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들은 수족관에서 채 3년도 버티지 못했다

돌고래들은 수족관에서 채 3년도 버티지 못했다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입력 : 2020.10.07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수족관에 도입되거나 태어난 지 3년 내에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수족관 수조가 돌고래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시설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되면서 수족관 사육 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거제씨월드의 벨루가(흰고래)가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상하로 움직이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거제씨월드의 벨루가(흰고래)가 같은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상하로 움직이는 모습. 동물해방물결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국내 수족관에 도입되거나 출생한 뒤 폐사한 돌고래 31마리 중 20마리가 채 3년도 살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64.4%의 돌고래가 3년을 버티지 못한 채 각종 질병으로 죽어간 것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국내 수족관에서 최근 10년 간 사육 중이었던 돌고래 61마리 중 31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고래 사육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진 바 있다. 10년 간 절반이 죽어갔다···돌고래 수족관은 ‘잔인한 수용소’

특히 수족관에 도입되거나 출생한 지 채 3개월도 안 돼 폐사한 개체도 약 19.4%인 6마리에 달했다. 5마리 중 한 마리꼴의 돌고래가 3개월을 버텨내지 못했던 것이다. 1년 미만의 기간 내에 폐사한 돌고래도 10마리에 달했다. 결국 고래에게 수족관은 1년도 버티기 힘든 환경임이 드러난 것이다. 1년 이상 3년 미만 기간 사이에 폐사한 돌고래 역시 10마리로 나타났다.

[단독]돌고래들은 수족관에서 채 3년도 버티지 못했다
[단독]돌고래들은 수족관에서 채 3년도 버티지 못했다

그러나 이처럼 폐사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돌고래쇼와 돌고래와 접촉하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은 국내 곳곳의 수족관에서 지속되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잠시 중지된 곳도 있지만 고래를 보유한 시설 7곳 중 6곳에서 생태설명회, 돌고래조련사체험, 돌핀스위밍, 야외돌고래쇼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수공통 감염병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일부 시설에서는 돌고래와 악수하기, 돌핀키스와 허그, 벨루가(흰고래) 키스와 허그 등 고래와 직접 접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양이 의원은 “수족관에 있는 고래를 장기적으로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동물원수족관법을 개정해 고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인위적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독]돌고래들은 수족관에서 채 3년도 버티지 못했다

이처럼 동물 학대에 가까운 쇼와 프로그램이 계속되자 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고래류 학대로 인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수족관과 다수의 돌고래 폐사가 발생한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 등을 각각 고발했다. 고래류의 수족관 감금과 전시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활동을 줄기차게 펼쳐온 동물해방물결, 시셰퍼드코리아, 핫핑크돌핀스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과 함께 거제씨월드를 창원지검에 고발했다고 7일 밝혔다. 개관 이래 돌고래 8마리가 죽어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관리책임자인 울산광역시 남구청장과 울산광역시장도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수족관의 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면서 인간과 원치 않는 접촉에 동원되어야 하는 스트레스는 결국 고래들의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켜 이른 나이에 폐사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거제씨월드에서 발생한 돌고래 폐사 9건 중 7건이 폐렴 또는 패혈증으로 나타났고,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폐사 역시 8건 가운데 6건이 폐렴 또는 패혈증이었다”며 “저명한 고래 연구자 로리 마리노 박사에 따르면 사육 돌고래들이 주로 감염으로 인해 폐사한다는 것은 수년 간 수족관에 감금된 상태가 야기하는 만성 스트레스가 그들의 면역 시스템을 얼마나 약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거제씨월드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높은 폐사율은 단연 감금과 돌고래쇼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동물학대 때문”이라며 “거제씨월드는 돌고래 보드타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수족관에서 이용객이 돌고래들과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하도록 해 왔다”고 밝혔다. 거제씨월드에서 개장 이후 지금까지 9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하면서 국내 고래류 수족관 가운데 가장 많은 돌고래가 죽은 시설이 된 이유가 바로 이런 프로그램으로 인한 스트레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양포유류 전문가 나오미 로즈 박사는 “벨루가나 큰돌고래 등에 타는 것은 비자연적인 행위로, 동물의 신체에 큰 충격을 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로즈 박사는 또 특히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등에 타는 프로그램인 ‘벨루가 서핑’에 대해 “전 세계 어느 수족관에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이 고발한 또 다른 수족관인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된 2019년 7월 1일 이후에도 생후 24일 된 새끼 돌고래가 폐사하는 등 두 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한 곳이다.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면서 수족관들은 사육 동물의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노력을 기울이고, 관리감독을 강화했어야 하지만 돌고래들의 폐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거제씨월드에서도 동물원수족관법 시행 이후에도 2건의 돌고래 폐사가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등 감독기관들은 이 두 기관이 보유한 동물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보호대책을 전혀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울산 남구청이 운영하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는 보유했던 돌고래 12마리 가운데 3분의 2에 달하는 8마리가 폐사한 바 있다. 66.7%에 달하는 돌고래 폐사율은 국내 고래류 수족관 가운데 가장 높은 폐사율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울산에서 이처럼 돌고래 폐사가 잦았던 이유는 결국 적절한 서식환경이 제공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울산 남구청은 비좁은 수조에 돌고래들을 가둬놓음으로써 동물원수족관법 제정을 통해 분명히 제공했어야 하는 적절한 사육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22일 폐사한 돌고래 고아롱의 경우 이미 2019년 4월과 10월 빙글빙글 수조를 반복해서 돌거나 무기력하게 수면 위에 떠 있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정형행동이 관찰될 정도로 정신적 장애가 뚜렷하게 목격되었지만 적절한 수의학적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다.

동물원수족관법은 보유 동물에 대해 전시 등의 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해란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해를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기존에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기능도 포함된다”면서 정신적 피해 역시 상해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처럼 울산 남구청장이 전시를 목적으로 돌고래를 감금하여 유발한 정형행동은 정신적 장애의 일종으로 상해에 해당함이 명백하며 동물원수족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울산광역시장은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라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를 갖고 있지만 돌고래 폐사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지도, 점검에 관한 직무를 단 한 번도 수행하지 않았다. 이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고래생태체험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자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이들 단체는 “결국 울산광역시장은 울산 남구 돌고래들의 잦은 폐사와 이어지는 언론 보도, 시민사회단체의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침에도 불구하고 수족관 지도, 점검에 관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면서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 위반행위를 방조한 것”이라며 “이는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00707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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