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위기에 처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 스크류, 오래, 턱이

핫핑크돌핀스는 2022년 9월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해양생태계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70~80마리 이상의 많은 남방큰돌고래들을 만났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돌고래와 성체 돌고래들이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이들 중엔 선박 프로펠러에 의해 등지느러미가 크게 손상된 돌고래 ‘스크류’와 폐어구에 걸려 꼬리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오래’ 그리고 구강암에 걸린 것으로 보이는 ‘턱이’ 등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전체 개체수가 겨우 120여 마리에 불과한 남방큰돌고래 중에서 이날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리에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확인된 개체가 무려 3마리에 달했습니다. 이 돌고래들이 함께 헤엄치는 영상은 현재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처한 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스크류’. 사진=핫핑크돌핀스

선박충돌로 인해 등지느러미가 크게 잘려나간 제주 남방큰돌고래 ‘스크류’가 9월 16일 무리들과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이 돌고래는 7월 23일 대정읍 앞바다에서 ‘물개’ 이영범 님이 처음 카메라로 촬영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핫핑크돌핀스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와 함께 임시로 이 개체에 ‘스크류’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큰 부상을 입은 이 개체가 제주 바다에서 계속 생존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찰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개체는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단면이나 모양으로 보아 선박충돌로 인한 상처로 보입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무리 주변에 접근하는 선박(모터보트, 제트스키, 돌고래 요트 등)들이 많은데, 아마도 이 개체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선박 프로펠러에 부딪혀 등지느러미 절반 정도가 뜯겨나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2년 7월 23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발견된 제주 남방큰돌고래 등지느러미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다. 등지느러미가 잘려나간 것은 선박충돌로 인한 상처로 보인다. 돌고래 무리에 근접하는 선박은 돌고래들에 심각한 신체 손상을 일으킨다. 사진=이영범 
▲2022년 9월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선박관광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2022년 9월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돌고래 선박관광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2022년 9월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지어 유영하는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2022년 9월 16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지어 유영하는 모습. 사진 중간에 등지느러미가 뭉텅 잘려나간 ‘스크류’가 보인다. 사진=핫핑크돌핀스

남방큰돌고래 무리와 함께 헤엄치고 있는 ‘스크류’는 선박충돌로 인해 큰 부상을 입었는데도 용케 두 달간 생존해 있습니다. 2022년 7월 23일 처음 확인된 뒤 무리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는데, 9월 16일 금요일에도 ‘스크류’가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무리 주변에서 돌고래를 보러온 관광선박 두 척이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등지느러미가 잘려나간 개체의 입장에서 굉음을 내며 주변으로 돌진해오는 선박들이 어떻게 보일까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겪는 위기는 과도한 관광선박의 접근만이 아닙니다. 9월 16일 발견된 돌고래 무리 중에는 꼬리지느러미가 완전히 잘려나간 야생 개체 ‘오래’도 같이 있었습니다. 꼬리가 없는 오래는 2019년 6월 처음 관광객이 발견해 영상을 촬영했는데, 보통 이런 경우 야생에서 오래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에 돌고래를 연구해온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서 ‘오래’라고 이름을 붙이고 제주 바다에서 오래오래 생존하길 바라온 개체입니다. 오래는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단면 그리고 꼬리 없이 헤엄치는 법을 터득한 것 등으로 판단할 때 단시간 내에 잘려나간 것이 아니라 꼬리에 무엇인가 걸려서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꼬리가 힘을 잃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그물이나 낚싯줄 같은 것이 걸리면서 꼬리 부근 살을 조금씩 파고들면서 서서히 전체 꼬리지느러미가 절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돌고래에게 꼬리지느러미는 이동과 먹이활동 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관 중 하나인데, ‘오래’는 꼬리에서 나오는 추진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을 비틀며 헤엄치며 동료 무리들과 함께 이동하고, 사교행동을 하거나 먹이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3년 이상 꼬리 없는 야생 돌고래가 무리의 도움으로 함께 생존해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운데,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의 협력을 통한 공생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발견된 돌고래 무리 중에는 우리가 ‘턱이’라고 부르는 개체도 섞여 있습니다. 턱이는 입안에 어떤 조직이 자라나 비대해지면서 구강 구조를 변형시켜 턱이 휘어지게 된 남방큰돌고래인데, 해양포유류를 전문으로 하는 이영란 수의사는 이를 ‘악성종양’ 즉 구강암이라고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자세한 영상으로 볼 때 입 안에 암이 생긴 것으로 보이는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연안에서 무리들과 헤엄치고 있는 것입니다. 

스크류, 오래, 턱이 등 사고로 인해 장애가 생기거나 질병에 걸리는 돌고래들이 발견되기도 하는 것으로 볼 때 제주 남방큰돌고래 개체군은 현재 건강한 상태가 아닙니다. 무분별한 선박관광, 폐어구와 해양쓰레기 발생 그리고 연안오염으로 인해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선박관광, 해양쓰레기, 연안난개발과 해양오염 등의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 일대에서는 선박관광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접근금지라인을 만들고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제주도가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여 남방큰돌고래들이 서식처에서 최소한 쫓겨나지 않고 마음 놓고 거주할 권리를 주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돌고래와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돌고래와 공존하지 못한다면 임박한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생태적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돌고래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위기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선박관광 금지, 돌고래 보호구역 지정, 생태법인 도입 등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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