 쓰레기 부유 시간.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 제공

연구를 진행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서성봉 연구원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중국에서 쓰레기가 적게 나온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중국발 쓰레기의 대부분은 중국 쪽 해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플라스틱을 집계할 때 쓰는 수치가 부정확하거나, (쓰레기가)해류를 타고 오다가 가라앉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연구의 주요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해안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은 “한국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원인과 하천에서 온 쓰레기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MPW 비율이나 하천에서 배출된 파편의 총량에 대한 보다 정확한 추정이 필요하다”며 “특히 2개국 이상에서 발생한 파편을 고려할 경우 더 그렇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21006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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