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대한 해양생태학자 긴급의견서

제주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계획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1.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 현황 및 생태학적 중요성

○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인 보호종으로 CITES 부속서 Ⅱ 대상종이며, 제주도 연안에 서식하는 무리는 세계에서 가장 개체수가 적은 군집으로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여 그 희소가치와 보호중요성이 매우 높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남방큰돌고래 생태 조사 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의 주요 출현권역은 북동부의 구좌~성산 해역과 남서부의 대정~한경 해역이며 지역별로는 김녕항, 월정, 하도, 종달 인근과 무릉, 영락 일대입니다. 현재 제주 도정이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려는 구좌읍, 대정읍 해역 등은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출현지역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운영시 해양수산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남방큰돌고래의 서식과 번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남방큰돌고래는 먼 옛날부터 제주 바다의 해양생태계 균형을 유지 해온 핵심종입니다. 하지만 보호인식 부족과 보호대책의 부재로 정치망에 혼획되어 폐사하거나 불법 거래되어 돌고래 쇼에 이용되어 왔습니다. 2012년 서울특별시(시장 박원순)의 제돌이 야생방류결정을 시작으로 불법 포획되었던 남방큰돌고래 일곱 마리가 제주 바다로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제주로 돌아온 일곱 마리 돌고래 가운데 2013년에 방류된 암컷 두 마리(춘삼이, 삼팔이)는 번식에 성공한 것이 세계 최초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인류사에 있어서 길이 남을 역사적인 사건이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제주의 청정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18일 야생 방류된 금등과 대포의 경우, 20년간 수족관에서 인간의 손길을 타던 남방큰돌고래가 성공적으로 바다로 방류된 사례로서 BBC 방송과 디스커버리 채널 등 전세계 다양한 미디어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방큰돌고래의 야생방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이후 남방큰돌고래들의 야생서식처와 제주 해양생태계 전체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서울시와 해양수산부, 과학자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돌아간 돌고래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합니다.

  1. 제주 연안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

○ 제주도 연안은 쿠로시오해류에서 분파되어 제주도 남쪽에서 유입되는 대만 난류수, 북쪽에서 유입되는 남해 연안수의 영향을 받으며, 하계에는 고온·저염의 중국대륙연안수, 동계에는 저온·저염의 황해 저층냉수가 유입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조류의 유입으로 제주 바다는 해양생물의 월동장이자 산란장 역할을 하며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라도 주변해역을 중심으로 다른 해역보다 조류가 세고, 크고 작은 암초들이 발달한 대정읍 연안 일대는 용승현상을 통한 풍부한 영양염류 공급으로 상어류 등 다양한 어류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멸치, 고등어, 전갱이, 자리돔, 돔류, 방어 어장이 건강하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김녕해역을 기점으로 구좌해역 등 제주 북동 해역 또한 대형 단일 암초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강한 조류로 인한 저층 활성 용승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해역에 비해 갯녹음(백화현상)이 덜 진행되어 다양한 어류들이 모여 들어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정읍, 구좌읍 연안은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이자 제주해양생태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어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최근 제주 연안에는 남방큰돌고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동물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내 출현 해양동물 종은 참돌고래, 낫돌고래, 큰돌고래 등의 돌고래류는 물론 부리고래과 3종과 밍크고래, 흑범고래 등의 대형 고래류 그리고 바다사자, 물개 등의 기각류, 바다거북류, 고래상어, 돌묵상어, 무태상어 등의 대형어류까지 다양하며 이들 모두 먹이활동을 하기 위하여 제주 연안을 중심으로 대정읍해역과 구좌읍해역에 서식·출현하고 있습니다.

○ 제주도는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마을어장의 수산자원 회복, 증식, 복원을 위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들여 인공어초 시설, 해중림조성, 바다숲조성, 바다목장 조성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 제주도 전체 연안은 조간대부터 수심 60m 까지 시설적지지역선정으로 어장조성을 위한 인공어초가 빼곡히 설치되어 있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존에 진행된 연안어장 조성 사업에 대한 고려 없이 해상풍력발전단지와 같은 대규모 연안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면 이는 중앙정부인 해양수산부와 제주도가 지금까지 진행해온 어장조성사업의 취지와 목적을 완전히 위배하는 것입니다.

○ 바다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특히 물과 땅이 만나는 연안은 많은 해양생물과 수산업 대상 어종들의 산란장이자 성육장이지만 각종 인간 활동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취약한 곳이므로 엄격한 규제를 통한 보호가 절실한 지역입니다. 해양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서 1983 년부터 해안선으로 12 해리 (약 22 km) 이내 연안에서 트롤 어업을 전면 금지시켰으며 많은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연안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생태계 서비스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유럽 선진국은 물론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러한 연안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해안선과 연안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과 난개발을 규제하기 위한 강력한 법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 경관이 핵심 산업인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난개발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 제주도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은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경관을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연안에 개설된 올레길을 보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따라서 이제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특별자치도도 연안 환경 보호를 위한 강력한 정책을 도입하고, 육상 환경뿐 아니라 해안선과 연안을 포함한 해양환경까지 세계적인 환경보전지역으로 가꿔나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1.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제주연안에 1900MW 규모의 발전단지를 설치할 예정이며, 올해에는 여섯 군데에 약 600MW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하부 기초구조물 설치시 발생되는 부유물과 블레이드, 기어, 타워 등이 내는 소음, 진동 그리고 저주파와 자기장은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해양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운영으로 인해서 남방큰돌고래의 해당 연안 이용 빈도가 감소하거나 활용 방식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실제로 해양수산부 고래연구센터가 2015년 발표한 『제주도 남방큰돌고래의 분포 양상』 논문에 따르면 한림읍은 2011년 육상조사에서 돌고래 발견율이 가장 높았던 곳이지만 2012년 이후 돌고래들이 이 지역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논문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이 시기에 발생한 한림항의 물동량 증가와 더불어 제주 한림읍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일환인 해상 기상탑 건설 공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상풍력발전기의 설치 및 해상풍력단지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고래류의 서식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따라서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기 전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평가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정읍에서 이루어질 해상풍력발전 시설 설치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으로 생존을 위협 받은 돌고래들은 대정 앞바다 역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또한 남방큰돌고래 서식 환경 악화로 인한 개체수 감소는 인간들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도 해양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제주 바다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입니다. 해외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돌고래 개체군은 상어 개체군과 경쟁 관계에 있으며, 이는 제주 지역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돌고래라는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진 해양생태계에는 상어라는 또 다른 최상위 포식자가 도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제주도 해역에 서식하는 상어들의 연안 접근의 가능성이 증가하고 출현 빈도가 잦아질 수 있습니다. 즉, 해상풍력발전단지 등 대규모 연안 개발 사업으로 인한 남방큰돌고래 개체수 감소 및 제주 연안 해역의 이용 현황의 변동으로 인한 영향은 해녀를 비롯한 인간의 어로행위와 해수욕장을 비롯한 연안 이용행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1. 결론

○ 위와 같은 의견을 전달하오니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는 제주 연안의 남방큰돌고래 개체군 건강성과 종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해상풍력발전 지구지정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결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아가 제주 해양생태계 보전과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바랍니다. 끝.

2017년 7월 23일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김병엽, 정석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행동생태연구실 장수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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