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수족관 범고래 롤리타의 죽음을 애도한다

[핫핑크돌핀스 성명서] 수족관 범고래 롤리타의 죽음을 애도한다

바다쉼터로 이송이 예정됐던 범고래 롤리타(지역 원주민 언어로는 토키태)가 지난 8월 18일 결국 수족관에서 삶을 마감했다. 올해로 나이가 57세인 것으로 추정되는 범고래 롤리타는 4살 때인 1970년대 초반 미국 북서부 해안에서 잡힌 뒤 마이애미 씨쿼리움 좁은 수조에 감금되었다. 롤리타는 시민들의 지속된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에 힘입어 내년쯤 고향인 시애틀 인근 바다에 마련된 바다쉼터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범고래의 평균 수명은 약 50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히 롤리타의 원고향인 미국 북서부 태평양 연안 정착 범고래 무리 가운데는 90살까지 생존하는 암컷 범고래들이 많다는 점에서 제 수명대로 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가 국경을 맞닿은 이 지역에서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범고래 보호 운동이 활발히 시작되었던 계기도 범고래들을 아쿠아리움으로 팔아넘기기 위한 잔인한 포획 때문이었다. 범고래 포경은 중단되었지만 납치된 고래들은 수족관에서 계속 죽어갔고, 이제 마지막 남은 롤리타마저 바다로 가지 못하고 죽음으로써 미국의 범고래쇼 사업은 동물학대와 죽임의 책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 3월 마이애미 씨쿼리움은 마지막 범고래 롤리타의 고향 인근 바다쉼터 방류계획을 발표하였으나 채 5개월도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이미 오랫동안 롤리타를 가두고 착취해온 마이애미 수족관은 전 세계 최장기 수족관 범고래 감금이라는 비판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뒤늦게 방류를 발표하였고, 이 때문에 수족관 측의 방류 발표가 죽기 전에 손을 털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었다.

이번 롤리타의 수족관 내 죽음은 자연스럽게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마지막 남은 흰고래 ‘벨라’를 떠올리게 한다. 어린 나이에 북극 바다에서 잡혀와 같이 지내던 수조에서 친구들의 죽음을 두 번이나 목격해야 했던 벨라가 롤리타의 전철을 밟으면 안 될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롤리타의 죽음에 애도하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더 늦기 전에 벨라 방류 약속을 이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만약 롯데가 방류가 어렵다는 핑계로 벨라를 다른 시설의 벨루가와 합사하려고 한다면 이는 책임 회피와 약속 불이행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롯데가 벨라를 다른 수족관으로 내보내 합사시키는 것은 절대 방류가 아니며, 한 감금시설에서 다른 감금시설로 이송하는 것에 불과하다. 롯데월드는 자신이 내건 4년 전 벨루가 방류 약속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 하루속히 벨라를 시설에서 내보내야 한다. 우리는 오랜 기간 좁은 수조에 감금되어 고통받아온 벨라가 북극 해역에 마련된 넓은 바다쉼터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롯데가 롤리타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2023년 8월 21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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