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삶, 제주 해녀와 남방큰돌고래

요즘 대정읍 해녀들이 돌고래들에 대한 민원을 넣고 있습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문어를 잡아서 테왁에 넣어두면 주변에 남방큰돌고래들이 지나가다가 테왁 사이로 삐져나온 문어의 다리를 떼먹는다든가 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대정읍 해녀들은 돌고래들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지만, 돌고래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위협적이기도 하고 또한 애써 잡은 해산물을 돌고래들이 노리기도 하기 때문에 주변에 돌고래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제주도정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핫핑크돌핀스는 ‘핑어(pinger)’라는 소형 음향경고장치를 테왁에 달 것을 제주도측에 권고했습니다. 핑어는 소리에 민감한 돌고래들이 싫어하는 주파수의 음파를 발산하는 조그만 기계인데, 하나에 가격이 몇 십만원 가량 한다고 합니다. 대정읍 앞바다 일대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으니 제주도정에서 핑어를 일괄 구입하여 해녀들에게 보급하면 아마도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였습니다.

물론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무척 똑똑합니다. 처음엔 핑어가 내는 주파수 때문에 약간 멀리 떨어지겠지만 이내 핑어 주변 테왁에는 해녀가 잡아올린 해산물이 있을 것이라고 돌고래들이 알아챌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래연구센터 안용락 박사는 2013년 10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쇠돌고래가 그물에 걸리는 걸 막기 위해 핑어(PINGER)라는 기계를 많이 써요. 그런데 아직 한국 어민들은 음향경고장치가 다른 고기까지 쫓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잘 쓰지 않아요. 또 돌고래들이 정말 똑똑하거든요. 시범을 해봤더니 처음에는 겁을 내고 접근을 안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다가오더래요. 소리가 나는 곳에 먹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출처 [고래는 운이 나빠 그물에 걸려 죽는 걸까]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07673.html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시도해볼만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물고기들이 많이 들어있는 큰 그물과는 달리 돌고래들이 싫어하는 음파를 무릅쓰면서까지 조그만 테왁에 접근을 할만한 그리 큰 매력이 테왁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그물에는 물고기가 가득 들어있어서 돌고래들이 핑어의 음파를 무릅쓰고 접근하겠지만요.

해녀와 남방큰돌고래는 오래 전부터 제주 바다에서 공생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바다의 난개발이 심해지면서 돌고래들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대정읍 앞바다에 모여들게 됩니다. 그러자 해녀들이 전에 없던 위협을 받기도 합니다. 바다에서 힘든 삶을 질기게 이어오고 있는 해녀와 돌고래의 공생을 위해 핫핑크돌핀스는 앞으로도 계속 현장에서 대화하고, 고민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각 마을 어촌계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대해 갖고 있는 또다른 불만도 있습니다. 바로 “돌고래들이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는 푸념입니다. 이에 대해 핫핑크돌핀스는 남방큰돌고래들이 제주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주어 장기적으로 물고기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므로 당장 눈앞의 물고기 갯수만을 보고 돌고래들을 비난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돌고래 생태관광 역시 쉬운 주제가 아닙니다. 대정읍에서는 일부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어촌계장들을 중심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관광을 통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돌고래들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마을 어촌계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이게 앞으로 커다란 수입원이 될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조금씩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이 중심이 된 돌고래 생태관광의 부분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크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겨우 120마리 남짓이기 때문입니다. 동해 바다의 참돌고래나 서해, 남해의 상괭이 개체수가 1만마리 이상인 것에 비춰보면 이는 매우 적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제주 돌고래의 경우에는 아직은 관광보다는 보전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특히 돌고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나 사업은 애초에 진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선박이 돌고래 가까이 접근하거나, 돌고래 근접 동영상을 찍으려는 드론이 돌고래 매우 가까이까지 내려와 촬영하는 것들, 그리고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에 카페와 펜션과 관광객들의 편의만을 위한 시설 공사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핫핑크돌핀스는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는 대정읍 앞바다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함께 육상 일대를 ‘블루벨트’로 지정하여 난개발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늘도 난개발과 토건세력, 투기꾼, 부동산업자들 그리고 이들과 결탁한 지방 토호세력과 정치꾼들과 일부 공무원들과 도지사에 맞서 인간의 가치, 자연의 가치,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친구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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