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롯데월드에 홀로 갇힌 벨루가는 결국 자폐증세를 보였다”

기사 원문 읽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271200001

롯데월드 수족관에 홀로 남은 벨루가(흰고래) ‘벨라’가 동물의 자폐증세라 할 수 있는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롯데월드가 벨라를 야생 방류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장기간 홀로 지내게 한 탓에 사회적 관계를 맺는 벨루가가 이상행동까지 보이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시셰퍼드 코리아, 동물해방물결 등은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앞에서 벨루가 벨라의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수심 1000m까지 잠수하는 벨루가에게 수심 8m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조는 감옥이나 다름없다”며 고래류를 전시하고, 공연에 동원하거나 체험에 이용하는 것은 반윤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하루라도 빨리 방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현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마지막 남은 벨루가 ‘벨라’는 북극해를 모방한 하얀색 페인트가 발린 수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반시계 방향으로 좁은 수조 안을 빙글빙글 돌거나 수면 위에 등을 조금 내놓고 죽은 듯이 가만히 떠있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벨루가 탈을 쓴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하 아쿠아리움)의 수조를 형상화한 사람들에게 갇혀 정형행동을 하고, 그 옆에는 2016년에 죽은 벨로, 2019년에 죽은 벨리의 형상이 누워있는 등의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아쿠아리움 측은 지난해 10월, 벨루가 ‘벨리’가 패혈증으로 폐사한 뒤 홀로 남은 벨라를 야생 방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2016년 또 다른 벨루가 ‘벨로’가 패혈증으로 죽은 지 3년 만에 두번째 폐사 사례가 나오자 동물보호단체들은 남은 한 마리라도 바다에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이들 벨루가는 2013년 러시아에서 국내로 수입된 뒤 이듬해인 2014년 10월부터 아쿠아리움에서 사육된 개체들이다. 아쿠아리움 측이 벨루가를 국내에 도입할 때부터 동물보호단체들은 시끄럽고, 좁은 수조에서 벨루가를 키우는 것이 동물학대라고 지적해왔다.

몸길이 3~5m의 벨루가는 주로 북극해와 베링해 등에 서식하는 해양포유류다. 벨루가는 ‘하얗다’는 뜻의 러시아어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동물을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에서 LC(Least Concern·관심필요)로 분류하고 있다. IUCN은 벨루가 성체가 야생에 13만8000마리 정도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쿠아리움 측은 벨루가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방류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도 벨라는 여전히 좁은 수조에 갇혀있으며 아쿠아리움 측은 구체적인 방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벨라는 여전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홍보 마스코트이자 이윤의 수단으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벨루가 방류 진행 현황 정보 공유 요청’ 공문을 발송했지만 롯데월드 측은 ‘전반적인 사항을 협의 중’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언제, 어디로, 어떻게 벨루가를 방생할지 재차 물은 질문에도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며 방류가 가능한 지역과 환경에 대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 벨라의 모습. 핫핑크돌핀스 제공.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고래류 전시, 포획을 금지한 나라가 10여개국에 달하며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수족관 고래류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중국 상하이 창펑수족관의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는 지난해 6월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에 마련된 벨루가 바다쉼터로 이송되었고, 러시아 정부는 연해주 고래감옥에 억류되어 있는 98마리의 고래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합의문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그러나 한국은 부끄럽게도 무려 36마리의 고래들이 아직 수족관에 갇혀있다”며 “롯데는 국내 한 동물단체와 함께 벨루가 방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진행과정과 방식에 대해서는 비공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롯데의 ‘벨루가 자연방류 결정’이 시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인 모면책으로 거짓 약속을 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더 늦기 전에 벨루가 ‘벨라’를 원서식처로 돌려보내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쿠아리움 측은 현재 벨루가의 자연 방류를 다각도로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벨루가 방류에 대해 협의 중인 기관 측에서 모든 점검이 완료된 후 공식적인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쿠아리움 측은 또 코로나19 팬데믹도 벨루가 방류가 늦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해외 지역의 폐쇄 조치로 해양수산 관련 기관과의 업무가 순연되고 있는 상태”라며 “벨루가 방류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벨루가의 건강 관리를 위해 해양생물전문 아쿠아리스트와 수의사가 매일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관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벨루가의 자연습성에 맞춘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하루 10회 이상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먹이와 공, 부표 등의 놀잇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스트레스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내에서 돌고래를 좁은 수조에 가둬두고,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하는 등의 행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됐다. 앞서 26일 시민단체들은 거제씨월드의 돌고래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규탄하면서 거제씨월드의 폐쇄와 국내 수족관의 동물체험 금지 등을 촉구한 바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 동물을위한행동, 동물해방물결, 시민환경연구소, 시셰퍼드 코리아,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 총 10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국내 대표적인 돌고래 체험파크인 거제씨월드는 최근 놀이기구인양 할인된 이용권을 명시하면서 큰돌고래와 벨루가 등에 올라타 수영장을 도는 ‘VIP 라이드 체험’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타는 행위 외에도 벨루가와 입을 맞추기, 만지기는 물론 돌고래가 공중제비 묘기를 부리는 인위적인 행위도 체험 프로그램에 곁들여 있다”며 “돌고래들이 서핑보드처럼 오락도구로 강요당하는 동물학대에 노출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윤리적 문제를 넘어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수공통전염 위험성이 높아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접촉하는 상업적 행위가 제재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리 시민사회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해당 수족관은 수용할 의지도 없고, 정부 또한 대응책 마련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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