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고래 가족’ 이라는 제목의 조형물 앞에서 분노했고 마음이 아팠다”

핫핑크돌핀스 부울경지부는 한국 돌고래쇼 업 사업의 종식을 앞당기기 위해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남아 있는 큰돌고래 4마리 방류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행동을 진행합니다. 울산이 ‘고래 학대 도시’, ‘고래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고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연대 바랍니다.

릴레이 1인 행동에 참여한 핫핑크돌핀스 회원 소라님의 활동소감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 문화마을’에 들어서자 입간판, 가로등, 표지판까지 사방에 보이는 행복한 표정의 고래 캐릭터들이 눈길을 빼앗았다.

네 명의 돌고래가 갇혀있는 고래생태체험관 앞에는 인간과 행복한 순간을 연출하고 있는 고래 조형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돌고래 가족’ 이라는 제목의 조형물 앞에서 분노했고 마음이 아팠다. 인간들에 의해 잔혹하게 가족들이 학살된 돌고래들이 이 곳에 갇혀있는데 ‘돌고래 가족’이라니..

거대한 고래 조형물과 ‘고래들의 고향 장생포’라는 글귀 그리고 줄지어 서있는 고래 고기 식당들의 조합이 아이러니했다. 학대받고 죽임당하는 곳을 ‘고향’으로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매표소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한명이라도, 수족관에 온 선택을 번복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칼바람이 부는 날씨였지만 가족들의 손을 잡고 신나서 돌고래를 보러 온 어린이 분들이 많았다.

돌고래를 만나는 일이 곧 돌고래를 학대하고 죽어가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알게된다면 어린이 관광객 분들이 여기에 오는 걸 원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내 피켓의 내용들을 마치 ‘동심파괴’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이면 일부러 손을 잡아 끌며 발걸음을 재촉하거나 대놓고 눈을 가리게 만들기도 했다. 슬펐다.

다들 돌고래를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애초에 이 곳에 오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돌고래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떻게 갇히게 되었고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그 현실을 알게 되는 것은 ‘골치아픈’ 일로 전락시키는 것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는 갈수록 어떤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마주하는 것이 아닌, 대상화하여 소비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기도록 훈련되고 있는 것 같다. 막막하다.

하지만 흘긋흘긋 나를 보며 지나치는 많은 분들의 눈은, 마냥 매정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사실을 마주친 것처럼 느껴졌다.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 줘야 한다’는 것 말이다. 다만 불편하고 싶지 않아서 회피 하려는 감정이 이는게 느껴졌다. 그것만이라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불편한’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날 커다란 계기가 되는 날이 온다고 믿는다. 만약 내가 여기서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면 일말의 불편함 없이 오늘 관광을 마쳤을 테니까.

삐까번쩍하게 인간들이 세워둔 건물 아래 마치 장식품처럼 행복하도록 보이게 만들어진 고래들이 사실은 학대받고 고통받으며 먹히고 죽어가고 있다는 그 모든 현실을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감각만은 전해졌다고 믿는다.

시위하는 내내 건물안에 갇혀있을 돌고래들의 콘트리트 수조에 대해 생각했다. 그 곳에서 너무 늦지 않게 해방될 수 있는 기적을 바란다. 물론, 그 기적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돌고래 방류 촉구 1인 행동 참가하기: http://hotpinkdolphins.org/ulsan (링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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