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논평] 보고싶은 것만 골라보는 황당한 환경영향평가

[핫핑크돌핀스 논평] 보고싶은 것만 골라보는 황당한 환경영향평가

2020년 9월 24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한동 평대 해상풍력 관련 질의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업체 도화엔지니어링은 ‘목시조사’를 했기 때문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장면은 한동 평대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의 과정에서 가장 황당한 장면이었다.

목시조사는 국제포경위원회(IWC)의 표준적인 고래 조사방법으로서,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관찰하는 방법을 뜻한다. 국립 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나,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나 핫핑크돌핀스 모두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할 때 목시조사를 한다. 육상이나 배 위에서 고래를 눈으로 관찰한 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체수를 추정하거나 연구를 하는 방법이 목시조사인데, 먼 바다로 회유하는 고래류의 경우 목시조사에서 개체수 파악이 쉽지 않지만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경우에는 연중 연안 가까이에서 관찰이 가능하므로 목시조사를 통해 개체수 파악과 기초 생태조사와 연구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한동 평대 해상풍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수행한 도화엔지니어링은 목시조사 방법 때문에 2018년 조사에서 남방큰돌고래를 직접 보지 못했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내놓았다. 숱한 연구자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 그리고 관광객들조차도 이 목시조사를 통해 제주 바다 일대에서 1년에 300회 이상 남방큰돌고래들을 관찰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 각종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는데도, ‘국내 1위 종합엔지니어링 컨설팅 회사(홈페이지 소개 문구)’가 1년간 현장조사에서 돌고래를 한 차례도 관찰하지 못했다면 결국 이 업체의 신뢰도와 기술력에서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에너지공사가 한동 평대 해상풍력 환경영향평가 용역사업을 진행하면서 2018년 3월 19일 공고한 과업지시서에는 ‘보호대상해양생물의 분포현황을 조사하고 보전대책을 수립하라’고 나온다. 그런데 이 용역을 수행한 도화엔지니어링은 보호대상해양생물(지금은 해양보호생물로 명칭이 변경됨)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분포현황을 직접 조사하지 못해 문헌으로 대체했다. 돌고래를 한 번도 바다에서 실제로 보지 못하고도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는 것은 마치 한라산 노루에 대해 환경평가를 한다면서 실제로 한라산에서 노루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과 똑같다.

이 업체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무성의하며, 부실하게 해상풍력의 환경평가서를 작성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게다가 서류상으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남방큰돌고래가 아니라 큰돌고래를 대상으로 보전대책을 수립하려고 하였다. 업체는 도의회 답변에서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가 ‘같은 속’에 속하기 때문에 소음 영향을 분석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는데, 그 소음의 영향으로 먼 바다로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큰돌고래와 회피 가능성이 아예 없는 남방큰돌고래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분석한 것부터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호랑이, 사자, 표범은 같은 속이지만 생태적 습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런데 도화엔지니어링은 같은 속이지만 전혀 다른 두 종이 공사로부터 같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이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업체가 이런 엉터리의 환경평가를 내놓은 이유는 실제로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발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서류상으로만 대책을 내놓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류상으로만 검토하여 내놓은 보전대책 역시 남방큰돌고래의 이동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하여 기술함으로써 소음 저감 공법의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결론적으로 도화엔지니어링은 제주에너지공사가 공고한 과업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잘못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는데, 이는 모두 남방큰돌고래를 실제로 한 번도 관찰하지 못한 ‘무능함’ 또는 ‘태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핫핑크돌핀스는 이날 제주도의회 현장에서 이 중대한 사안의 심사과정을 지켜보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환경영향평가업체 도화엔지니어링의 뻔뻔한 답변을 들으며 몹시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적은 개체수로 지역적 멸종위기에 처해 있어서 엄격한 보전대책이 필요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중요 서식처 한가운데에서 진행되는 잘못된 개발사업에 이런 엉터리 환경영향평가가 면죄부를 주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들었다.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적나라한 치부를 목격하고는 무척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동 평대 해상풍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용역비용이 무려 21억원이었다. 이런 엄청난 금액을 받고도 자신들이 선택한 목시조사 방법 때문에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못 봤다는 구차하고 억지스런 변명을 내놓은 업체 측은 돌고래를 한 번도 관찰하지 못해 과업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부실하고 불량한 환경영향평가를 우리가 용인하고 그냥 넘어간다면 그에 따른 자연환경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한동 평대 해상풍력 사업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가 파괴된다면 약 120여 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이 보호종 돌고래들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어쩌면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를 못 보게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2020년 9월 25일 핫핑크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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