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바다로 더 멀리, 더 크게…해상풍력 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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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과 더불어 탄소 없는 사회를 이끌어 갈 또 하나의 에너지원 풍력 발전입니다. 최근 풍력발전은 육지를 벗어나서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고 있고 크기도 거대해 지고 있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세운 거대한 바람개비들은 순풍을 받을 수 있을지 지구환경팀 김민욱, 김미희 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김민욱/기자

전라북도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서해 바다 한 가운데에 줄지어 서 있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1년 전 준공된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단지입니다. 설비용량 60메가와트, 약 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풍력발전기의 높이는 해수면에서 약 100미터. 날개의 지름은 130미터가 넘습니다. 모두 20기가 세워졌는데 각각의 발전기는 800미터씩 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해상 변전소와 해저 케이블을 거쳐 10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육지로 보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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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소 그중에서도 바다 한가운데 짓는 해상풍력단지가 재생에너지의 큰 축으로 부상했습니다. 우리나라에 건설할 예정이거나 계획 중인 풍력발전단지의 총 발전 용량은 32.5기가 와트. 이중 약 70%인 23기가 와트는 해상풍력입니다. 원전 20기를 훌쩍 넘는 대규모 시설입니다.

특히 전북과 전남 등 우리나라 남서부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설 전망입니다. 앞으로는 육지에서 더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배처럼 떠서 작동하는 부유식 풍력발전기도 건설됩니다.

[박성우/한국에너지공단 풍력사업실장] “경제적인 측면이나 주민들의 수용성 측면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이) 향후에는 많이 보급이 될 것이라고 (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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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는 파도가 일거나 안개가 끼면 발전소를 짓기도 어렵고 정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풍력발전소가 먼 바다로 나가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환경과 경제성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초기에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곳은 백두대간 등 산악지역과 해안지방입니다. 그러나 산에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짓기 어렵고 숲과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환경 논란이 커졌습니다. 해안지방에 짓는 풍력 역시 인근 주민과 어민들, 환경단체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거대한 발전기 주변을 날아다니는 새들과 고래 등 해양생태계에 위협을 준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조약골/핫핑크돌핀스 공동대표] “(돌고래는) 큰 수중 소음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의사소통이) 교란을 당하기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실제로 새들이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밀집한 전남 영광군 백수읍을 찾았습니다. 이곳 해안과 인근 해상에는 50기가 넘는 풍력발전기가 들어섰습니다. 발전기 주변에 새들이 보입니다. 길쭉한 부리 끝이 주걱처럼 넓적한 저어새류입니다.

한국물새네트워크는 지난해 저어새 한 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풍력발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움직임을 추적했습니다. 바람이 강해져 풍력발전기 회전량이 늘수록, 점차 발전소에서 떨어진 곳으로 밀려나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중국 동해안에도 수천 대의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데 서해를 오가는 저어새들이 풍력 발전기의 거대한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도 뚜렷이 관찰됐습니다.

이런 문제를 줄이려면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갯벌과 어민들의 활동이 집중되는 연안을 피해 풍력발전단지를 지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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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은 경제성 면에서도 유리합니다. 대규모 단지를 건설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또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풍력자원 지도입니다. 육지에서 바다로 조금만 나가면 온통 붉은색 즉 바람이 강하게 불어 풍력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입니다.

[양인선/한국해상풍력 운영팀장] “풍속이라든지 풍향이라든지 이런 점들이 육지보다도 (해상이) 훨씬 더 균일하고 좀 좋은, 바람의 질이 좀 좋은 경향을 보입니다.”

해상풍력단지 등 재생에너지를 토대로 정부는 30년 안에 탄소 제로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정말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제주도를 보면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데요. 신재생에너지의 실험장 제주를 찾아가봤습니다.

김미희/기자

제주도 한경면 해안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바람개비가 늘어서 있습니다.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한 제주의 풍력발전단지는 어느새 22곳으로 늘었고, 가동 중인 발전기의 수는 120여 기에 달합니다. 지난해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6%로 전국적인 보급률(5.6%)을 크게 웃돕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의 주력은 풍력으로 태양광보다 두 배가량 많습니다.

[김영환/전력거래소 제주본부 본부장] “(발전량 기준이 16%라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 단계로 볼 때 3단계에 해당 됩니다. 3단계 이상인 나라가 세계적으로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제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30년까지 풍력발전 설비를 지금보다 8배로 늘릴 계획입니다. 모두 2천 3백㎿, 원전 2기 용량을 건설할 예정인데, 그 중 해상풍력이 육상보다 4배나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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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육지보다 몇 발짝 앞서가는 제주는 새로운 문제점도 앞서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상업용 해상풍력이 들어선 제주 탐라해상풍력단지. 30 MW 설비용량으로 일 년에 2만 4천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 중이지만 지난해 43번이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기존 화력발전소와 육지에서 공급되는 전력에다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이 일시적으로 수요를 초과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공급량이 넘치면 전력망에 부담을 줘 전자기기가 망가지거나 심할 경우 정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력 공급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손쉽게 끌 수 있는 게 풍력발전이라서 풍력부터 끄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특징은 변동성이 크다는 겁니다.

바람이 막힘없이 잘 불면 풍력의 전기 생산량이 늘지만 바람이 멈추면 발전은 멈춥니다. 전력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정확한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어 초과 수요가 수시로 발생합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전력 수요가 급감하며 풍력발전기를 세운 횟수가 77번으로 급증했습니다.

[안재홍/제주녹색당 정책위원장] “(제주도 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지금 이렇게 해상 풍력을 많이 만들고 태양광이 늘어나다 보면 결국은 출력 제한이라는 것이 똑같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화력발전 비중이 큰 육지의 전력계통 유연성은 제주보다 사정이 더 나쁩니다. 조만간 제주도의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영환 교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재생에너지만 건설하면 될 거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그게 아니고 우리 전력 공급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되는.”

전문가들은 LNG와 화력, 원자력 등을 재생에너지와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시급하고 경직된 전력거래시장을 개편해 수요 공급의 불일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주도가 주는 교훈입니다. MBC뉴스 김미희입니다.

(영상취재: 김우람, 이준하 / 영상제공: 한국해상풍력, 핫핑크돌핀스 / 영상편집: 문명배,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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